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바이스의 협업: 스마트 안경 시장의 개막과 애플·구글·메타의 3파전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AI 산업의 중심이 ‘성능 좋은 시스템의 개발’에서 ‘실제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일상 속 기기들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패션 아이템처럼 착용하는 ‘스마트 안경’, 정보 확인을 위한 ‘스마트 워치’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디바이스들이 AI와 만나 하나의 ‘작품’처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기술자들이 인간을 닮은 지능과 형태를 구현하고자 한 노력은, 어느덧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를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 오늘날 AI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움직이고, 상황에 맞는 표정과 피부 표현이 가능하며, 자연스러운 대화 속 ‘거절’과 ‘동의’ 같은 인간적인 반응도 구현해낸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는 감탄과 동시에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사진=Unsplash)
지난 20일, 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I/O)에서 자사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2013년 ‘구글 글라스’를 출시하고 2년 만에 단종시킨 이후, 무려 10년 만에 다시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번 제품은 XR(확장현실) 기술 기반으로, 하드웨어는 삼성물산, 디자인은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맡았다.
구글이 선택한 ‘안경’이라는 디바이스는 본래 시력 보완을 위해 존재했지만, 이제는 패션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꺼내고 조작할 필요 없이, 음성 인식 기술로 길 찾기, 자동 번역, 정보 검색, 예약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메타 역시 AR 기반 스마트 안경을 예고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음성과 손목 밴드를 이용해 실시간 통역, 메시지 전송, 영상 시청 등을 지원하며, 디자인은 레이밴과 협업했다. 지난해 공개된 ‘오라이언’ 모델은 1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신형 제품은 얼굴 인식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은 1,000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과 애플이 본격적으로 XR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며, 메타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글이 삼성과 손잡고 본격적인 출시에 나서자, 애플 역시 당초 2027년 예정이었던 자사 스마트 안경 출시를 2026년으로 앞당겼다. 애플은 자사 AI ‘시리’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내년 공개하고, 올해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기기에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통화, 음악 스트리밍,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메타의 레이밴 안경과 유사하지만 더 정교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 치열한 경쟁 구도로 인해 '스마트 안경 삼국지의 서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오픈AI도 AI 디바이스 개발에 착수했다.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협업 중이며, 화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카메라가 장착된 헤드폰 등 다양한 제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과거 AI 스타트업 '휴메인'의 AI핀 개발에 투자했을 만큼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크다”며 “이번 협업이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내 일상이 데이터가 된다 – '걸어다니는 센서'가 된 소비자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이 착용한 안경이 녹화하는 장면은 당신의 집일 수도, 자주 가는 카페나 거리, 혹은 만나는 사람이나 선호하는 브랜드일 수 있다. 그렇게 수집된 영상은 기업 서버로 전송돼 ‘데이터’로 축적되고, 다시 누군가의 내비게이션이나 추천 목록으로 활용된다.

(사진-Unsplash)
이러한 사생활 침해 우려와 범죄 가능성은, 10년 전 구글 글라스의 단종 원인 중 하나였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딥페이크 등 AI 기반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데이터화되는 현실은 마치 영화 The 100 속 인물들이 수상한 알약을 먹고 ‘걸어다니는 센서’가 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본은 우리가 느끼는 ‘편리함’이고, 그로 인해 기업이 얻는 ‘이윤’은 바로 우리의 데이터다. 축적된 빅데이터는 기업의 생태계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결국 우리는 편리함과 기술을 얻는 대가로, 기업의 입지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편리함 이면의 그림자 – ‘생각하지 않는 뇌’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존재에 그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AI는 ‘귀찮음’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파고들었다. 과거에는 직접 번역하고 정보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AI에게 몇 마디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수십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숙제 제출조차 복사와 붙여넣기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의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뇌 과학자들이 강조하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AI에 의존해 사고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AI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뇌가 쇠퇴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AI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생각할 줄 아는 소비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기술을 소비하는 동시에, 그 영향력과 대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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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AI와 디바이스의 협업: 스마트 안경 시장의 개막과 애플·구글·메타의 3파전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AI 산업의 중심이 ‘성능 좋은 시스템의 개발’에서 ‘실제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일상 속 기기들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패션 아이템처럼 착용하는 ‘스마트 안경’, 정보 확인을 위한 ‘스마트 워치’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디바이스들이 AI와 만나 하나의 ‘작품’처럼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기술자들이 인간을 닮은 지능과 형태를 구현하고자 한 노력은, 어느덧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를 만든 듯한 인상을 준다. 오늘날 AI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움직이고, 상황에 맞는 표정과 피부 표현이 가능하며, 자연스러운 대화 속 ‘거절’과 ‘동의’ 같은 인간적인 반응도 구현해낸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는 감탄과 동시에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사진=Unsplash)
지난 20일, 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I/O)에서 자사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2013년 ‘구글 글라스’를 출시하고 2년 만에 단종시킨 이후, 무려 10년 만에 다시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번 제품은 XR(확장현실) 기술 기반으로, 하드웨어는 삼성물산, 디자인은 국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맡았다.
