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에서 착안한 '기본소득제도'ㅣ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8-24
조회수 3451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최근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본소득은 토머스 모어(Thomas More)의 소설 '유토피아(Utopia)'에 처음 언급된 개념으로, 소득 수준이나 고용 상태,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동일한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시 모어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식량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소한의 삶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이상을 제시했다.


이러한 개념은 16세기 제안된 이후 한동안 논의 밖에 머물렀으나, 4차 산업혁명과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S, 애플(Apple), 구글(Google)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기술자·엔지니어 등 고숙련 인력조차 하루아침에 실직하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IT 업계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조건 없이 제공되는 현금이 경제 및 사회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을 실험하거나 도입한 국가는 핀란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 알래스카주, 한국 경기도 등이 있다. 특히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 수익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연간 수백 달러를 지급해왔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사회경제적 구조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질적인 호재인지, 아니면 잠재된 악재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찬성] 기본소득 제도, 경제적 불안의 원인 해소와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

현재 한국 사회는 고용 불안과 소득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빈곤율은 15.7%로, OECD 평균(11.7%)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본소득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국민의 삶에 안정성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의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은 지니계수를 0.3에서 0.26으로 낮추는 등 실제로 소득 격차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바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등 혁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일자리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술의 편리함 뒤에는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해고 통보를 받은 실직자들이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이들조차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며, 개인과 가정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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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이처럼 실직자 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소득이 분배되지 않으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하게 되고, 이는 곧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기본소득은 경제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실직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완화하고, 내수 기반을 유지하며 국내 경제를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취약계층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 된다.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소득은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뿐 아니라, 도전과 혁신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스위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기본소득이 도입된 지역에서 자영업자와 창업자의 수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다채롭게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본소득은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복지 제도는 수급 조건이 엄격하거나 기준이 모호해, 소득은 없지만 거주지나 재산 형태로 인해 복지 혜택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해왔다. 이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낙인 또한 불가피하게 따라왔다. 반면, 기본소득은 소득, 자산, 직업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되므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보다 평등하고 공정하게 이행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물론,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예산 부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자. 기본소득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게 된 국민이 많아질수록 기존에 소요되던 복지 예산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초기 예산은 ‘마중물’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기본소득 제도가 갖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와 가능성은 이미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실험과 도입을 통해 부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고 경제 구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미래형 제도’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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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기본소득제도의 출발점은 빈곤 완화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인도주의적 이상에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자. ‘빈곤 완화’는 결국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 평등은 듣기엔 이상적이지만 실제 구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시장은 자율적으로 조정되고, 그 과정에서 소득 격차와 계층 구조는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물론 극심한 빈부 격차를 완화하려는 정책은 필요하다. 경제의 순환이 멈추면 결국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는 경제 순환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어도, 역설적으로 시장의 구조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국민 1인당 월 50만 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600만 원.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총 3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 적자율은 2020년 기준 3.9% 수준이며, 복지 지출은 매년 평균 2.7%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310조 원 규모의 추가 지출이 더해진다면, 국가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은 더 많은 세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는 다른 분야의 공공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IMF와 Trading Economics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기준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약 54.5~55.2%로, 전 세계 9위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고령화, 복지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재정 건전성은 이미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기본소득을 전국 단위로 실행하는 것이 과연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선택일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실험적 사례에서도 기본소득의 한계는 드러났다. 미국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저소득층 1,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3년간 매달 1,000달러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제안한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근로 의욕은 오히려 낮아졌고, 고용의 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연간 근로소득은 1,700달러 감소했고 노동시장 참여율은 3.9% 하락했다. 월평균 소비는 310달러 증가했지만, 이는 소비 활성화와 경제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서울시가 실시한 ‘디딤돌 소득’ 실험에서는 기준 소득과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노동 소득은 25% 감소했고 고용률은 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식료품과 의료비 지출은 각각 5%, 3% 증가해 소비는 늘었지만, 근로 의욕과 노동 참여는 줄었다.


2025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도 현금성 지원과 기본소득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패트릭 크라우스 오픈 리서치 디렉터는 올트먼 실험을 토대로, 현금성 지원이 노동시장 참여율을 감소시키고 노동소득을 줄이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전국 단위의 기본소득 도입이 자본 축적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본소득이 소비 확대를 통해 경제 순환에 일시적인 긍정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 부담, 고용 의욕 저하, 국가 부채율 상승이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기본소득은 이상적인 제도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현 가능한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취지를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정책은 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기본소득의 양면성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인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제도다. 4차 산업혁명과 AI의 발전으로 인한 대규모 실직에 대응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소비를 유지해 경제 순환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실험에서 창업 증가와 빈곤 완화 효과가 일부 나타났으며, 사회적 낙인 없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포용성 또한 강조된다.


그러나 반대 측은 기본소득이 지나치게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며, 현실적인 재정 여건상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가 이미 높아지는 상황에서 연 310조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더불어 미국과 서울시 실험 결과, 노동 소득과 고용률 감소 등 근로 의욕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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