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질병치료 최후의 보루.. ‘장기이식’ | 밸류체인타임스 ​

유제욱 수습기자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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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유제욱 수습기자] 1954년 12월 23일, 미국브링햄여성병원의 수술실에 일란성 쌍둥이가 나란히 누웠다. 이 중 한 명은 심각한 신장질환을 앓아 죽어가고 있었다. 수술은 곧 바로 시작됐고, 장기기증자인 쌍둥이 형제로부터 건강한 신장이 분리되어 다른 형제에게 이식됐다.



이 수술은 최초의 신장이식 성공 사례가 됐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이식 수술이 급속도로 발전됐다. 집도의는 조지프 에드워드 머리와 E. 도널 토머스였다. 이들의 장기이식에 관한 연구는 수많은 생명을 건져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된다.


장기이식은 기원전 700년경에 처음 시도됐다. 그러나 까다로운 장기를 이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근대에 이르러서 이뤄졌다. 이전까지의 장기이식은 위험하면서도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별 소득없이 실패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의 존 헌터가 동물을 이용한 이식실험에 성공했고, 일부 장기가 동족끼리 이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를 바탕으로 1905년, 체코의 올로모우츠 병원의 에두아르트 점 박사가 사망한 16세 소년의 각막을 채취했고, 화학물질로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이식을 성공시켰다.


1953년에는 동물학자 피터 브라이언 메더워가 토끼의 피부 이식 실험에서 생물체의 *피아식별능력과 면역기능을 발견했다. 메더워는 토끼 A에게 토끼 B의 피부를 이식했을 때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토끼 C가 태아 시기에 토끼 D의 장기를 이식하면, 생체코드가 같아진다. 토끼 C가 성장한 후, 토끼 D의 피부를 재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밝혀냈다.

*(네이버 지식백과) 피아식별능력: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능력


20세기에 장기이식에 관한 정보가 점차 늘어나면서 같은 시기에 혈관을 정교하게 다루고 봉합할 수 있는 기술과 도구까지 나타났다. 사람에게 장기이식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장기이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메더워가 알아낸 면역반응에 관한 해결책이었다.


혈관을 잘 처리하여 장기를 이식한다고 해도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체내에선 T세포를 생성하여 새로운 장기를 괴사시킨다. 면역반응은 초급성, 급성, 만성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초급성 면역반응은 이식되자마자 몇 시간 혹은 몇 분 만에도 거부반응을 격렬히 일으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같은 반응이 몇 주 안에 발생하는 것은 급성 면역반응을 나타내고, 만성 면역반응은 몇 년 뒤에 장기가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면역반응은 대응하기에 매우 어렵지만 예방할 수 있다.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ABO혈액형과 HLA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혈액형A는 적혈구와 혈장에 각각 응집원 알파와 응집소 베타를 가지고, 혈액형B는 각각 응집원 베타와 응집소 알파를 가진다. 두 혈액이 섞여 응집원 알파에 응집소 알파가 만나게 되면 용혈이 발생한다(초급성반응).


HLA는 4가지 서브타입 A, B, C, DRBI로 나뉜다. HLA는 각각의 서브타입을 부모로부터 한 쌍씩 받아 형성된다. 서브타입이 4가지로  존재하지만 A 하나만 해도 종류가 몇 십 가지가 넘기 때문에 일란성쌍둥이를 제외한 혈연관계에서도 HLA가 모두 맞는 경우는 드물다. HLA는  A, B, DRBI 서브타입이 일치해야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혈액형과 HLA조건이 성립되면 초급성반응은 예방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면역체계는 곧 외부물체임을 인식하고 T세포를 생성한다(급성면역반응). 이 때문에 급성반응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면역억제제란 면역 능력을 떨어뜨려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약물을 뜻한다. 