구글이 선택한 ‘안경’이라는 디바이스는 본래 시력 보완을 위해 존재했지만, 이제는 패션과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꺼내고 조작할 필요 없이, 음성 인식 기술로 길 찾기, 자동 번역, 정보 검색, 예약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메타 역시 AR 기반 스마트 안경을 예고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다. 메타의 스마트 안경은 음성과 손목 밴드를 이용해 실시간 통역, 메시지 전송, 영상 시청 등을 지원하며, 디자인은 레이밴과 협업했다. 지난해 공개된 ‘오라이언’ 모델은 1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신형 제품은 얼굴 인식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은 1,000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과 애플이 본격적으로 XR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들며, 메타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글이 삼성과 손잡고 본격적인 출시에 나서자, 애플 역시 당초 2027년 예정이었던 자사 스마트 안경 출시를 2026년으로 앞당겼다. 애플은 자사 AI ‘시리’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내년 공개하고, 올해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기기에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통화, 음악 스트리밍,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블룸버그는 이를 "메타의 레이밴 안경과 유사하지만 더 정교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 치열한 경쟁 구도로 인해 '스마트 안경 삼국지의 서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오픈AI도 AI 디바이스 개발에 착수했다. 애플의 전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협업 중이며, 화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카메라가 장착된 헤드폰 등 다양한 제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과거 AI 스타트업 '휴메인'의 AI핀 개발에 투자했을 만큼 새로운 기기에 관심이 크다”며 “이번 협업이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내 일상이 데이터가 된다 – '걸어다니는 센서'가 된 소비자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이 착용한 안경이 녹화하는 장면은 당신의 집일 수도, 자주 가는 카페나 거리, 혹은 만나는 사람이나 선호하는 브랜드일 수 있다. 그렇게 수집된 영상은 기업 서버로 전송돼 ‘데이터’로 축적되고, 다시 누군가의 내비게이션이나 추천 목록으로 활용된다.
(사진-Unsplash)
이러한 사생활 침해 우려와 범죄 가능성은, 10년 전 구글 글라스의 단종 원인 중 하나였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딥페이크 등 AI 기반 범죄가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데이터화되는 현실은 마치 영화 The 100 속 인물들이 수상한 알약을 먹고 ‘걸어다니는 센서’가 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는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본은 우리가 느끼는 ‘편리함’이고, 그로 인해 기업이 얻는 ‘이윤’은 바로 우리의 데이터다. 축적된 빅데이터는 기업의 생태계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결국 우리는 편리함과 기술을 얻는 대가로, 기업의 입지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편리함 이면의 그림자 – ‘생각하지 않는 뇌’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존재에 그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AI는 ‘귀찮음’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파고들었다. 과거에는 직접 번역하고 정보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AI에게 몇 마디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수십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숙제 제출조차 복사와 붙여넣기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의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뇌 과학자들이 강조하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AI에 의존해 사고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AI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뇌가 쇠퇴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AI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생각할 줄 아는 소비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는 기술을 소비하는 동시에, 그 영향력과 대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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