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라라고 합의, 계산 없는 낙관주의에 빠진 한국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5-12-10
조회수 2705


마라라고 합의란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마라라고 합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안된 경제 구상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쇠퇴한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국에 채무 재조정과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세 폭탄을 경고하는 등 매우 강경한 정책 방향을 갖는다.


마라라고 합의가 주목 받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적이 마라라고 합의와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2기를 맞이하며 관세 전쟁을 선포했고 이를 통해 달러 약세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마라라고 합의와 플라자 합의

마라라고 합의의 핵심은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주요 교역국의 통화를 강세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1985년 미국이 주도한 ‘플라자 합의’와 매우 닮아 있다. 당시 미국은 달러 강세로 무역 적자가 심화되자 일본·독일 등 주요국과 강제적 환율 조정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엔화는 급격한 절상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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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이번 마라라고 합의는 플라자 합의처럼 공식 문서로 체결되는 틀은 아니지만, 미국의 관세·안보·환율 정책, 그리고 주요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실현 가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한국·일본·유럽 등은 달러 강세의 수혜국이라는 이유로 환율 조정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입장

현재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히 절하된 상태다. 올해 11월 환율은 1460원대로 치솟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규모 자금을 회수해 7조 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이는 한국 원화의 신뢰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11월 환율이 1,460원대까지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 가운데 원화가 가장 크게 절하된 것으로 기록됐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외국인 투자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동맹국들에게도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하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원화가 절하될 경우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은 채산성이 악화되고, 이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률과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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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반대로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자극할 수 있으나,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 투기성 자금의 급격한 유입과 이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달러 약세가 겹치면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 흐름에 더욱 쉽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


또한 원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소비쿠폰·지원금 등으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조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제한되고, 환율 안정 개입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약화된다. 이는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유지해야 할 경제적 자립성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위치, 다시 찾아온 환율전쟁

글로벌 경제가 불안정해질수록 각 국가는 자국의 경쟁력과 국제적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한때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산업의 기술들은 여러 국가로 유출되며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해킹 사건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 내부적 혼란까지 겹쳐 국가적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환율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명확한 상황에서 한국은 이에 흔들리지 않을 ‘체급’을 키웠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좁은 시야 속에서 내부 이익에만 몰두하는 동안 글로벌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위해 환율을 무기화할 것이 분명한 만큼, 한국은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하고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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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그러나 현실에서 한국은 이러한 체급을 충분히 키우지 못했다. 국내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거대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놓쳤고, 지금 세계는 이미 ‘탈세계화·블록화·환율 무기화’라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마라라고 합의가 실제로 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의 정책 방향성은 이미 분명하다.


한국의 기초체력

한국은 언제까지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경제 구조에 머물러야 하는가? 달러 약세 압박, 중국의 영향력 확대, 지정학적 충격 등 어떤 요인이든 한국이 스스로의 경제·금융·안보 체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다음 위기는 훨씬 크게 찾아올 것이다.


현재 정부는 과잉 규제, 비효율적인 보조금 정책을 벗어나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해외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장이 본래의 역동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과한 개입’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율’이 되어야 한다.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산업 규제 혁신을 미루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회피한다면 원화 강세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진짜 문제는 바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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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또한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안보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일부 비용을 감수해야 하더라도, 중국의 환율·무역 압박에 취약한 구조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민주주의·법치·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을 기초체력, 정부의 작은 개입, 경쟁력있는 기업,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동맹, 이 네가지가 모두 단단할때 한국은 미국의 약달러 전략과 중국의 통화 완화, 글로벌 공급망 충격에서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다시 각자 버티는 ‘자기 생존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마러라고 합의는 이러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신호를 듣고 움직일지, 아니면 제자리에 머물지는 결국 정부와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외부 환경에 기대는 경제 구조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환율 압력까지 견딜 수 있는 경제적 자립성을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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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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