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의 노예가 된 '어뷰징', 뉴스 저널리즘의 종말을 부르다 | 밸류체인타임스

안지우 수습기자
2026-06-24
조회수 836

b03495c94fd5e.png

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안지우 수습기자] 오늘날 디지털 언론 환경에서 기사의 가치는 공익성이나 심층성이 아닌 오직 '조회수'로 재단된다. 독자의 클릭 수가 곧 언론사의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 탓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언론사는 한정된 취재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기보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이나 자극적인 커뮤니티 글을 빠르게 받아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발로 뛰는 현장 취재보다 타사의 인기 기사를 복사해 제목만 바꿔 전송하는 '어뷰징(동일 기사 반복 전송)'이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정착된 결과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언론사가 자체 플랫폼이 아닌 거대 포털 사이트에 뉴스 유통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특유의 미디어 생태계에 있다. 포털의 뉴스 화면이나 추천 알고리즘에 선택받지 못하면 아무리 양질의 기사를 기획해도 독자에게 도달하기 어렵다. 결국 언론사들은 포털 검색어 유입을 늘리기 위해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만 교묘하게 변형해 수십 번씩 재전송하는 파행적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분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낚시성 헤드라인'이 남발되며,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루머마저 무분별하게 기사화된다. 저널리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다각적 사실 검증은 속도 경쟁에 밀려 생략되기 일쑤다.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명예나 사생활 침해쯤은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언론계 전반에 만연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디어 플랫폼의 지배력이 비대해지면서 언론사 간의 무한 경쟁이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단어와 혐오를 부추기는 프레임이 더 높은 조회수를 보장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을 중재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확성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중요한 정책적 현안이나 민생 법안 같은 본질적인 의제들은 즉각적인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 이는 대중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기사 작성 프로세스에 생성형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어뷰징 기사의 양산 속도와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정 트렌드 키워드가 발생하면 AI가 기존 기사들을 수집해 단 몇 초 만에 수십 건의 변형 기사를 자동으로 찍어내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과거에는 데스크의 게이트키핑을 통해 걸러졌을 오보나 왜곡된 정보들이 이제는 AI의 자동 양산 체제를 타고 실시간으로 대량 유포된다. 이는 단순히 질 낮은 기사가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정보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국 언론이 트래픽의 노예가 되어 신뢰를 잃어버린 현상은 개별 기자의 직업윤리 공백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조회수에 따라 언론사의 생존이 결정되는 기형적인 광고 모델의 한계를 증명한다.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콘텐츠의 질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한, 어뷰징과 저질 기사의 고리는 결코 끊어낼 수 없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기능을 회복하려면 양질의 심층 보도에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는 건강한 구독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플랫폼과 언론사 모두가 체질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 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안지우 수습기자


0


경기도 고양시 의장로114 하이브 A타워 1312호

대표전화 02 6083 1337 ㅣ팩스 02 6083 1338

대표메일 vctimes@naver.com


법인명 (주)밸류체인홀딩스

제호 밸류체인타임스

등록번호 경기, 아53541

등록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1 

발행인 김진준 l 편집인 김유진 l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유진



© 2021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