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우리 엄마를 보는 듯 했다 ┃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2-10-12
조회수 5689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저희가 안내해 드리는데 어머님이 이해를 못하시고 같은 이야기를 서너 번 해도 잘 모르세요. 지금 탈의실만 세 번째 들어가셔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세요. 검사 끝났다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 따라다닐 수가 없어서 보호자께서 오셔서 모시고 가시든가 아니면 다음에 같이 오셔서 하셔야겠어요.“



수검자분의 인지장애가 심해 검사 진행이 어려웠다. 공단용 문진표 작성도 혼자 못해 직원이 붙어서 하나하나 읽어주고 체크를 해줬다. 문진표 작성과 접수를 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헤맨다. 소변검사를 설명했지만 화장실에 가서는 본인이 왜 화장실에 들어온 줄을 모른다. 화장실을 나와서는 "내가 소변컵을 어디에 뒀더라." 한다.

 


 이번에는 대변 검체를 찾아 헤맨다. 다시 탈의실로 간다. 손에는 대변 검체만 있고 수검표와 사물함 열쇠는 없다. 수검표는 사물함 안에 있고 열쇠가 꽂힌 채 열려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수검표와 열쇠는 또 없다. 직원이 다시 따라 들어갔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고 나왔다. 일대일로 따라다닐 수가 없고 사고가 날 수도 있기에 보호자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그 정도 아닌데요. 평상시에는 그런 일 없었고 지금 갈 수가 없습니다." 하며 잘랐다. 난감했다. 일단 당사자도 검사하기를 강력히 원해 여력이 되는대로 직원들이 교대로 안내했다. 직원이 이렇게까지 따라다니면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른 검진자들의 검사 진행을 위해서다. 그분은 Alzheimer's dementia 즉 알츠하이머 치매로 우리 병원 신경과를 다녔다.


                                                                           
                                                                          

                                        [사진출처 : unsplash]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Alois Alzheimer) 박사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적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진행하면서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되다가 결국에는 모든 일상 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그 진행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수검자는 우리 엄마보다 두 살 많다. 평소에 잘 깜빡거리는 엄마는 치매가 아닐까 걱정한다. 자식들 고생한다고. 그녀를 보면서 엄마가 떠올랐고 가족들의 상황도 이해가 됐다. 젊었을 때는 활기차고 겁날 게 없었던 엄마가 많이 움츠러들고 소심해진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먹먹하다.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는 엄마에게 병원 수납창구에서 하이패스 등록이 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근무 중에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님께 뭘 해드리면 될까요?"

"제 카드가 하이패스 등록이 되어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엄마는 간단한 사항도 헤매고 결국 직원과 통화하도록 했다. 엄마가 전화를 바꿔 들며 이야기한다.

 

"딸, 바쁜데 미안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고 당최 입으로 안 나와서.“

 

병원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못 알아듣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결국 우리 엄마였다. 엄마가 아픈 것도 속상하고, 한 번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것도 속상하고, 나에게 미안해하는 것도 속상했다. 그렇지만 마음 따뜻한 수납직원이 전화로 엄마에게 도움을 주셨고 치매수검자 분은 착한 우리 검진 직원들이 마지막에 옷까지 갈아입혀드려 보냈다. 어리둥절하고 헤매는 엄마와 수검자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이들을 만난 건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착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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