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 효과의 오류, 들어봤니?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진 칼럼니스트
2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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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같은 사실을 접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곤 한다. 이러한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부른다. 프레이밍 효과는 선택지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의미로 제시했을 때, 사람들의 결정이 달라지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의 한 유형이다. 이는 판단이 논리나 규범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를 들어 ‘20%의 확률로 실패한다’는 표현보다 ‘80%의 확률로 성공한다’는 말이 더 긍정적으로 인식된다. 두 표현은 논리적으로 동일하지만, 뉘앙스의 차이가 사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출처:권예진 칼럼리스트)


사람들은 왜 프레임에 따라 달라질까?

프레이밍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이 모든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긍정적으로 표현되면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이며, 반대로 부정적인 표현을 접하면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 이처럼 프레이밍 효과는 우리 인지 시스템의 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레이밍 오류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항상 두 가지 프레임을 함께 비교하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맥락에 놓인 하나의 프레임만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 결과, 동일한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연령별 프레이밍 효과는 어떻게 다를까?

프레이밍 효과는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유년기에서 청소년기로 성장할수록 프레이밍 효과의 영향력은 증가한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실패와 성공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고, 정량적 판단에서 정성적 판단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확률 같은 수치적 정보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지만, 초등학생 이후부터는 감정, 가치, 사회적 요인 등 정성적인 판단 요소가 점차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상황에서 ‘200명을 살릴 수 있다’는 식의 이득 프레임에서는 비교적 확실한 선택을, ‘400명이 죽는다’는 손실 프레임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정적 추론을 사용하지만, 실패 경험이 부족해 위험 평가에 있어 과도하게 제한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면 노년기에는 인지적 자원이 줄어들고, 의사결정 상황에서 덜 까다로운 접근을 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경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하여 결정하고, 그 정보가 실제로 문제 해결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기의 사람들이 더 민감하게 프레임에 반응한다. 성인은 비교적 높은 작업 기억 용량과 인지적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시도하며, 상황의 패턴을 해석하고 시나리오 간 차이를 분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프레이밍 효과의 오류를 증명하는 실험들

프레이밍 효과의 대표적인 실험은 1981년,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에 의해 수행되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600명이 전염병에 걸린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고, 두 가지 치료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긍정적인 프레임에서는 "치료법 A를 선택하면 200명이 생존한다"고 제시되었고, 부정적인 프레임에서는 "치료법 B를 선택하면 600명 중 400명이 사망한다"고 표현되었다. 두 선택지는 통계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의미하지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긍정적 프레임을 제시받은 그룹의 72%가 치료법 A를 선택한 반면, 부정적 프레임을 접한 그룹에서는 오직 22%만이 같은 선택을 했다. 이 실험은 동일한 사실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프레이밍 효과의 강력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감정과 사회적 영향도 프레임에 작용한다

프레이밍 효과는 감정 상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나 리스크를 수용하는 경향이 커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는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기반 선택은 우리가 생각보다 더 자주,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압력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주변 사람들의 선택이나 사회적 규범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타인의 판단을 기준 삼아 자신의 결정을 수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동조 효과(conformity effect)’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프레이밍 효과는 언어에도 영향을 받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레이밍 효과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문제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외국어가 모국어보다 정서적 거리감이 크고 자동적 처리(automatic processing)가 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많은 숙고 과정을 거치게 되며, 프레임의 영향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결과는 다문화 환경에서 의사결정 교육이나 국제 비즈니스 협상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프레이밍 오류,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프레이밍 효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인지적 특성에서 비롯된 현상이기 때문에,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은 존재한다. 먼저, 문제 표현 방식을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제시된 정보가 감정을 자극하도록 구성되어 있지는 않은지, 혹은 의도적인 방향으로 선택을 유도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대안적 표현을 시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같은 내용을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으로 각각 바꾸어보며 사고해보면, 보다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량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치나 확률 같은 객관적인 정보에 익숙해지면 감정에 좌우되는 결정을 줄이고 논리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시선을 활용하는 전략도 도움이 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어보면, 프레임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덜어내고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프레이밍 오류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프레이밍 효과의 오류는 일상적인 선택뿐 아니라 정치, 경제,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심리학 실험들이 보여주는 사례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말하느냐”의 힘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그 프레임은 누구의 시선인지, 무엇을 유도하려 하는지를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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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민 인재기자 19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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