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사회에 쉼표를 건네다, “Chill Guy(칠 가이)처럼 살래”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2-09
조회수 2803

경쟁 사회에 '쉼표'를 건네다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최근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는 ‘강아지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Chill Guy(칠 가이)’.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마주치는 이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이 느긋한 표정에 열광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경쟁과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조금 뒤처져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주는 심리적 해방이 크기 때문이다. 


(사진=Printerval)



냉정함과 여유의 공존, ‘Chill’의 두 얼굴

영어 단어 'Chill'은 원래 ‘차갑고 냉정한’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일상 회화에서는 “take it easy”나 “긴장 풀고 쉬어”처럼 편안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반된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기에, Chill Guy(칠 가이), Chill Girl(칠 걸)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계속해서 성취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 경쟁과 바쁜 일상으로 정작 '개인의 여유'가 희박해진 MZ세대 사이에서 공감을 얻으며, ‘Chill Guy’ 밈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사진=Unsplash)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캐릭터가 바로 ‘Chill Guy’다. 사람들은 이 캐릭터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유머스럽게 리메이크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숏폼이나 영상 속에서 Chill Guy가 전하는 긍정적인 메시지와 차분한 조언은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주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캐릭터는 트렌드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해, 강박과 경쟁이 난무한 사회에 잔잔한 ‘쉼표’를 건네고 있다.


Chill Guy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 '불필요한 걱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 등의 메시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사슬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밈은 유명인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암호화폐' 시장까지 진출했다. 실제로 'CHILLGUY 토큰'이 등장해 경제 시장을 들썩이게 하면서, 밈을 넘어 문화와 경제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Slow Life style)과 현실도피 현상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뉴스와 미디어를 가득 메우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 '힐링',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소확행' 등도 이 밈의 인기에 한몫했다.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슬로우 리빙 스타일)과 같이 모두 여유롭고 평안함을 추구하는 심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밈의 근본적인 인기 요인은 현실의 스트레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쉴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사진=Unsplash)


우리의 일상은 언제나 바쁘고 빠르게 흐른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이리저리 치이며 사회생활을 하고, 집에서 잠깐 눈을 붙이면 어느새 다음 날이 밝아와 또다시 바쁜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돌아보면, 아무리 애써도 이미 앞서가는 경쟁자들과의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현대인은 편안한 도피처를 꿈꾼다. 


‘Chill Guy’의 대표적인 표현을 살펴보면 "시험 망쳤어도 괜찮아, 인생은 길잖아", "야근? 다음 생에는 재벌로 태어나면 되지", "오늘 면접 떨어졌어도 괜찮아,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야", "다이어트? 내일부터 시작하면 되지" 등이 있다. 


이러한 말들은 현실에서의 치열한 발버둥을 잠시 유보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대인의 바람을 대변한다. 이는 드라마나 웹 소설에서 ‘회귀’라는 키워드가 인기를 끌 때와 같은 심리적 맥락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스트레스에서 열심히 도피한다고 해서 현실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치고 힘들 땐 농담으로 웃어넘기면서 자신을 돌보는 것이 물론 좋다. 하지만 장기간 도피처에만 머무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를 외면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맞서고 해결하려는 태도도 필요하다. 




쉼 없이 달리는 사회, 쉬고 싶은 사회인들

지친 현대인들의 몸부림은 이번 밈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2000년 대 초반 붐을 일으켰던 YOLO족도 갑갑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했던 사람들을 일컫는다.


잊힐 만하면 또다시 사회적 프레임을 깨고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슬로우 리빙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돌고 도는 사회적 프레임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지쳐가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여러 형태로 호소해왔다. 


(사진=Unsplash)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은 더 이상 경쟁에 열광하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는 것에 주목한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즐거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회 프레임이 만든, 내가 아닌 본연의 나를 찾으려는 여정을 떠나보자. 우리는 과연 언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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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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