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열면 나니아가 나타난다, 꿈과 현실을 넘나든 C.S. 루이스의 여정 (2) | 밸류체인타임스

황지민 인재기자
2025-02-22
조회수 4638

(출처: https://ichi.pro/ko/cs-lu-iseuui-bimil-gotong-135802746883037)


[밸류체인타임스=황지민 수습기자] 옷장의 문을 열면 펼쳐지는 눈 덮인 숲길, 등을 밝힌 가로등, 그리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자 아슬란. C.S. 루이스가 창조한 <나니아 연대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신앙과 철학, 선과 악,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루이스의 인생에서도 그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마법 같은 순간이 있었다. 오랫동안 신앙과 학문 속에서 홀로 살아가던 그에게, 예기치 않은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은 미국에서 온 여성, 조이 데이비드먼(Joy Davidman)이었다.


늦게 시작된 사랑은 짧았지만 강렬했으며, 루이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러나 조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루이스는 그토록 믿었던 신 앞에서 다시 한번 깊은 슬픔과 회의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이별을 통해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글을 쓰며 인생을 마무리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나니아 연대기》에 담긴 루이스의 신념, 조이와 나눈 사랑, 그리고 말년에 그가 겪은 고독과 깨달음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나니아로 향하는 마법의 문이 열리다


1950년부터 1956년까지는 C.S. 루이스의 문학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1억 2,0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총 7편의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바로 이 시기에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판타지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판타지 소설로, 나니아라는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전에 루이스가 선보이던 이지적이고 신랄한 내용이 아니라, 이 시리즈에서는 어린이 독자에게 맞춰 전쟁이나 폭력적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성장과 소통에 더 중점을 두었다. 


나니아 연대기는 기독교적 상징과 고전 신화를 결합한 은유가 강렬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의 성장, 희생, 구속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사자 아슬란의 희생과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을 연상시키며 깊은 영적 의미를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나니아 연대기는 아이들의 모험을 그리면서도 신앙, 구원, 용서 등의 주제를 설득력 있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나니아 연대기 소설


나니아 연대기는 소설로 총 7편인데, 시간 순서와 출판 순서가 다르다. 출판순으로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1950), <캐스피언 왕자>(1951), <새벽 출정호의 항해>(1952), <은의자>(1953), <말과 소년>(1954), <마법사의 조카>(1955), <마지막 전투>(1956)이다.


시간순, 즉 전개순으로 보면 <마법사의 조카>(1955), <사자와 마녀와 옷장>(1950), <말과 소년>(1954), <캐스피언 왕자>(1951), <새벽 출정호의 항해>(1952), <은의자>(1953), <마지막 전투>(1956)이다.


나니아 연대기의 팬들은 책을 읽는 순서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시간 순서와 출판 순서로 의견이 나뉜다. 이는 <나니아 연대기>가 처음 출판했을 당시, 전개상의 순서가 아닌 C.S. 루이스가 임의적으로 발행한 순서로 책이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작가 루이스도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않았다. 여기서 독자가 주장한 대로 시간순으로 읽어도 좋지만 어떤 순서로 읽든지 정말 상관 없다고 끝맺었다. 출판 순서 또한 의도된 게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C.S. 루이스도 원래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1950) 집필 당시만 해도 후속편을 구상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When I wrote The Lion I did not know I was going to write any more."

Dorsett, Lyle (1995), <C. S. Lewis: Letters to Children>.


출판사의 편집 방향 또한 저마다 달랐는데, ‘생명의 말씀사’와 ‘한길사’는 발행 연도 순으로, ‘시공주니어’는 이야기 전개 순서로 구성해 시리즈를 출간했다. 


나니아 연대기 영화


1950년부터 1956년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나니아 연대기의 첫 번째로 출판되었던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월트디즈니', '월든 미디어'와 <슈렉>, <슈렉2>로 세계적 흥행기록을 세우며 오스카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출신 '앤드류 아담슨'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cine_play/221661284101 캡처본 / 앤드류 아담슨 감독)


루이스의 걸작 <나니아 연대기>를 영화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환상의 세계를 현실로 구현한다는 과제는 상상력과 기술, 원작에 대한 깊은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앤드류 아담슨(Andrew Adamson)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어온 꿈과 첨단 시각 효과 기술을 결합해, 결국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탄생시켰다. 

영화 제작 초기, 제작진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원작의 철학과 환상적인 세계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감독을 찾는 것이었다. 넘치는 에너지와 창의성을 지니면서도 기술적 역량과 인간미를 갖춘 인물을 물색한 끝에 떠오른 이름은 의외였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아담슨 감독. 그는 전 세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슈렉> 시리즈로 동화적 감수성과 시각효과를 적절히 결합할 줄 아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실사 영화 경험은 전무했지만, 첫 제작 회의에서 풍부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관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제작 총괄 캐리 그래닛은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감독 들과 작업을 해 왔지만 아담슨처럼 영화에 대한 자기 철학이 분명한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첫 회의 후, 페리와 저는 아담슨에게 메가폰을 맡기기로 했죠."

-캐리 그래닛


아담슨에게 <나니아 연대기>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었다. 그는 여덟 살 때 처음 소설을 접한 후, 오랫동안 그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고 회상한다. 

