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에 길들여진 뇌, 우리는 스스로 ‘생각’을 포기하고 있다 | 밸류체인타임스

김소은 수습기자
2026-06-14
조회수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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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reepik)


[밸류체인타임스=김소은 수습기자] 지하철 안에서, 침대 위에서, 잠깐 생긴 틈새 시간에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고 짧은 영상을 하염없이 넘긴다. 몇 초짜리 영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미뤄진다. 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반응하고 있는 걸까.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는 뇌

TikTok, YouTube Shorts, Instagram Reels 등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자극을 연속으로 전달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웃음, 놀라움, 자극적인 정보가 빠르게 교체되며 시청자의 흥미를 붙잡는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선정한 2024년 '올해의 단어'는 바로 '뇌 썩음(Brain rot)'이었다. 낮은 품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면서 집중력을 비롯한 지적·정신적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이 단어의 사용량은 전년 대비 230% 급증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습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사용 방식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신경가소성'을 지닌다. 중국 베이징대학이 숏폼에 과다 노출된 대학생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집중력 결핍이나 기억력 감퇴 등 뇌 기능 감소와 연관된 수동적 뇌 신경계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숏폼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뇌는 집중 시간이 줄어들고, 끊임없는 자극에 의존하게 되며, 깊이 있는 사고를 점점 회피하게 된다.



도파민에 최적화된 끝없는 스크롤

숏폼 콘텐츠의 핵심은 '끝이 없다'는 데 있다. 한 영상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재생되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새로운 자극이 기다린다. 한국뇌연구원 김주현 선임연구원은 "숏폼은 단시간에 잦은 빈도로 도파민 분비를 반복적으로 유도해 뇌의 보상회로를 변화시켜 중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대학교 데이빗 레비 교수가 처음 소개한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은, 팝콘이 열에 의해 터지듯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고 일상생활에는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도파민은 처음에는 쾌감을 주지만, 반복 노출될수록 내성이 생겨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평범한 일상에는 흥미를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멈추거나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린다. 


생각하는 인간에서 반응하는 인간으로

생각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그럴까?",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같은 물음이 사고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숏폼 콘텐츠는 이런 사고의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상은 빠르게 지나가고, 시청자는 웃거나 놀라는 반응만 남긴 채 다음 콘텐츠로 넘어간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만재 전문의는 "적극적 주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동적 주의력만 발휘해서 시간이 소비되면, 끝에 갔을 때 남는 게 별로 없고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마노스 박사는 하루 2시간 이상 스크린에 노출된 아동이 ADHD 같은 집중력 관련 질환을 겪을 확률이 최대 7~8배 높다고 경고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나의 주제를 오래 고민하는 일은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불편한 과정이다. 반면 숏폼은 어떤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다.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결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생각' 대신, 쉽고 즉각적인 '자극'을. 이 선택이 반복되면서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점점 낯설고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

2025년 2월 PNAS Nexus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모바일 인터넷 접속만 차단해도 지속적 주의력과 정신 건강, 주관적 웰빙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가 여전히 회복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신호다.


릴스와 쇼츠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것을 넘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편리함과 자극을 선택하며 스스로 생각을 포기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것에 아무런 의심 없이 길들여진 우리의 선택이다. 이 선택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쉽게 자극받고 더 어렵게 생각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스크롤을 멈추고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반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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