자연과 공간의 예술, 한옥을 말하다 | 밸류체인타임스

황지민 인재기자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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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진: Unsplash의Yeonghun Song)


[밸류체인타임스=황지민 인재기자]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연과 사람, 공간과 철학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 평가받는다.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한옥의 건축 양식은 한국인의 미의식과 자연 친화적인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옥은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유기적인 공간이다. 그 안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한국 고유의 철학이 깊이 스며 있다. 오늘날에도 한옥은 지속가능한 건축의 전형으로 재조명되며, 현대 건축 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옥 디자인


한옥은 기능과 용도에 따라 주거건축, 궁궐건축, 사찰건축으로 나뉜다.


주거건축 - 일상 속의 자연과 공간

(출처: https://hanok.seoul.go.kr/front/kor/info/infoHanok.do?tab=2 )


한옥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에는 기와집과 초가집이 있다. 이들은 지역의 기후, 지형, 생활 방식에 따라 다양한 평면구조를 갖는다. 대표적인 평면 형식은 ‘ㅁ’자, ‘ㄱ’자, ‘ㄷ’자, ‘ㅡ’자형이 있다. 


‘ㅁ’자형 한옥은 추운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고 집 안의 온기를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형태로, 겨울이 춥고 긴 북부지방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태다. 이 구조는 사방이 막혀 있어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며, 마당을 중심으로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형태이기 때문에 단절된 공간 없이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결성 덕분에 ‘ㄷ’자형이나 ‘ㄱ’자형 한옥에 비해 전체적으로 평수가 넓고 공간 활용이 효율적이다. 보통 각 방과 방 사이에는 거실 역할을 하는 마루가 놓이며, 이 마루 가장자리나 방 사이 한쪽에 부엌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이는 공간 간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가족 간의 소통을 용이하게 만드는 배치라 할 수 있다.


중부 지방에서 주로 나타나는 ‘ㄱ’자형 한옥은 두 채의 ‘ㅡ’자형 한옥을 직각으로 연결한 구조로, 간결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이 구조는 마당을 넓게 활용할 수 있어 외부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전체 면적이 ‘ㅁ’자형 한옥의 절반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ㄱ’자의 양 끝에 각각 방을 두고, 두 ‘ㅡ’자가 만나는 각 지점에 거실(마루)과 부엌을 배치하여 실내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러한 구성은 일상생활에서의 효율성과 동선의 간결함을 중시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一’자형 한옥은 방, 거실(마루), 부엌이 한 줄로 나란히 배열된 구조로, 매우 단순한 형태를 띤다. 이 구조에서는 거실 공간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부엌과 거실이 일체화되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대신 건물의 벽면에는 창문과 방문을 다수 배치함으로써, 자연광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이려는 설계가 주를 이룬다.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모든 방향에서 햇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남향이나 북향 등 특정 방향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계절 변화나 주변 지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주거용 한옥은 궁궐이나 사찰과 같은 건축물과는 달리 단청이나 오방색과 같은 장식 요소가 사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 내부 공간은 가운데가 트여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방감을 주며, 풍수지리를 고려하여 입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마당, 마루, 창호 등을 통해 자연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띠고 있어, 실내와 외부 자연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를 지닌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인의 자연 친화적인 주거 철학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궁궐건축


궁궐건축은 단순히 주거공간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 의례, 생활 전반의 기능이 집약된 복합 건축물로서의 역할을 한다. 한국 전통 궁궐의 설계는 유교적 세계관과 질서, 그리고 자연관이 깊이 반영되어 있다. 공간의 배치는 위계질서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며, 주요 건물들은 중심 축을 기준으로 대칭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왕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건물 외관에는 화려한 단청과 오방색이 풍부하게 사용되었다. 이 색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왕권의 정당성과 신성함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찰건축


사찰건축 역시 궁궐과 마찬가지로 오방색의 단청이 많이 사용되는 건축 유형이다. 불교 철학에 따라 건축물은 자연 지형에 순응하면서 배치되며, 건축의 각 요소에는 깊은 상징성과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주요 전각들은 중심 축을 기준으로 배치되되, 지형과 자연의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된다. 단청은 그 자체로도 장식이지만, 불교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사찰의 신성함을 부여하는 시각적 상징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를 더하다 - 단청과 오방색


한옥의 건축과 디자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단청과 오방색이다. 단청은 전통 건축물의 기둥, 천장, 처마 등에 화려한 색채로 문양을 그려 넣은 것으로, 단순한 장식을 넘어서 방수, 방충, 목재 보호 등 실용적 기능과 함께, 공간의 위계를 나타내는 상징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주거용 한옥보다는 궁궐, 사찰, 누각 등 격이 높은 건축물에서 자주 사용되며, 그 속에는 한국 고유의 사상과 미적 감각이 담겨 있다.


단청


고대 동북아 지역에서 발달한 목조건축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후 변화나 해충에 약하다는 단점을 드러냈다. 특히 당시 많이 사용되던 소나무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강하지만, 표면이 거칠고 건조 후 갈라지는 경향이 있어 보존을 위한 처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목재 표면에 오방색을 칠하기 시작한 것이 단청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단청은 목재를 보호하는 실용적 기능뿐 아니라, 색채와 문양을 통해 건축물의 격을 드러내는 예술적 기능도 수행하였다.


경복궁을 비롯한 주요 전통 건축물에 사용된 단청은 색상과 문양이 매우 정교하고 화려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청은 오방색을 기반으로 하며, 각각의 색은 음양오행 사상과 연결되어 우주의 원리와 조화를 표현한다. 문양은 용, 연꽃, 구름 등 다양한 자연 요소나 상징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불교의 의미나 왕권의 정당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출처: Unsplash의Hoyoun Lee)


단청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단색으로만 칠한 ‘가칠단청’, 그 위에 선만을 더한 ‘긋기단청’, 지붕을 받치는 부재 끝부분에만 문양을 넣고 가운데는 긋기로 마무리한 ‘모로단청’, 그리고 모로단청의 중간 긋기 부분인 계풍에 금문(錦紋)이나 별화(別畵)로 장식한 ‘금단청’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단청은 단순한 색채 작업이 아니라, 건축물의 상징성과 인간의 정신세계, 미의식을 아우르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오방색


오방색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으로, 각각 푸른색(동쪽), 붉은색(남쪽), 노란색(중앙), 하얀색(서쪽), 검은색(북쪽)을 뜻한다. 이 색들은 동양의 전통 철학인 음양오행 사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음양은 우주의 두 가지 기운(예: 해와 달, 남과 여)을 뜻하고,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요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파란색은 동쪽과 봄, 그리고 나무(목)를 상징하며, 붉은색은 남쪽, 여름, 불(화)을 의미한다.


이처럼 오방색은 단순한 색상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공간의 방향성과 성격, 기능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었다. 특히 궁궐이나 사찰 건축에서 오방색은 질서와 조화를 강조하는 시각적 도구로 활용되며, 색으로 공간의 성격을 구분하고 인간과 자연, 우주를 연결하는 상징체계의 일환으로 작용했다.




전통에서 현대까지


한옥은 단지 과거의 건축 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전통 한옥의 철학과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대 기술과 생활 방식에 맞춘 ‘현대 한옥’이 등장하고 있으며, 도시에서도 한옥의 구조미를 응용한 상업 공간이나 전시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 고유의 건축미와 자연친화적 철학이 여전히 유효하며, 현대 건축 속에서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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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황지민 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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