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소란속의 침묵┃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5-03-13
조회수 287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이어폰 · 에어팟 · 헤드셋 등을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노이즈 캔슬링 즉 소음을 차단 또는 상쇄시켜 잡음 없이 잘 들리도록 해주는 기능이 탑재되면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밖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모른다. 집중이 필요할 때뿐 아니라 외부와의 차단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원치 않는 소음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에서 전체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통화하거나 이어폰 없이 영상을 시청하고 일행들끼리의 도를 넘어선 대화와 웃음소리 등은 시끄러움과 불쾌함을 유발한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차단하고 원하는 소리로만 채우다 보니 잠시의 고요함도 견디지 못하게 된다. 특별히 시청하려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습관적으로 TV를 켜놓거나 집중해서 공부나 일을 해야 할 때도 음악을 재생한다. 잠자기 전까지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뿐 아니라 취침 때도 재생되어 잠에서 깨더라도 소리가 들리도록 한다.

 

 

같이 있어도, 홀로 있어도 침묵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한다. 여백을 보면 참지 못하고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고요함이 낯설어 공간을 소리로 채운다. 침묵은 소리 이전의 소리이며 태초의 소리라는 예전의 광고 문구가 있다. 단순한 조용함이나 소음을 제거한 상태가 침묵의 전부라 할 수 없다. 침묵은 공백이나 반응 없음이 아닌 오히려 적극적인 듣기의 자세이며 큰소리보다 더한 묵직함과 의미를 전달한다.

 


[사진출처 unsplash]




홀로 있는 순간, 잠시 모든 인위적인 소리를 제거해 보라. 비어있는 공간 안의 묵직한 침묵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라. 분주하고 끝없는 소리로 가득 채워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멈춰보자. 멈춤 · 고요 · 침묵 · 사색은 하나로 이어져 나를 깊게 한다. 침묵의 시간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침묵의 장소로 찾아가거나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침묵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엔트로피 법칙처럼 시끄러워지는 건 자연스럽지만 침묵은 인위적인 노력이 들어가야 조성된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분주함과 멈춤, 소란함과 고요함은 이어져야 한다. 고요함이 필요한 때에도 소란으로 채운다면 고독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고독(孤獨)’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말하며 자발성이 수반된다. 홀로 있는 고요함에서 자신과 함께 할 줄 아는 사람만이 군중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이다. 낮과 밤이 교차하듯 소란함 뒤의 고요함을 담담히 맞이하여 깊어지는 자신을 만나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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