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시간은 물처럼 흐른다고 합니다. 물이 시내로 시작해서 강과 바다로 향하듯 시간이 과거로부터 지금을 거쳐 미래에까지 이어져있는 특성과 유사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다세계해석, 평행우주 등 시간은 중첩되어 있고 시공간이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며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된다고 보지 않는 관점들도 있지만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기록인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만 뚝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시대의 구분이 있지만 한참의 시간 후에 기록된 것일 뿐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자신이 근대를 살고 있는지 고대를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주어진 시대를 살아갔을 뿐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이며 ‘현대사회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대적 특성’을 표현하는 ‘유동적 근대성liquid modernity’이라는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탈근대성의 표현이며 ‘액체 근대’라고도 불립니다. 바우만은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를 비롯한 여러 저서를 통해 기존의 고체와 같은 견고한 체제의 근대사회가 유동적인 사회로 전환됨을 나타냈습니다.
유동성의 물결은 더욱 세차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시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교육 · 근무 양식 · 유통 형태 · 여가 방식 등 모든 방면에 거센 파도가 몰아쳤습니다. 제멋대로 출렁거리며 유동하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확실하거나 안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정적이며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시스템들은 울타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고 파도 위의 물살 위를 올라탈 수 있는 배와 서핑보드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견고한 바탕에 기반을 둔 사회가 아닌 액체와 같이 출렁출렁 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바우만의 생각은 송길영 작가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도 확인됩니다. 책에는 우리가 알던 믿음이 흔들리고 과거의 묵시적 계약이 무효화되기 시작하는 현상을 ‘가치관의 액상화 liquefacton’라고 표현합니다. 기존의 생각과 가치관의 흔들림은 기본 전제가 바뀌는 현상이기에 다른 것까지 바꿀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관성이 힘을 쓰지 못하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격차가 만들어집니다.’ [송길영 저, 『그냥 하지 말라』 p.114]
우리 삶에도 고형화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결과물 즉 결정체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과정은 진행 중이며 결승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명확한 결과물을 원합니다. 과정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당장 힘들고 어렵습니다. 결승점에 도달하고 한숨 돌린 후에 뒤를 돌아보면서 고생한 과정이 행복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가는 중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안정성을 보장받는 견고한 기반을 원하기에 성과를 이룬 누군가를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안정이 오늘의 안정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변함없는 사실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동성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통용되었던 것들이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고 따진다면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뉴스를 접할 때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면 당장 급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집니다. 예를 들어 요 근래 이슈가 되는 의대정원확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이미 자명한 사실이며 해마다 의대 졸업생들은 배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명을 늘린다면 그들이 졸업해서 본격적으로 전문의가 되는 1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까요? 출렁이는 파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남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액체 근대’는 ‘물’과 연결되며 「도덕경」에 나오는 ‘물’까지 확장시켜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고사 성어는 물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냅니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정면으로 대치하지 않고 돌아서 비켜갑니다. 또 웅덩이를 만나면 뒤에 오는 물을 기다렸다가 채운 뒤에 함께 갑니다. 때로는 장애물을 등에 업고 가며 그릇의 모양을 탓하지 않고 담깁니다. 서두르지 않으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마침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가 됩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줄기를 품어 만들어집니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世上)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일들이 전문화 · 가상화 · 무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희망보다는 절망, 기쁨보다는 슬픔, 용기보다는 좌절 그리고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적으로 보입니다. 변화는 나의 대처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물과 같이 사는 건 어떤지 제시해봅니다. 물은 그릇의 모양을 탓하지 않습니다. 어느 그릇이든 담기지만 자신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처럼 세상이라는 큰 그릇에 나를 담아가는 작업을 해보기를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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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시간은 물처럼 흐른다고 합니다. 물이 시내로 시작해서 강과 바다로 향하듯 시간이 과거로부터 지금을 거쳐 미래에까지 이어져있는 특성과 유사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다세계해석, 평행우주 등 시간은 중첩되어 있고 시공간이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며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된다고 보지 않는 관점들도 있지만 보통 시간은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기록인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만 뚝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시대의 구분이 있지만 한참의 시간 후에 기록된 것일 뿐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자신이 근대를 살고 있는지 고대를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주어진 시대를 살아갔을 뿐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이며 ‘현대사회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대적 특성’을 표현하는 ‘유동적 근대성liquid modernity’이라는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탈근대성의 표현이며 ‘액체 근대’라고도 불립니다. 바우만은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를 비롯한 여러 저서를 통해 기존의 고체와 같은 견고한 체제의 근대사회가 유동적인 사회로 전환됨을 나타냈습니다.
유동성의 물결은 더욱 세차졌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시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교육 · 근무 양식 · 유통 형태 · 여가 방식 등 모든 방면에 거센 파도가 몰아쳤습니다. 제멋대로 출렁거리며 유동하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확실하거나 안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정적이며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시스템들은 울타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고 파도 위의 물살 위를 올라탈 수 있는 배와 서핑보드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unsplash]
견고한 바탕에 기반을 둔 사회가 아닌 액체와 같이 출렁출렁 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바우만의 생각은 송길영 작가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도 확인됩니다. 책에는 우리가 알던 믿음이 흔들리고 과거의 묵시적 계약이 무효화되기 시작하는 현상을 ‘가치관의 액상화 liquefacton’라고 표현합니다. 기존의 생각과 가치관의 흔들림은 기본 전제가 바뀌는 현상이기에 다른 것까지 바꿀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관성이 힘을 쓰지 못하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격차가 만들어집니다.’ [송길영 저, 『그냥 하지 말라』 p.114]
우리 삶에도 고형화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결과물 즉 결정체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과정은 진행 중이며 결승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측정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명확한 결과물을 원합니다. 과정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당장 힘들고 어렵습니다. 결승점에 도달하고 한숨 돌린 후에 뒤를 돌아보면서 고생한 과정이 행복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해 가는 중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안정성을 보장받는 견고한 기반을 원하기에 성과를 이룬 누군가를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안정이 오늘의 안정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변함없는 사실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동성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통용되었던 것들이 지금은 유효하지 않다고 따진다면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뉴스를 접할 때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보면 당장 급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집니다. 예를 들어 요 근래 이슈가 되는 의대정원확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이미 자명한 사실이며 해마다 의대 졸업생들은 배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명을 늘린다면 그들이 졸업해서 본격적으로 전문의가 되는 1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까요? 출렁이는 파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남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액체 근대’는 ‘물’과 연결되며 「도덕경」에 나오는 ‘물’까지 확장시켜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고사 성어는 물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냅니다.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정면으로 대치하지 않고 돌아서 비켜갑니다. 또 웅덩이를 만나면 뒤에 오는 물을 기다렸다가 채운 뒤에 함께 갑니다. 때로는 장애물을 등에 업고 가며 그릇의 모양을 탓하지 않고 담깁니다. 서두르지 않으며 가장 낮은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마침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가 됩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줄기를 품어 만들어집니다.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世上)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일들이 전문화 · 가상화 · 무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희망보다는 절망, 기쁨보다는 슬픔, 용기보다는 좌절 그리고 공포와 두려움이 지배적으로 보입니다. 변화는 나의 대처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물과 같이 사는 건 어떤지 제시해봅니다. 물은 그릇의 모양을 탓하지 않습니다. 어느 그릇이든 담기지만 자신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처럼 세상이라는 큰 그릇에 나를 담아가는 작업을 해보기를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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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