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은 사라지고 상상만이 남겨지는 공간, 꿈(Dream) | 밸류체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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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최선혜 칼럼니스트] “우리는 왜 꿈을 꾸는가?” 이 오래된 질문은 과학과 철학, 예술을 오가며 여전히 명확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수면 과학이 발달하면서 꿈의 정체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렘수면, 아세틸콜린, 전전두엽의 활동 중단과 같은 신경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우리가 경험하는 꿈이 단순한 환상이 아닌, 치밀하게 작동하는 생리적 시스템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인간의 뇌는 잠에 들면 대부분의 활동을 멈춘다. 대략 75%의 활동량이 줄어들지만, 잠이 든 지 약 90분이 지나면 갑작스레 뇌의 일부가 다시 깨어난 듯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시점이 바로 렘수면(REM Sleep), 즉 ‘빠른 안구 운동 수면’의 시작이다. 이 단계에서 눈동자는 닫힌 눈꺼풀 아래서 빠르게 움직이고, 그때 뇌는 기억을 시각적으로 복원하고, 생생한 이미지로 편집하고 재조합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를 '꿈'으로 인식한다.
꿈의 정체에 접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바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물질은 렘수면이 시작될 무렵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낮 동안 입력된 기억과 정보를 되살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아세틸콜린이 감각을 차단하는 기능도 동시에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꿈속에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사건들—벼랑에서 떨어지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경험조차—실제로는 통증도, 공포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본 것'처럼 흘러갈 뿐이다.
렘수면 상태의 뇌는 매우 독특하다. 전전두엽, 즉 논리적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거의 활동을 멈추는 동시에,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사고를 정돈하는 물질은 감소한다. 그 대신, 다양한 기억을 호출하는 물질들이 활성화되어 뇌는 무작위의 기억들을 꺼내 조합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마치 논리 없는 편집장처럼 장면을 바꾸고 인물을 뒤섞으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무질서 속에서 우리는 공항에서 교실로, 낯선 사람에서 가족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비현실의 흐름을 꿈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수면의 약 80%는 렘수면 상태에서 꿈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꿈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깨어난 시점이 렘수면 상태가 아니라면, 방금 전까지 꾸었던 꿈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뇌가 다시 현실의 감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방금 전까지의 ‘시뮬레이션’은 흔적 없이 증발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꿈의 기능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꿈은 뇌의 쓰레기통”이라고 표현했다. 저장할 가치가 없는 정보나 불필요한 감정을 꿈이라는 방식으로 ‘비워낸다’는 주장이다. 한편, 최근에는 꿈을 보다 창의적인 도구로 보는 시각도 강해지고 있다. 꿈은 ‘가상 시뮬레이션’이며, 뇌가 위험을 가정하고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현실에서는 도전하지 못할 고민이나 두려움을 꿈이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미리 체험하고, 감정적으로 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잠들기 전까지 머리를 싸맸던 문제가 아침에 문득 해결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이 역시 꿈이 뇌의 복잡한 기억을 조합하면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기억의 정리는 물론이고 창의적 사고까지 가능하게 하는 이 ‘무의식의 편집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인지 모른다.
꿈은 두 얼굴을 지닌다. 하나는 신경학적 부산물로서의 역할이다.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돈하며 뇌의 용량을 확보하는, 철저히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또 하나는 심리적 시뮬레이터로서의 기능이다. 위험을 가정하고, 걱정을 재현하고, 상상 속의 문제를 실험하는 뇌의 안전한 연구실. 현실에서는 절대 해보지 못할 선택이나 상상을 꿈속에서는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현실의 문제 해결에도 직접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인간의 하루는 의식과 무의식이 번갈아가며 지배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논리와 이성을 무기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와 소통한다. 하지만 꿈을 꾸는 밤의 시간은, 감정과 기억, 상상이 빚어내는 또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는 종종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을 되짚어주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민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전히 꿈의 모든 비밀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꿈은 그저 밤의 덧없는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재조합하고 감정을 정리하며, 우리가 낮에는 감히 마주하지 못한 문제와 맞서게 하는 무의식의 실험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꿈을 단순한 신비로 치부해선 안 된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고유한 능력이자, 스스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오늘 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이냐 환상이냐가 아니라, 그 꿈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그 무의식의 메시지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당신의 내면은, 어쩌면 꿈이라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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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최선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