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 흔들리는 학생 심리 건강 | 밸류체인타임스

연하진 칼럼니스트
2025-08-30
조회수 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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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연하진 칼럼니스트] 지난 5월,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스스로 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무단결석과 흡연 문제를 보인 학생을 지도하던 중,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과잉지도에 대한 항의를 받았다. 이후 학부모는 교사의 개인 연락처로 밤낮없이 연락하며 지속적으로 압박했고, 교육청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교사는 이 같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2023년 서울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며, 교육 현장에서의 경고음은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교사의 온라인 추모관에는 그가 학생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던 교사였다는 제자들의 추모 글이 이어졌고,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은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실제로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부모의 반복된 민원으로 한 학급의 담임교사가 무려 다섯 차례나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교사들은 전국 각지에서 해당 학부모의 직장으로 근조 화환을 보내며 집단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교권 보호를 위해 2023년 9월 ‘교권 5법’이 개정·시행되었지만,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교권 침해 건수는 504건으로 3년 연속 500건을 넘어섰다. 이 중 208건(41.3%)은 학부모에 의한 피해이며, 그 원인 중 가장 많은 143건(68.6%)은 학생 지도 관련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80건은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의 38.5%를 차지한다. ‘교권 5법’ 시행 이후 교권 보호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교사의 79.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는 점은 제도적 효과의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교총이 발표한 사례에는 교사의 교육 활동이 부당하게 아동학대로 고소된 경우가 다수 포함돼 있다. 예컨대, 행인에게 돌을 던지거나 타인을 괴롭히는 학생에게 일정 시간 자리를 지키게 한 교사의 조치는 ‘땀띠가 생기고 야뇨증세가 생겼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훈계를 통해 문제행동을 바로잡으려 한 학교장이 학부모에 의해 고소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EBS <다큐멘터리K>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교사들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법률전문가는 시험지에서 틀린 문제에 빗금을 긋거나 학생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제지한 행위조차 정서적 학대로 간주되어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고소된 교사는 총 8,489명에 달했으나, 이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단 2%에 불과했고, 나머지 98%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무혐의로 판결나기까지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교사는 심리적 압박 속에서 학교에 출근해야 했다.


교사가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것은 본연의 의무다. 그러나 남발하는 악성 민원으로 인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고 무기력을 초래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는 데 소극적이 되거나 아예 외면하게 되며, 이로 인해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결국 학생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교사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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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에게는 공감과 무조건적인 사랑뿐 아니라, 명확한 한계 설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울비(John Bowlby)의 애착이론에 의하면,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서 부모의 일관된 반응이 필수적이다. 이는 허용과 금지의 경계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아동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학교는 부모를 대신해 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아동이 사회성을 키우는 공간이다. 단지 지식 전달을 넘어, 건강한 인성 발달을 위해 교사가 지도와 훈육을 통해 학생의 문제에 적절히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신경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동의 충동 및 감정 조절 능력은 성인의 적절한 한계 설정 속에서 길러진다. 명확한 규칙과 책임의식 교육은 전전두엽 기능, 즉 집중력, 판단력, 자기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0-11세 무렵 교사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은 학생은 또래에 대해 18% 더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고, 공격적 행동은 38% 감소했으며, 반항 행동은 무려 56%나 줄어들었다. 이러한 효과는 4년 이상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그 영향을 받은 학생 역시 교사와의 관계에서 비협조적이 되기 쉽다. 이는 교사와 학생 간의 긍정적 관계 형성을 방해하며,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일관된 규칙 적용을 어렵게 만들어 학생의 정서·사회성·도덕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성인들의 분노 조절 문제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아동·청소년기에 자기조절력을 기르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임이 분명하다.


주의력 결핍 문제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중 자리를 이탈하거나, 교사의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필요만을 주장하는 행동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이러한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인식하지 못하며, 교사들은 이에 대한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와 자신의 필요만을 앞세워 끊임없이 요구를 쏟아내는 악성 민원 학부모의 태도는, 어쩌면 주의력 결핍 아동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요구는 많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거나 반성하지 않으며, 교사와 다른 학생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책임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녀를 정당하게 보호하려는 선을 넘어선 이러한 민원은 교사로 하여금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잃게 만들고, 깊은 자괴감을 안겨준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한 중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은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다시금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 지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교사들의 정신적·신체적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 중학생이 수업 방식에 불만을 품고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처럼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일부 사례가 아니라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두려움’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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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교권은 교사 개인의 고충을 넘어, 교육 현장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교사들이 회의감과 불안감 속에 교단을 떠나고 있으며, 교육에 대한 헌신보다 생존이 우선인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도 퇴직한 교원 수는 9,000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교원 대비 중학교 교사의 중도 퇴직률이 가장 높았고, 교직 경력 5년 미만의 초임 교사들 중에서는 초등학교 교사의 퇴직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교직에 막 입문한 젊은 교사들이 현장 적응에 실패하거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권 약화는 현재의 교육 현장뿐 아니라, 미래 교육을 책임질 예비 교사들의 유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2025학년도 교대 입시에서 일부 주요 교육대학의 평균 합격 내신 등급이 기존 1~2등급에서 4~6등급까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교육계에 대한 우려가 담긴 현실이다. 예전에는 교직이 안정성과 보람을 모두 갖춘 직업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힘든 일에 비해 존중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직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 오래 머무르며 헌신할 수 있어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교육은 단지 지식 전달을 넘어 인격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과정이며, 그 중심에 ‘존중받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학생 지도의 어려움은 단지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무너진 교실 안에서 바른 시민 의식을 가르치기는 어렵다. 교육은 교사만의 책임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 제도 전반의 공동 책임이다. 교사를 단지 '내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공무원'이 아닌 '교육자'로서 바라보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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