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칼럼] 1.5도 마지노선을 밟아버린 인류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3-22
조회수 2031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창밖에 서린 냉기는 서서히 온기로 바뀌어 가고, 어느새 반팔 차림의 사람도 드문드문 보인다. 겨울 동안 이상저온 현상과 기습 한파로 개화시기가 늦어진 만큼 지구의 상황은 이미 악화되었고, 불과 몇 달 후부터는 폭염으로 들끓을 예정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 발표한 '2024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최종본에 2024년이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높아진 첫 해로 기록되었다고 밝혔다. 1.5도는 10년 전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그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고자 설정한 수치다.


파리협정은 만료를 앞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으로, 195개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된 미래 환경을 위한 약속이다. 교토의정서와 달리 종료 시점이 없으며,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사회는 1.5도를 넘지 않겠다고 함께 약속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 한계에 거의 다다른 상태다. 


(사진=Unsplash)


WMO는 다만 한 해 지구 평균 온도가 일시적으로 1.5도를 넘어섰더라도 파리협정이 지향하는 ‘장기적 목표’인 만큼 국제 사회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안일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산업혁명 이후 온도 상승세는 매우 가파르며, 지금 1.5도의 궤도를 아슬아슬하게 지킨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WMO가 이날 공개한 기후 현황보고서 최종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1.55도(±0.13도) 상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175년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해였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가장 따뜻했던 해로 기록됐던 2023년의 경우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0.12도)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불과 1년 만에 그 기록이 깨진 셈이다. 10년 단위로 봐도 2015년부터 2024년까지가 가장 따뜻한 10년이라는 점은, 산업혁명 이후 온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WMO는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연초에 정점을 찍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더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엘니뇨는 지구 온난화와 달리 지구의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자 엘니뇨의 기간이 늘어나 ‘끓어오르는 지구’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12월 사이 평균 기온은 2023년 이전 대비 모든 월 평균 기온을 갈아엎었다. 지구의 온난화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농도 또한 지난 80만 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관측값인 2023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0±0.1ppm으로, 무려 3조 2760억 톤에 이르는 양이다. 2022년 대비 2.3ppm 높아졌고, 산업화 이전(1750년) 대비 151% 수준이다. 다른 주요 온실가스 수치 또한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탄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265%, 이산화질소는 125% 증가했다. 실시간 자료 기준 이들 온실가스는 올해도 계속 증가세만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양 열 함량 또한 65년 관측 기록상 가장 높은 수치다.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해양 온난화는 21세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년 해양 온난화 속도는 1960~2005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측정됐다. 급격히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와 아슬아슬한 적정 온도의 궤도 속에서 우리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장기 지구 온도 수준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아직 가능하지만, 전 세계가 올해 예정된 국가별 기후 계획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우리는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전 세계 국가 중 절반만이 기후위기 위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부드러운 경고이지만 사실 상황은 훨씬 더 긴박하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계절감에 맞는 풀들을 보기 어려워지거나 에어컨을 더 많이 쐬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곧 경제적 손실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지갑과 직결된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나라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Unsplash)


국립수산과학원이 과학 조사선과 인공위성에서 관측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다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도로, 최근 57년(1968~2024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23년(19.09도) 대비 0.65도나 높아, 1도 상승에 근접한다. 


전국 모든 해역에서 역대 최고 수온을 기록했고, 특히 남해는 무려 20.26도까지 치솟았다. 육지에 비해 서늘한 해양의 높은 온도는 여러 어종과 수산물 시장에 큰 타격을 미쳤다. 지난해 경남의 고수온 특보는 무려 62일간이나 지속됐다. 고수온 특보는 지난해 7월 11일 사천과 강진만에 예비 특보가 내려진 이후  8월 2일 진해만 해역 주의보 상향, 8월 19일 도내 전 해역 경보 확대 등 단계적으로 상향되었다.


그 여파로 어가의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2021년 116억 5900만 원에서 2023년 207억 2200만 원, 지난해 659억 2200만 원까지 증가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피해액은 약 5배나 늘어난 수치다. 여러 어종과 수산물 시장의 피해는 고스란히 밥상 물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그 부담은 다시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정한 '마지노선'인 1.5도를 사실상 밟아버렸기 때문이다. 급격하면서도 서서히 진행되는 기후 위기 속에서 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게 될 것이다. 


이는 지구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기에 개인 차원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지구의 안녕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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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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