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맞춤 현대 경영의 핵심, 수익 경영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5-03
조회수 613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2018년 10월 13일, 미국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아주 특별한 와인'이 사상 최고가에 낙찰됐다. 프랑스 최고급 와인 산지로 손꼽히는 부르고뉴의 '로마네 콩티1945'의 한 병이 그 주인공이다. 이 와인은 무려 55만 8000달러(약 7억 8200만 원)에 낙찰되며 와인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사진=Unsplash)


그렇다면 이 와인은 왜 약 7억 8200만 원이라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로마네 콩티 자체의 가격이 한 병에 6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보르도산 특급 와인이 약 10만 병 생산되는 데 비해 로마네 콩티는 겨우 5000~6000병만 생산된다.


그중에서도 다른 로마네 콩티가 아닌 '1945년산'이 주는 특별함은 무엇인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있다. 전쟁을 일으킨 1945년 5월 8일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기까지 2차 세계대전은 5년 8개월 가량 지속됐다. 당시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인 '비시 프랑스(Vichy France)'가 지배하던 시절, 부르고뉴 지역은  나치가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


고품질의 와인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즉 1945년산 로마네 콩티는 오직 프랑스 토종 포도로만 만든 마지막 제품이라는 '희소성'과 혹독한 세월을 이겨낸 승리의 '상징성'을 띠는 제품이다. 배경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붉은 와인 중 하나일 뿐이지만 역사의 세월과 상징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55만 8000달러의 가치가 정당하게 느껴진다. 


한정된 자원은 모두가 소비할 수 없다. 특히 자원이 절실하거나 긴급한 상황일수록 그 자원의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된다. 현대 사회에서 이 가치는 ‘가격’이라는 형태로 통화와 연결된다. 


그런데 제품이나 자원의 가격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보다 높게 책정되면 외면받게 되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그 상징성과 희소성이 과소평가된다. 문제는 소비자가 단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각 소비자는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여기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한다.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고, 소비자는 최소의 지출로 최대의 만족을 원한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는 전략이 바로 ‘수익 경영’이다.


항공 산업은 수십 년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항공사가 등장하고 사라져 왔다. 그러나 그 가운데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은 뛰어난 생존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살아남았다. 그 핵심 전략은 바로 소비자가 가치를 책정하는 방식이었다. 


시장에 저가 항공사가 점점 늘어나자, 아메리칸 항공은 경쟁에서 점점 불리해졌다. 소형 항공기를 운영하는 저가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사진=Unsplash)


같은 목적지, 유사한 서비스라면, 특히 관광 목적의 고객들은 굳이 더 비싼 항공사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관광객들은 편의성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이러한 가격 경쟁에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아메리칸 항공은 기존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해법으로 수익 경영 전략을 도입했다.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분석해, 항공권에 차등 가격제를 적용한 것이다.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경로보다는 직항을 이용하는 고객, 사업이나 바쁜 일정 등으로 비용보다 업무 일정의 중점을 두어 이용하는 고객, 일정보다는 단순한 여행을 목표로 저렴한 비용을 중요시하는 고객과 같이 소비자별로 높게 책정하는 가치를 분석해 항공권에 차등 가격제를 적용한 것이다. 


업계 최초로 고객 우대 프로그램 도입 및 승객들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가격 책정 전략 조정을 시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슈퍼 세이버 요금’이다. 이는 미리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항공 업계는 다른 시장에 비해 고객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전략에 더욱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고객의 구매 성향이나 지불 능력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에 적합한 맞춤형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아메리칸 항공은 오히려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만약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기존 가격 정책을 고수하거나 무리하게 소형 항공사와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했다면 오늘날 아메리칸 항공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기업이 소비자의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펼칠 때, 수익성과 생존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영의 핵심, 수익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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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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