"2년 가까이 나니아 7부작 전체를 반복해 읽으며, 마치 그 세계에 살았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 온갖 희한한 동물들이 등장하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납니다. 언젠가 꼭 스크린으로 구현해보고 싶었죠."

- 앤드류 아담슨 감독


특히 아담슨은 루이스의 글쓰기 방식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 언급을 즐기는 톨킨과는 달리, 루이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작품에 많이 남겨두었습니다. 덕분에 책을 보며 꿈과 환상의 나래를 펼쳤을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 앤드류 아담슨 감독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담슨은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나니아 왕국을 완벽하게 재연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니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니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치기어린 상상의 나라도, 제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도피처도 아닙니다.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혼합해 나니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인 것처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동심의 세계인 나니아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겁니다"라고 아담슨 감독이 전했다.


아담슨 감독의 헌신과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나니아 연대기>의 <사자, 마녀와 옷장>이 2005년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처: https://namu.wiki/jump/sne9%2Bo20CtfIU7gVpLIFHIoWnHzFzOjCfSjW1V2Wb%2BxU5AcLe%2FGYYnFF%2FrMKfJgbDuGKo46oKWuhOKFmA%2Bq5f3u8Xcv8Wt8pGzx2vZbgiWXw%2B%2FXxGj9BqDbGYaiN62B6 캡처본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출처: https://namu.wiki/jump/GsdA7ObDLWODqp6JWbc224XuyTAJhXZKwaokjnaE0LHMFZxb5afGQ5cqkzjaTBI9wce4No5d1%2BH4bIzhziARuPdMWysiusz2REtVs4pdM0Q%3D 캡처본 / <캐스피언 왕자>)


<캐스피언 왕자>가 2008년에 개봉되며 더욱 깊어진 세계관과 캐릭터들의 성장을 담아낸 작품이다. <새벽출정호의 항해>가 2010년에 개봉되며, 새로운 모험과 내면의 성찰을 다룬 시리즈의 또 다른 정점을 이룬 작품이다.


 (출처: https://namu.wiki/jump/Q7uJsm6Jn4aLDi9c5ab6q38SiNw3wvxDEphAaBug37dyHzuY8lEkMTJ6o6y1ly4Wvc6t5Xd1YFO9UHSkBf6%2FPOgh2M7b1c5mypXUWklb5lM%3D 캡처본 / <새벽 출정호의 항해>)




조이 데이빗먼, C.S. 루이스의 마지막 나니아


1952년 9월 루이스는 시인 '조이 데이빗먼(Joy Davidman)'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조이는 빌 그레셤(Bill Gresham)이라는 소설가와 결혼생활 중이었으며 두 아이까지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조이와 빌의 결혼생활은 점점 파국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그 시기에 루이스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의 교류가 시작된 것은 1950년에 조이가 루이스에게 편지를 쓰면서부터다. 1946년경, 조이는 마르크스주의자에서 기독교인으로 회심을 하는데 루이스의 책이 영향을 미쳤다. 그녀의 편지는 명민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지적인 것이어서, 루이스의 눈에 금방 들어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적 교류의 차원이었다. 조이는 1953년에 두 아들과 함께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이듬해인 1954년에 이혼하게 된다. 단순한 우정을 넘어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된 것은 이 무렵의 일로 알려져 있다.


1956년 영국 정부가 조이의 비자를 더이상 연장해 주지 않자 루이스는 그녀에게 영국 시민권을 얻게 해주기 위해 혼인 신고를 하기로 했다. 쉰 살이 넘도록 독신으로 살아온 루이스를 곁에서 지켜 본 친구들 가운데는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루이스는 혼인 신고가 조이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56년 10월 조이가 골수암 판정을 받게 되자 루이스는 깊은 충격에 빠진다. 루이스의 어머니 또한 그가 어렸을 때 암으로 사망했다. 루이스의 표현을 빌자면, 죽음의 신이 연적이 된 상황에서 조이에 대한 루이스의 사랑은 급속히 깊어졌다. 두 사람은 1957년 3월 조이의 병실에서 성공회 예식에 맞추어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조이의 죽음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결혼식 이후 한때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1959년 가을에 골수암이 재발했다. 조이는 이듬해인 1960년 7월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루이스는 고통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조이와의 관계를 책으로 써내려 갔다. 그 결과물이 바로 <헤아려 본 슬픔>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 목소리를 생각하면 나는 또 다시 훌쩍이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헤아려 본 슬픔' 1장 첫 페이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또 다른 세계로


자신의 사랑 조이가 병으로 죽고 나서 큰 슬픔에 빠진 루이스는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다. 1963년 11월 22일에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미국에서는 존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고, 영국에서는 알도스 헉슬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루이스의 죽음은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시간은 루이스를 잊지 못했다. 루이스의 작품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만 약 1억 5천만 부가 팔렸다. 그의 책은 여전히 수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주며, 영화로 재탄생한 나니아의 세계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꿈과 희망, 용기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독자들이 다시 책을 펼치듯, 나니아는 언제든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곳에서 사자 아슬란의 따뜻한 눈빛과 함께, 또 다른 모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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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황지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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