최초의 면역억제제는 1961년, 1963년에 연이어 개발된 아자치오프린과 스테로이드였다. 그러나 두 억제제는 DNA생성에 문제를 일으켜 면역세포 분열을 방해하는 약물이어서 다른 정상세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간 및 골수 기능이 떨어지게 하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켰다.


대대적으로 사용 가능한 면역억제제는 1970년대 후반부터 개발됐다.  곰팡이의 일종인 톨리포클라디움 임플라툼에서 추출한 사이클로스포린은 기존의 약물들과는 달리 선택적으로 T세포만을 억제하여, 뛰어난 억제 효과를 갖는다. 1980년대 들어서는 사이클로스포린 같이 특정 면역 세포나 면역 물질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면역억제제(KF-506, 라파마이신, MMF, AL2R)가 줄줄이 개발되어 급성면역반응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  면역체계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건강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면역억제제로 인해 장기이식이 가능해지면서, 사망할 수밖에 없던 환자의 수명을 많게는 몇 십 년까지 늘어나게 했다. 


면역반응에 관한 문제점이 해결되자 장기이식은 빠르게 발전했다. 1963년 토머스 얼 스타즐의 간 이식, 1966년 W.D. 켈리의 췌장 이식, 1967년 크리스티안 바너드의 심장 이식, 1968 덴턴 쿨리의 심폐 동시 이식이 성공했고,  대한민국에서도 1969년 일란성 쌍둥이 신장 이식, 1979년 신장 이식, 1988년 간 이식, 1992년 심장 및 췌장 이식, 1996년 폐 이식을 실현시켰다.


국립장기 이식관리센터(KONOS)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신장 1,291건, 간 1066건, 심장73건, 골수 160건 등 총 3,148회의 장기 이식이 이뤄졌다. 장기이식 후 생존율은 간, 골수, 신장이 각각 29.5%, 58.68, 96.2%다.


장기이식에 대한 수많은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이있다. 장기를 이식할 수는 있지만 장기가 부족하다. 장기는 사람이 태어났을 때 자신의 장기만을 보유하지 여분의 장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기는 하나라도 부재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물론, 생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정상적인 장기’는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반적으로는 장기수혜를 원하는 경우, 1,216일을 기다려야 한다.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3가지로, 이종이식, 인공장기, 줄기세포가 있다. 이종이식은 사람이 아닌 다른 종에서부터 장기를 가져오는 방안이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의 조직 적합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아직 장기이식 시 일어나는 거부반응에 의한 생착 실패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2002년 미국 미주리대학교와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가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4마리를 만들어냈지만 장기이식에 적합할 때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또 이종이식에 성공할 지라도 종을 뛰어넘는 바이러스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의 흑사병이라 불리는 HIV는 아프리카 푸른 원숭이의 몸속에 존재하던 SIV의 변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SIV는 원숭이에게는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사람이 감염되면 에이즈에 걸린다. 이처럼 이종간의 장기이식은 적합성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비해 인공장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장기의 경우 면역거부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피부와 연골, 지방조직 등을 입체적으로 출력할 수 있는 바이오 잉크가 개발되기도 했다. 


영국의 레닝 대학교의 케빈워윅교수는 자신의 팔의 정중앙 신경에 무선송신기를 달아 로봇 팔을 움직이는 실험에 성공했고 MIT공대 생체공학과 휴 헤르 교수는 인공지능 칩을 장착해 팔다리 움직임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인공 의족을 제작한 사례가 있다.  


마지막은 줄기세포 기술이다. 신체를 구성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 적절히 분화시키면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08년, 폐질환으로 기관지를 잃은 스페인 여성에게 그녀의 몸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이용해 기관을 만들고, 이를 이식해 자가호흡을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이 성공을 시작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 의료 칼럼니스트는 “장기공급을 위한 해결 방안은 아직 윤리적인 부분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하다. 그러나 장기이식은 최초의 신장이식 수술 이후 반세기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살려냈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새로운 삶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진 출처: 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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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유제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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