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따뜻한 이야기에서 시장의 경쟁력으로ㅣ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4-12-22
조회수 2187

차가운 사회 속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사람들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현대 사회는 시끄러운 일들로 가득 차 있으며,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우리 민족의 고유의 '정'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주의적인 사회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매년 연말,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현금을 두고 사라지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나타나 사랑을 전했다. 25년째 이름 없이, 얼굴 없이 그가 기부한 금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20일 오전 9시 26분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사진=Unsplash)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A씨는 "주민센터 인근 기자촌 식당 맞은편에 있는 탑차 아래에 상자(성금이 담긴)가 있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A씨가 말한 장소로 향한 직원들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노란색 돼지저금통과 5만 원권 다발이 들어있었다. 지폐는 모두 같은 매수로 고무줄에 묶여 정리된 상태였다. 성금과 함께 담겨있던 편지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가 올해 기부한 돈은 총 8003만 8850원이다. 5만 원권 1600장(8000만 원), 500원짜리 동전 42개(2만 1000원), 100원짜리 동전 171개(1만 1700원), 50원짜리 동전 3개(150원), 10원짜리 동전 60개(600원)다.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 소녀 가장,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2000년 4월 A씨가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 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두고 조용히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12월 26일에는 74만 원, 2002년에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 저금통이 전달됐다. 기부금의 액수도 점점 커졌다. 2009년에는 8000여 만 원을 놓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다.


2019년 A씨가 두고 간 6000여 만 원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는 선행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까지 25년 간 A씨가 기부한 금액은 총 10억 4483만 6520원이다. A씨의 뜻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있었다.


전주시는 지난 9일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라고 명명한 명예도로명의 사용을 2030년 1월 5일까지 5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명예도로명은 법적 도로명은 아니지만 지역 문화와 특징을 표현하고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부여된 것이다.


이 외에도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다. 지역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1004)의 날'로 부르며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되어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남을 위해 잃는 행위를 실천했을 때,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이러한 미담을 들을 때마다 덩달아 듣는 이의 마음도 온기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왜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저 '한 사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사진=Unsplash)


자신의 소유를 나누는 '기부'가 주는 심리적 가치 중 하나인 따뜻한 빛(Warm glow) 효과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부를 하며 자본을 나누지만, 나눈 소유의 가치를 초월하는 심리자본을 얻게 된다. 바로 상대의 기쁨에 영향을 받아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부를 하는 기부자에게도 해당되지만 따뜻한 미담을 읽고 듣는 제3자에게도 해당된다. 개인주의적으로 흘러가는 사회 속 마음 한 편에 있는, 따뜻한 '정'이 있던 사회를 갈망하는 바람이 만들어낸 현상인 것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기부란 모두 경제의 논리, 행위자가 실질적으로 세금과 관련된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의 관점에서는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와 관련해 한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결과, 5달러를 기부한 사람과 2달러를 자기 통장에 넣은 경우 둘 다 뇌의 보상 신호를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보상)이 통장에 들어왔을 때 해당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통해 기부를 했을 때와 통장에 돈이 찍혔을 때 보상과 관련된 심리를 담당하는 뇌가 동일하게 자극 받았다.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닌 기부를 선택했을 때만 뇌의 시상하부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과의 사회적 유대감에 필요한 사랑과 신뢰를 담당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부위다.


사람들은 따뜻한 사건이나 행위를 전해들었을 때, '공감'하며 타인의 감정을 실제로 체험하는 심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기부자가 기부를 했을 때 미담을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마케팅 시장의 경쟁력, '미담'

따뜻함과 무해성을 지닌 '미담'은 그저 마음의 온기를 채움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착한 것이 밥 먹여주냐?'라는 옛말의 관점을 깬 '미담'은 착한 소비를 중요시하고, 착한 기업을 선호하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선'이 경쟁으로 작용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미담'은 수십억 이상의 투자 자본이 소요된 광고 콘텐츠의 영향력을 초월하는 마케팅의 조커 카드다. 톱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하더라도 고객을 위하는 기업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감염의 위험으로 개봉 후 2시간이 지난 콘푸라이트를 먹지 못하는 어린 백혈병 환아를 위해 동서식품에서 출시한 '컵 시리얼 제품'의 미담, 단종된 딸기 고래밥을 먹고 싶다는 어린 환우의 이야기를 듣고 단종된 고래밥을 다시 생산하여 환아에게 전달한 미담이 퍼지며 그 어떤 마케팅보다 더욱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물론, 기업이 고객을 위한 진심만으로 따뜻한 행보를 이어갔는지, 이면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은 고객을 위해 행동했고, 다른 고객은 '미담'에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담'을 들은 소비자의 심리에서는 같은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착한 기업'의 이익을 안겨주고 싶을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미담은 따뜻한 이야기의 가치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평판을 신경쓰며 각 기업들만의 따뜻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따뜻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 덕목으로 사회에서 자리잡혀 있다. 작은 온기를 전하는 행동, 미담을 행하다면, 마음의 온기를 채울 뿐 아니라 당신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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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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