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존중으로 시작해 공감으로 완성하다ㅣ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7-09
조회수 2237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협상이란 과연 사업가에게만 필요한 기술일까? 사전적으로 협상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들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분쟁이 꼭 사업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그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감정 소모도 크다. 


사실, 조금만 차분하게 접근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협상은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이익을 조율하는 지혜다.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단지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협상의 판을 설계하고, 그 위에 전략적으로 말을 얹는다.


많은 사람이 '협상'이라는 단어에서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협상은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과정이며, 상대가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첫인상부터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인 태도로 접근한다면 협상은커녕 인간적인 관계조차 맺기 어렵다. 마음도 얻고, 목적도 이루는 것이 훨씬 현명하지 않겠는가?



꿰뚫는 듯한 눈빛보다 다정한 미소가 더 효과적이다

상대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있더라도 마음속 깊이 접어두고, 겉으로는 경계를 풀고 미소를 띠는 것이 좋다. 심리학에서는 경쟁자를 대할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긴장하지만, 자신보다 약하다고 느끼는 상대에게는 도와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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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마치 직장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빈민가에서는 자연스레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협상에서는 상대를 긴장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어수룩해 보이는 태도가 날렵하고 또렷한 태도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우월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로 인해 더 어려운 협상 국면을 감내할 시간과 에너지를 감수할 각오도 필요하다. 반대로,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느끼고, 그 감정은 곧 ‘양보해야 한다’는 심리로 이어진다. 그렇게 자연스레 자발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감정을 읽되,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전직 FBI 인질 협상가 크리스 보스(Chris Voss)는 “Yes는 함정일 수 있다. No가 진짜 대화의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상대가 처음부터 "Yes"라고 대답하게 만들기보다, 거절할 권리를 존중하며 진짜 대화를 시작하라는 의미다. 그의 협상 전략은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의사결정권은 상대에게 남겨 두는 방식이다. 이것이 협상에서 진정한 신뢰와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핵심이다.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공동 설립자 윌리엄 유리(William Ury)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감정은 감정대로 존중하되, 협상은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리는 감정에 휘둘리는 협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공감과 냉정한 구조적 분석을 병행할 때 협상은 성공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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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협상 이론의 고전인 『하버드 협상법』을 공동 집필한 로저 피셔(Roger Fisher)는 협상에서 꼭 기억해야 할 네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감정을 읽되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감정은 협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것에 끌려다니면 냉정한 판단을 흐릴 수 있다.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항상 다양한 대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의 해결책에만 집착하면 협상의 유연성을 잃게 된다. 가능한 선택지를 폭넓게 준비하고, 상대와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창의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셋째, 문제의 본질과 사람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태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실제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협상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계와 구조를 고려해 협상의 판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다.


로저 피셔의 이 네 가지 조언은 협상이 단순한 기싸움이 아니라, 전략과 관계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처럼 뛰어난 협상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감'과 '구조'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협상을 설계한다. 감정을 무시하지 않되, 감정에 끌려가지 않으며, 서로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점을 치밀하게 찾아낸다.


다정한 설득이 강한 압박보다 낫다

『협상의 기술(You Can Negotiate Anything)』의 저자 허브 코헨(Herb Cohen)은 협상에 능한 이들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그들은 밀어붙이는 타입이 아니라, 다정다감한 협상가들이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우월감을 느끼게 만들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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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그 핵심은 ‘배려’다. 복잡한 개념을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는 사소한 친절, 부드러운 유머와 인간적인 태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서 비롯되는 여유.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절제된 태도는 협상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든다.


실제로 강한 압박보다 진심 어린 공감과 신뢰가 오히려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낸다. 협상은 감정의 게임이자 관계의 예술이며, 동시에 전략과 구조가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협상가의 기본 자질, 결국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

협상의 기본은 말재주가 아니다.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느냐,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한 기법이나 요령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감수성과 태도다.


비즈니스든, 정치든, 또는 일상의 사소한 갈등이든 협상은 사람 사이의 일이다. 따라서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이익의 균형을 고려하고, 공감의 언어로 설득하는 태도는 어떤 협상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힘이 된다.


협상은 대립의 기술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예술이며, 결국은 관계를 만드는 지혜다. 아무리 논리가 완벽하더라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라면 상대의 마음은 닫힌다. 반대로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 속에서 공감과 배려를 느낀다면, 상대는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결국, 협상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도달하는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 시작점은 늘 같고도 단순하다. 바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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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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