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최고에서 바닥으로 | 밸류체인타임스

안지우 수습기자
2026-05-07
조회수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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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안지우 수습기자] 아르헨티나는 100년 전만 해도 세계 5대 부자 나라였다. 1895년에는 1인당 GDP 세계 1위를 기록했고, 1900년대 무렵에는 캐나다·호주보다도 소득 수준이 높았으며, 1913년에는 세계 경제의 1.2%를 점유했다. 비옥한 팜파스 대평원 덕분에 세계 최고 농업 강국으로 손꼽혔고, 꿈을 품고 몰려오는 유럽 이민자들로 넘쳐났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파리보다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남미 대륙 최초로 지하철이 개통되었을 정도였다.


아르헨티나는 남아메리카 남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78만㎢로 대한민국의 약 28배이자 세계 8위다. 인구는 약 4,600만 명이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탱고,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소고기, 와인, 팜파스 대평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 아르헨티나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였다. 한반도 다섯 배 크기의 비옥한 대평원에서 밀·콩·소고기를 대량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했고, 이탈리아·스페인·독일에서 이민자들이 밀려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로 불렸다.




월급을 받으면 바로 써야 하는 나라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연 2~3% 수준은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신호이고, 연 10%를 넘으면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신호다. 연 100%를 넘으면 나라 경제가 무너지는 신호로 본다. 아르헨티나의 2023년 물가 상승률은 연 211%였다. 1월에 1만 원이던 빵이 12월에는 3만 1,100원이 되는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직원이 1시간마다 가격표를 바꿔 붙여야 하고, 월급을 받으면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소비해야 한다. 페소화 가치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달러 암시장에서 달러를 구매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가 더 빠르게 치솟기 때문에 실제 생활은 점점 더 팍팍해진다.




추락의 두 뿌리, 포퓰리즘과 화폐 남발


아르헨티나 경제가 이렇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 재정을 무리하게 동원하는 정치 행태를 뜻한다. 1946년 대통령에 오른 후안 페론이 노동자와 빈민층을 위한 사회복지 정책을 펼치면서 이른바 '페론주의'가 시작됐다. 


이후 역대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복지 혜택을 늘리고, 국영기업 직원을 필요 이상으로 채용하고, 노동자 임금 인상을 법으로 강제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퇴직 연금을 약속했다. 용돈이 5만 원인데 매달 8만 원을 쓰는 것과 같은 구조다. 처음엔 괜찮아 보이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두 번째는 무분별한 화폐 발행이다. 돈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버텼다. 원래 물건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이 두 배로 늘어나면 물건값도 두 배가 된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것이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세계 최다 국가 부도, 9번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아홉 차례 국가 부도를 냈다. 지난 40년간 8차례 이상 국가 부도를 경험했고, 가장 최근인 2020년 5월에는 5억 달러 규모의 채무를 지급하지 못해 또다시 디폴트가 발생했다. 국가 부도가 나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수입품 가격이 폭등한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실업자가 늘고, 빈곤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자원의 저주,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불행한 나라


아르헨티나는 자원 부국이다. 셰일 가스 매장량은 세계 3위, 리튬 보유량은 세계 4위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생산력에, 파타고니아와 이과수 폭포라는 세계적 관광 자원도 품고 있다. 그래서 '자원의 저주'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자원에 의존하다 보니 다른 산업을 키우지 않았고, 자원 수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됐으며, 농축산업을 위시한 1차 산업 중심의 경제구조 탓에 산업화가 저조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지속됐다. 


전성기가 꺾인 이후에도 1966년까지 일본보다, 1988년까지 대한민국보다 1인당 GDP가 높았던 나라가 지금의 아르헨티나다. 최고에서 바닥으로 내려온 100년의 역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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