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파손된 개인 물품, 배상해야 할까?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진 칼럼니스트
2025-06-03
조회수 1607

[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최근 광주의 한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소방관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한 사건이 있었다. 구조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해당 세대의 주민들이 파손된 현관문과 도어록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공익적 목적의 긴급 구조 활동과 개인의 재산권 보호 사이의 충돌이라는 오랜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당시 소방관들은 응답이 없는 빌라 내 6세대의 출입문을 강제 개방했다. 이 과정에서 현관문과 잠금장치가 손상되었고, 그 피해액은 총 508만 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민간 화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세대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문제가 복잡해졌다.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한 보상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 제도상, 소방 활동 중 발생한 피해에 대해 배상받으려면 ‘소방관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인명 구조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일부 세대주들이 소방서에 직접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방 당국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인명 구조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도 개인 재산에 손해를 끼쳤다면 그에 대한 배상은 정당하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긴급 구조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이를 이유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출처:unsplash)




인명 구조 목적이라 해도, 재산 피해에 대한 배상은 필요하다

소방관이 인명 구조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재산이 훼손되었다면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경우 명확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신속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어떠한 사유든 개인이 재산 피해를 입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공무 수행 중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사유 재산권 보호와 시장 경쟁 원리에 기반을 둔 경제 체제로, 재화의 생산과 교환을 통한 자본 축적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체제에서 긴급 상황이라 할지라도 소방관의 과실이나 위법 행위로 인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고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행위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이러한 시각은 소방관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공공복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재산권의 제한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근대 시민 법치 국가에서 확립된 법적 기준이며,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명시되어 있다. 헌법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익을 목적으로 한 재산권 제한은 헌법에 근거한 정당한 조치이며, 이는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무 수행 중 발생한 재산 피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혹은 소방관의 행위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면책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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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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