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비상, 한화 이글스의 12연승 | 밸류체인타임스

차시현 칼럼니스트
2025-06-07
조회수 1015

(사진=한화 이글스)

[밸류체인타임스=차시현 칼럼니스트] 1999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한 번 없고, 2018년 이후 단 한 번도 가을야구 무대에 오르지 못한 ‘불운의 아이콘’ 한화 이글스. 2018년 진입 전까지 5-8-8-6-8-9-9-6-7-8라는 암담한 성적표 앞에, 구단과 팬들은 그저 묵묵히 조롱을 견뎌냈다. 


하지만 2018년, 외야수 이용규의 화려한 ‘용규놀이’와 ‘악마의 2루수’ 정근우의 맹활약이 터지며 정규시즌 3위, ‘한풀이’ 같은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다시 최하위권으로 추락하자 팬들도 점차 등돌리기 시작했고, 2019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이어진 9-10-10-10-9-8에 탄식을 자아내기만 했다. 


2024 시즌 초반, 8연승의 스파크가 잠시나마 희망의 불씨를 살렸으나, 순식간에 꺼졌다. 롯데·KT·SSG에 밀리며 가을야구 경쟁권에서 완전히 이탈했고, ‘연승의 그림자’는 팬들의 상처만 남겼다. 


베테랑들이 떠나고, 김태균마저 유니폼을 벗었다. 프런트는 대대적인 리빌딩을 외쳤지만 FA 시장 복병 두산 외야수 영입은 무산되었고, 고액의 베테랑 계약은 기대 이하로 돌아왔다. 신인들은 타격·수비에서 나란히 10개 구단 최다 실책을 기록했고, 폭투 남발하는 10~15년 차 투수들 틈에서 오히려 갓 데뷔한 신인들이 ‘거포·신인왕 후보’로 주목받는 역설까지 빚어졌다. 


감독 교체도 잦았다. 한용덕, 수베로, 최원회를 거쳐, 급기야 시즌 중반의 ‘소방수’ 김경문 체제까지. 그러나 마법 같은 반등은 없었다. 김 감독조차 초반의 불안한 팀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고, 8위 마감으로 또다시 ‘변화 무용론’을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2024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최강’이라 불릴 만했다. 류현진 복귀, 문동주의 폭발적 구속, 페냐·산체스 재계약, 불펜의 박상원까지. 그러나 부상과 부진이 덮치며 그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압도적 구속이지만 제구 난조인 김서현, 체중 증량에 실패해 힘 빠진 황준서, 대체 선수 라이언 와이스의 선전만이 작은 위안이었다. 


그리고 2025 시즌, KT에서 FA 심우준·엄상백을 품었고, 외국인 폰세·플로리얼과 계약, ‘고교 최대어’ 정우주·권민규 지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개막전 승리 후 주현상의 부진, LG 스윕패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지만, 팀은 분명 달라졌다. 


4월 13일 키움전을 시작으로 4월 23일 롯데전까지 8연승, 한때 압도적이던 LG 트윈스를 맹추격했다. 이후 단 두 경기만 허용하며 단숨에 단독 1위가 되었다. 키움을 상대로 26년 만의 10연승, 33년 만의 11연승은 1999년의 영광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 한화는 폰세-와이스-류현진-문동주-엄상백 5인 로테이션과 박상원·한승혁·김서현으로 이어지는 불펜진, 그리고 부상 공백을 메운 이재원·문현빈·김태연이 만든 타선까지, 모든 구간에서 새로운 활기를 뿜어낸다. 김서현은 지난해의 제구 난조를 완벽히 씻고 ‘최고 마무리’로, 폰세는 정민철을 떠올리게 하는 위력으로 다승 2위에 올랐다. 와이스는 ‘대전 예수’로 돌아왔고, 류현진·문동주는 작년보다 더 단단히 팀에 스며들었다. 홈런왕 노시환도 공동 2위로 부상하며 ‘거포 본능’을 되살렸다. 


하지만 숙제도 여전하다. ‘78억·50억’ 심우준과 엄상백이 과연 가격표만큼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하다. ‘슬로우 스타터’라는 수식어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도윤·황영묵 등 2~4년 차 선수들의 성장이 더 눈부시기 때문이다. 


2025년, 창단 40주년을 맞은 한화 이글스는 지금껏 가장 찬란한 비상을 준비 중이다. 조롱 속에서 일군 1위, 그러나 아직 100경기가 남아 있다. LG가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뤘듯, 한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진정한 승리는 ‘끝까지’의 기록이다. 팬들의 26년간의 염원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스스로 ‘독수리의 시대’를 증명하기 위해, 선수들은 한시도 방심 말고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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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차시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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