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VOT TO ASIA’ 선언한 미국, 그러나 실상 바뀌는 것은 없었다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진 칼럼니스트
2025-09-15
조회수 3915

[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PIVOT TO ASIA(피봇 투 아시아, 아시아로 회귀하다)’는 2000년대 이후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해온 미국이 외교, 군사 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권력 재배치 전략이었다.2012년 오바마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정책을 선언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세계 최강군으로서의 위상은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고, 이어 “글로벌 리더십의 유지”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새로운 외교 기조를 제시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위기

이 정책은 미국이 전쟁 비용으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마저 흔들리던 시기에 등장했다. 그 사이 중국은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올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기였고, 이에 대응해 ‘아시아 회귀’ 전략이 제시된 것이다.


백악관은 이를 ‘재균형(Rebalance)’이라 불렀지만, 본질은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후 10여 년 동안 정책 실행의 뚜렷한 징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Lost Decade (잃어버린 10년)이 같은 현실을 전략적으로 분석한 책이 바로 『Lost Decade(잃어버린 10년)』이다. 저자는 2011년 정책 선언 이후 10년간의 궤적을 추적하며, 단순한 평가를 넘어 “미국의 시대는 끝났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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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es24)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왜 미국은 전략 문서에서 아시아를 최우선 지역이라 규정하고도 실제 자원 배분과 정책 실행에 실패했는가, ▲왜 중국의 급성장이라는 도전에 일관되게 대응하지 못했는가, ▲대전환은 과연 가능한가 등이다.


이 책의 부제는 ‘The US Pivot to Asia and the Rise of Chinese Power(미국의 아시아로서의 전환 그리고 중국 권력의 상승)’이다. 한쪽은 정책의지(pivot), 다른 쪽은 실질적 부상(rise)이다. 미국은 선언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고, 반면 중국은 실제 성장을 이뤄냈다. 저자가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은 바로 이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미국은 아시아로의 Pivot에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무엇이 미국의 전략적 의지를 무력화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다면 책이 던지는 질문, “미국은 왜 아시아로 Pivot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저자는 제4장 “수사로는 돌렸으나, 세계는 돌지 않았다”에서 이를 분명히 밝힌다. 


오바마 행정부는 ‘Pivot to Asia’ 정책을 공식화한 이후 군사력 재배치 확대, 외교 동맹 강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등 다양한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2011년 발표된 미국 예산동결법으로 인해 정책 실행에 제약이 있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철군이 지연되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아시아 전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TPP의 패착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Pivot to Asia’ 전략의 경제적 핵심 축이었다. 중국을 제외한 12개국이 참여한 고도 규범 기반 협정으로, 미국이 아시아 경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의 자유무역 반감과 공화당의 정치적 반대가 맞물리면서, TPP는 끝내 좌초됐다. 이는 미국이 정책적 수단은 마련했지만, 이를 지탱할 국내 정치적 기반은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저자는 “아시아 재균형은 야망에 비해 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다”라고 평가한다. 전략이란 선택의 예술이자 포기의 철학인데, 오바마 행정부의 ’Pivot to Asia’ 선언은 선택 없는 선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사와 현실의 간극’이 드러난다. 


미국은 2011년 “Pivot to Asia”를 선언했지만, 이후 10년간 자원 배분, 정책 연속성, 국내 합의, 국제 행동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전략 실행에 실패했다. 반면 중국은 체제의 일관성과 빠른 정책 추진, 기술력, 국제 규범 장악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진전을 이어왔다.


『Lost Decade(잃어버린 10년)』는 단순히 ‘잃어버린 10년’의 기록이 아니다. 저자들은 남겨진 10년이 더욱 결정적일 것이라 경고한다. 전략의 성패는 지금의 선언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제도화된 헌신으로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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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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