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르상티망, 여우와 신 포도 ┃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2-08-24
조회수 4950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여우는 포도 따먹기를 단념하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저 포도는 아직 덜 익어서 맛이 없는 신 포도일 거야.’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우는 원인을 내가 아닌 외부로 돌린다. 자기보호 본능에 의한 자의식 보호다. 누군가가 나보다 나은 점이 발견됐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대단하다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가 아니면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고 하는가.

 

 

또 다른 버전이 있다. 여우는 부단한 노력 끝에 포도를 결국 따먹었고 주변 여우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포도는 달콤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신 포도였다. 하지만 여우는 체면상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달콤한 포도라고 거짓말을 한다. 맛없고 먹기 싫지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역꾸역 신 포도를 먹는 모습. 이 또한 자신의 자리와 처지를 합리화시키는 자의식 보호다. 포도를 따먹지 못한 경우 및 따먹고 난 후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참고 괜찮다고 합리화하는 상태. 동화는 두 가지 모두를 생각할 거리로 제시한다.

 

 

켈리 최의 『웰씽킹』에서는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제시한 개념으로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증오, 복수, 격정, 질투, 분노 같은 게 뒤섞인 감정’이다. 약자는 항상 약자로 남길 바라며 가난한 자는 항상 가난한 자로 남길 바랄까? 아니다.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부자에 대한 시기심이 깔려있다고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사진출처 : Unsplash]



르상티망은 자청의 『역행자』에 나오는 ‘역행자의 7단계’ 모델 중 1단계, 자의식 해체와 연결된다. 미모가 빼어난 연예인을 볼 때 예쁘다고 바로 칭찬하는가 아니면 성형과 화장과 조명효과이고 돈으로 관리한 효과라는 등의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가. 시기심과 질투가 밑바탕 되어 있으면 칭찬이 나오지 않는다. 이 또한 자의식 보호다.

 

 

‘열등감이 발동되었을 때 스스로의 못남을 인정하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때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 (출처 : 자청 저, 『역행자』중에서) 나의 못남을 인정하는 건 인간의 자기보호 본능과 대치된다. 인간의 방어기제 또한 보호본능에서 발현된다. 하지만 보호하려는 무언가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무조건적인 나의 보호는 스스로 벽을 만들어 가두는 것과 다름없다.

 

 

포도를 먹고 싶은데 딸 수가 없다고 또 포도를 먹었는데 알고 보니 달콤하지 않고 너무 시다고 인정하자. 못남을 인정함이 발전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고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처를 감추는 건 치료가 아니다. 숨기면 염증이 퍼질 뿐이다. 상처를 열어서 보여줘야 치료가 시작된다. 더불어 나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면역력은 나를 인정하고 누군가의 성장을 시기하는 대신 순수하게 기뻐해 주고 나를 끌어올려 성장할 수 있는 힘이다. 인정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자체가 성장이고 그때부터는 이미 음에서 양으로 전환되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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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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