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시대를 향한 또 다른 경고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올해 전국에서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180곳을 넘어섰다. 한때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로 가득하던 마을들도 현재는 신생아 탄생 소식조차 끊길 정도다. 아이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드물게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저출산이라는 벽에 부딪혀 성장이 정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연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저출산은 이미 우리 앞에 닥친 경제·사회적 과제다.

(사진=Unsplash)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은 2.1명이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에 불과하다. 이는 9년 만에 반등한 수치이기는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신생아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재정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가 금리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한국은 저출산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2025)’에서 저출산이 향후 한국 경제 저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현재 수준의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2050년 이후 국내 경제는 저조한 수준을 넘어 역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현금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채무를 더 증가시키는 경제적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현재 합계출산율인 0.75명이 지속된다면 한국 인구는 5100만 명에서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이 경우 205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뒤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은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58%가 65세 이상 인구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생산 가능 연령대가 50%에 미치지 못하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과열된 경쟁 사회의 산물
OECD는 한국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사교육비와 주거비를 지목했다. 실제로 유아기부터 시작해 초·중·고와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과정에서, 자녀 1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데 평균 약 3억 6000만 원이 든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사진=Unsplash)
취업과 입시에 유리한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수도권의 집값과 물가가 치솟는다. 반면 지방은 경쟁에서 밀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인구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창용 총재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시했는데, 이는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상당 부분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에 따라 선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일부 대학처럼 소수의 학생만 지역균형 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낙인 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청년층의 경쟁압력, 고용, 주거, 양육 불안에 이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대기업·정규직과 같은 양질의 '1차 노동시장' ▶중소기업·비정규직과 같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채 이동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골이 깊어지면 양 시장 간의 임금격차가 커져 사회 불안정이 심화된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등 상품시장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를 완화하려면 대·중소기업 간 함께 창출한 이익을 자발적 협상을 통해 배분하는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극심한 경제 양극화와 과열된 경쟁 사회가 만들어 낸 저출산 문제는 미래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양육비 지원 등 과도한 경쟁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시키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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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인구 절벽시대를 향한 또 다른 경고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올해 전국에서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180곳을 넘어섰다. 한때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로 가득하던 마을들도 현재는 신생아 탄생 소식조차 끊길 정도다. 아이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드물게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로 저출산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왔지만, 저출산이라는 벽에 부딪혀 성장이 정체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연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저출산은 이미 우리 앞에 닥친 경제·사회적 과제다.
(사진=Unsplash)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은 2.1명이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에 불과하다. 이는 9년 만에 반등한 수치이기는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신생아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재정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가 금리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한국은 저출산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7회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2025)’에서 저출산이 향후 한국 경제 저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현재 수준의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2050년 이후 국내 경제는 저조한 수준을 넘어 역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현금 지원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채무를 더 증가시키는 경제적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현재 합계출산율인 0.75명이 지속된다면 한국 인구는 5100만 명에서 50년 후 30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이 경우 205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뒤 18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OECD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은 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58%가 65세 이상 인구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생산 가능 연령대가 50%에 미치지 못하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과열된 경쟁 사회의 산물
OECD는 한국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사교육비와 주거비를 지목했다. 실제로 유아기부터 시작해 초·중·고와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 과정에서, 자녀 1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데 평균 약 3억 6000만 원이 든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사진=Unsplash)
취업과 입시에 유리한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수도권의 집값과 물가가 치솟는다. 반면 지방은 경쟁에서 밀린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인구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창용 총재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시했는데, 이는 각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상당 부분을 지역별 학령 인구 비율에 따라 선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는 "일부 대학처럼 소수의 학생만 지역균형 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낙인 효과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는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청년층의 경쟁압력, 고용, 주거, 양육 불안에 이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대기업·정규직과 같은 양질의 '1차 노동시장' ▶중소기업·비정규직과 같이 열악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채 이동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의 골이 깊어지면 양 시장 간의 임금격차가 커져 사회 불안정이 심화된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등 상품시장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를 완화하려면 대·중소기업 간 함께 창출한 이익을 자발적 협상을 통해 배분하는 동반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극심한 경제 양극화와 과열된 경쟁 사회가 만들어 낸 저출산 문제는 미래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양육비 지원 등 과도한 경쟁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시키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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