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경쟁하는 일자리 시장, 두려움보다 ‘대체 불가능한 가치’에 주목하라ㅣ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7-26
조회수 2055

인간 간의 경쟁에서 AI와의 경쟁 시대로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몇 년 전부터 거리 곳곳의 카페나 군것질거리를 파는 소규모 가게에 들어서면, 직원의 목소리 대신 메뉴가 띄워진 스크린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어떤 곳은 아예 무인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우리는 빠르게 그 풍경에 익숙해졌다. 이질감은 곧 일상이 되었다. 


(사진=Unsplash)


이후 다양한 매거진과 뉴스에서는 과거 사람들이 상상하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로봇, 무인 택시 등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육체노동을 대체하던 기술은 이제 인간의 ‘사고’까지 넘본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전자기기를 활용해 주장하는 글을 쓰기 위한 자료를 찾아보라”는 말씀에, 학생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ChatGPT’를 입력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어떤 학생은 아예 주장을 포함한 글 전체를 AI에게 작성해달라고 요청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과제로 제출하기도 한다. 성적은 대부분 A다. 그렇다면 이 지능은 누구의 것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내 독후감 대회 안내문에는 ‘AI 활용 시 자격 박탈’이라는 붉은 경고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무실 안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간 간의 경쟁은 이미 AI와의 경쟁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수 개월간 개발된 AI, 인간의 수 십년 경력을 허물다

AI 개발을 위한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도 다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실적과 무관하게 대규모 감원이 단행되고, 해고와 감원이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AI 개발 초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소수의 고지능과 창의력을 갖춘 인력과 방대한 데이터만 있으면 충분해졌다. 


이러한 흐름은 대규모 해고의 배경이 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보다 자사 AI의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이 훨씬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각), 테크계 감원 현황을 추적한 '레이오프(Layoffs.fyi)'에 의하면 이달에만 전 세계적으로 총 1만 6042명이 해고되었다. 


(사진=Unsplash)


이러한 불길은 테크 업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도 '해고를 앞둔' 불안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게임 개발 영역에서도 AI가 인간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시 사가'로 알려진 개발사 킹(King)이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된 인력 상당수는 자사에서 개발한 AI에게 대체됐다. 기술자들은 하루 아침에 자신들이 만든 AI에게 스스로 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이번 감원은 MS 게임 부문 전반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자회사인 킹(King) 외에 제니맥스(Zenimax), 턴10(Turn10) 등 다수 게임 스튜디오가 포함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킹은 전체 인력의 약 10%를 대폭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매체는 해고된 킹 직원들이 자신들이 직접 구축하고 훈련시킨 AI에 의해 대체되었다는 점에서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자리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내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PC게이머>가 익명의 내부 관계자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수개월 동안 AI 툴을 개발해왔는데, 그 툴이 우리 팀을 대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내부에서는 레벨 디자인, 및 내러티브 카피라이팅 팀이 집중적으로 감축됐으며, 해당 업무는 AI에 의해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문제집과 짧은 광고 영상 구석에 박힌 'MADE BY AI'가 여러 제작자의 이름을 대체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이미 광고와 마케팅 기획 및 디자인을 AI가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몇 달 사이 성장한 AI는 수십 년간 쌓아온 인간의 경험과 노력을 가볍게 앞질렀고, 많은 이들은 해고 통보 앞에 속수무책이다. 



AI와 차별화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향해

엑소 게임즈 염의준 대표는 지난 6월 개최된 NDC 25(2025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는 게임 개발자에게 위협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게임 체인저"라고 선언했다. 그는 AI 도입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개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해야 하는 지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인간의 판단력과 직관, 창의성, 동기야 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사진=Unsplash)


일자리가 위협받는 이 흐름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매몰되어 감정만 소비하기에는 도약을 위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슬픔은 짧게, 도약은 길게 가져가야 한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이제 우리는 AI를 두려워하는 경쟁자로 보는 수준을 넘어서, AI를 디딤돌 삼아 성장할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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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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