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의학계가 오랜 기간 풀지 못했던 난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70%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65세 이후 발병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40~50대에서도 발병 사례가 늘고 있어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환이라 보기 어렵다.
알츠하이머 병은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질병 초기부터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깜빡거림과 유사해 초기 증상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고대 안산병원 신경과 김종헌 교수는 다만 "초기에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나 새로 배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최근 일이나 대화 내용을 반복해서 잊는 증상이 두드러진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사진=Unsplash)
일상적인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해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는 일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온라인상에는 다양한 소문이 떠돌지만, 과학적 근거를 갖춘 가설이나 이론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를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FDA가 승인한 검사는 루미펄스(Lumipulse)로, 혈장 내 두 가지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아밀로이드 침착물(플라크)이 형성됐는지 확인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단백질 형성 과정에서 구조 이상이 생겨 장기나 조직에 섬유질로 쌓이게 되는 물질이다.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부위는 점차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정상적인 단백질은 생성과 분해가 균형을 이루지만, 아밀로이드는 분해가 어려워 쉽게 축적되고 퇴행성을 띠는 특성이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알츠하이머 발병 가설은 이러한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서 뇌신경 세포가 사멸해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진단에는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요추 천자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 영상 검사가 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진단 역시 시각적 유추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루미펄스 검사는 간단한 채혈만으로 가능해 진단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검사는 인지 기능 저하 징후가 나타나 전문 치료 센터에 입원한 환자 대상으로만 시행된다. 의료진은 혈액 검사 결과를 다른 임상 정보와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혈액 검사 방식인 만큼 기존 방식에 의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사인 일본 HU 그룹 산하 후지레비오진단은 정확한 검사 비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미 알츠하이머 협회의 최고과학책임자 마리아 C. 카리요는 "오늘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있어 또 다른 진전을 이룬 날"이라며, "FDA의 이번 결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국내의 경우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서 약 1700만 원, 시설 및 병원에서 31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돌봄 비용이 의료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진단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서적·경제적 지원, 그리고 궁극적인 치료제 개발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지금,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기술의 수용을 넘어선 ‘포괄적 대응’이다. 알츠하이머병이 더 이상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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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의학계가 오랜 기간 풀지 못했던 난제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70%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65세 이후 발병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40~50대에서도 발병 사례가 늘고 있어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환이라 보기 어렵다.
알츠하이머 병은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질병 초기부터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깜빡거림과 유사해 초기 증상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고대 안산병원 신경과 김종헌 교수는 다만 "초기에는 최근에 있었던 일이나 새로 배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최근 일이나 대화 내용을 반복해서 잊는 증상이 두드러진다면 알츠하이머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사진=Unsplash)
일상적인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해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는 일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온라인상에는 다양한 소문이 떠돌지만, 과학적 근거를 갖춘 가설이나 이론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를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CNN,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FDA가 승인한 검사는 루미펄스(Lumipulse)로, 혈장 내 두 가지 단백질을 측정해 뇌에 아밀로이드 침착물(플라크)이 형성됐는지 확인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단백질 형성 과정에서 구조 이상이 생겨 장기나 조직에 섬유질로 쌓이게 되는 물질이다.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부위는 점차 기능이 저하되고, 결국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정상적인 단백질은 생성과 분해가 균형을 이루지만, 아밀로이드는 분해가 어려워 쉽게 축적되고 퇴행성을 띠는 특성이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알츠하이머 발병 가설은 이러한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서 뇌신경 세포가 사멸해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진단에는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요추 천자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뇌 영상 검사가 주로 활용돼왔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진단 역시 시각적 유추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루미펄스 검사는 간단한 채혈만으로 가능해 진단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검사는 인지 기능 저하 징후가 나타나 전문 치료 센터에 입원한 환자 대상으로만 시행된다. 의료진은 혈액 검사 결과를 다른 임상 정보와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혈액 검사 방식인 만큼 기존 방식에 의해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사인 일본 HU 그룹 산하 후지레비오진단은 정확한 검사 비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미 알츠하이머 협회의 최고과학책임자 마리아 C. 카리요는 "오늘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있어 또 다른 진전을 이룬 날"이라며, "FDA의 이번 결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국내의 경우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서 약 1700만 원, 시설 및 병원에서 3100만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돌봄 비용이 의료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진단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서적·경제적 지원, 그리고 궁극적인 치료제 개발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열린 지금,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기술의 수용을 넘어선 ‘포괄적 대응’이다. 알츠하이머병이 더 이상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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