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CBDC 시범 도입, 효율적 통화인가 통제된 사회인가 | 밸류체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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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2026년 새해를 맞아 중국은 한층 진화한 'CBDC 2.0'을 도입하며 화폐 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2.0 버전의 핵심은 디지털 위안화 지갑 잔고에 대한 이자 지급이다. 중국은 향후 디지털 위안화를 단순한 현금 대체를 넘어 예금 형태의 통화로 재정의하고,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완전한 통합을 예고했다.
사진출처:unsplash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 초부터 CBDC 시범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여러 국가가 앞다투어 도입하려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가치를 보장하는 공식 디지털 화폐다. 민간 기업의 가상화폐와 달리 국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며, 현금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지니면서도 전자적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CBDC란
CBDC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가치를 보장하는 공식적인 디지털 화폐로, 국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현금과 동일한 위상을 갖는다. 이는 현금과 같은 효력을 지니면서도 전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국가가 발행 주체라는 점과 실제 현금처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CBDC 도입은 현금 관리 비용 절감과 결제와 송금의 효율성 제고, 불법 자금 흐름 감시 등의 장점을 가진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유럽연합에서도 시범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단점 또한 뚜렷하다. CBDC의 구조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구조가 개인의 자금흐름을 국가가 직접 통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unsplash
또 모든 거래가 디지털로 기록되어 소비내역 추적과 금융검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개인의 재산권과 프라이버시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나아가 특정 지출 제한, 자금 동결, 금리나 보조금의 선택적 적용 등 화폐가 정책 수단을 넘어 통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CBDC가 행정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한국에서는 CBDC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단계 실험을 통해 다탕성을 검증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본격적인 사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내 시중 은행들도 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CBDC가 은행 중심으로 유통될 가능성을 보고 개별적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CBDC와 국가의 입장
국가의 입장에서 CBDC는 국가의 자산을 관리하고 정리하는데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세금징수, 복지 제공, 통화정책 강화 등 현재 사람이 일일히 관리하는 분야를 온라인으로 관리 가능하다. 또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형태로 현금을 통제할 권한을 갖게 된다.
정부가 CBDC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현재 시장에서 통화정책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가가 시행했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기준금리를 조정하고 시중은행은 기업과 가계로 돈이 흘러가길 기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시장의 흐름은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과 주식 시장 같은 자산시장으로만 이동하는 모습을 띈다. 금리를 내려도 소비가 늘지 않고, 위기 시 은행이 오히려 대출을 줄여 정책 효과 또한 더디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돈을 지급해 중간 단계인 은행을 거치지 않게 된다. 은행을 거치지 않으므로 현금흐름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국가는 통화정책을 직접 조정하고 금리나 여러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게 통제가능하다.
사진출처:unsplash
둘째, CBDC가 단순한 디지털 화폐를 넘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라는 점이다. 재정 지출과 복지를 조건부로 설정해 화폐를 특정 용도로만 사용하게 하거나 특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 되는 형태로 현금을 설정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처럼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국가가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 통제한다고 느낄 수 있다.
셋째, 국가의 입장에서 통제할 수 없는 현금이 통제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현금은 국가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다. 탈세와 지하경제, 불법 거래, 현금 거래 기반 자영업 등 현금을 통한 거래는 흔적이 남지 않아 흐름을 잡거나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사진출처:unsplash
CBDC가 도입되면 모든 거래기록이 전자적으로 기록되고 실시간으로 현금 흐름 파악이 가능하다. 이는 공정과세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래내역이 모두 기록에 남는다 점에서 국민들을 잠재적 감시 대상으로 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또한 여러 해킹 사태를 겪으며 기록이 안전하게 보관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넷째, 국가가 화폐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최근 한국경제의 흐름은 중앙은행을 벗어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빅테크 결제, 스테이블 코인 투자, 비트코인 투자 등 탈중앙화된 화폐로 움직임이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화폐의 주권이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과 글로벌 시장에 넘어갔다고 느낀다. 이는 중앙은행에서 통제하지 못하는 돈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CBDC 도입은 국가가 다시 화폐의 주권을 쥐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사진출처:unsplash
마지막 다섯째는 위기 상황에서 현금을 즉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금융위기, 전쟁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가는 신속히 개입해 통제하길 원한다. CBDC를 도입하면 뱅크런, 생필품 사재기 같은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현금을 즉시 지급과 회수가 가능해지며, 금융 위기 시 인출을 제한하거나 특정 계정 동결, 특정 물품 소비 금지 등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평등하다고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권력을 갖는다.
이러한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국가의 효율성과 개인의 자유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CBDC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중요한 화두다. 또 ‘CBDC는 선택가능한 수단으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 또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CBDC와 현금 종말론
일부 전문가들은 CBDC 도입이 사실상 현금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은 CBDC를 도입하더라도 현금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제도 활성화를 위해 현금 사용을 제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신규 ATM이 감소하고 시중 기관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현실적으로 현금 사용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
현금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오프라인 사용이 가능하며 제3자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CBDC는 거래 기록이 남고 시스템을 거쳐야 하며 조건과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반대되는 특징을 갖는다. 현금이 사라지고 CBDC 사용이 강제된다면 스마트폰이나 계좌 접근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의 화폐 사용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위기 상황에서의 통제다. 현금은 시스템 장애나 카드 결제 불가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하며 개인의 자산을 보존해주지만, CBDC는 정부의 재량에 따라 계정 동결이나 접근 차단이 가능하다.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흐름을 기록하고 즉각 통제할 수 있어 정책 효과가 상승하겠지만, 현금이 사라진 사회에서 CBDC가 통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금 사용을 보장하는 제도적 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CBDC와 기존은행
기존 금융 구조는 국민의 돈이 상업 은행에 예치되고, 그것이 대출과 투자로 이어지는 형태였다. 그러나 CBDC가 도입되면 개인과 기업이 상업 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에 직접 예금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지갑 역할을 수행하며 가장 안전한 예금처가 된다면, 파산 위험이 있는 일반 은행 예금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게 된다.
금융 불안이 발생할 경우 사람들은 안전 자산인 CBDC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킬 가능성이 크며, 이는 클릭 몇 번으로 실시간 대규모 인출이 일어나는 '디지털 뱅크런'을 유도할 수 있다. 안정성을 위해 만든 CBDC가 오히려 위기 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현재 중국 또한 CBDC 자체에 이자를 부여하며 은행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대출이나 신용 평가 등의 영역에서는 약점이 있기에, 은행이 소멸하기보다는 역할이 축소되고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록 은행이 즉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금융의 중심으로서 가졌던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CBDC는 구조적 편리함을 지니고 있으나 여러 이점과 위험이 공존한다. 도입이 가시화된 지금,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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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