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제국의 몰락, 히어로 영화의 고착화와 미래 | 밸류체인타임스

김민찬 칼럼니스트
2024-07-01
조회수 3193

[밸류체인타임스=김민찬 칼럼니스트] 히어로 영화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흥행 보증 수표처럼 영화계에 자리 잡혔다.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며 거대한 제국과 같았던 히어로 장르는 다른 영화들이 개봉 일정을 피하려 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히어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식고 고착화가 이루어지면서 고착화가 오며 제국과 같았던 히어로 영화들이 하나둘씩 영화계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히어로 영화의 고착화는 무엇이기에 이 흥행 보증 수표인 히어로 장르를 한순간에 몰락시켰을까?


(사진=전성기 마블의 마지막 영화라 평가받는 영화 어벤져스:엔드 게임) 



히어로 영화는 무엇일까?


히어로 영화는 말 그대로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다.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하는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가 규정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히어로 영화라고 하면, 사람을 재해나 사고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악으로부터 지키는 영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정의로운 영웅, 히어로 영화는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의롭고 정의로운 일을 하면 의인, 용감한 사람 등으로 규정됐고 영어 단어인 히어로로는 잘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 영화에서 초능력을 가진 초인들이 사람들을 구하며 슈퍼 히어로라고 불리는 모습에서 악에 맞서 싸우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히어로 영화라고 부르게 됐다.


단 꼭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거나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와 관련이 있는 경우 히어로로 분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블의 호크아이나 블랙 위도우, 캡틴 아메리카 등은 눈에 띄는 초능력은 없지만 초능력을 가진 빌런이나 거대한 악과 맞서기 때문에 히어로로 불린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인공 마석도도 시리즈 동안 계속해서 악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히어로로 분류할 수 있다. 

 

히어로 영화의 유형은 무엇이 있을까?

 

히어로 영화는 가지각색의 영웅들이 등장하는 만큼 유형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액션, SF부터 시작해 첩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캐릭터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코미디, 로맨스, 공포,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장르도 사용된다.


히어로의 유형에 따라 장르가 결정되는데 히어로의 유형 역시 다양하다. 먼저 초능력을 가지고 정의롭게 세상을 지키는 슈퍼히어로, 초능력은 없지만 높은 지능을 이용하거나 뛰어난 신체 능력을 사용해 악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 그리고 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여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는 안티 히어로 등이 있다. 


초능력을 가진 대표적인 히어로는 슈퍼맨, 토르,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초능력 없는 대표적인 히어로는 아이언맨, 배트맨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사상을 따라 마음대로 움직이는 안티 히어로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데드풀, 퍼니셔 등이 있다. 안티 히어로 캐릭터들은 호불호가 갈린다. 자신의 사상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윤리를 무시하는 캐릭터가 다수이며, 일부 캐릭터는 정신 상태가 멀쩡한 캐릭터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은 대부분 코믹스(미국 만화)로 출간된 캐릭터다. 코믹스 시절부터 좋아했던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면 그 어느 팬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히어로 장르의 인기는 어느 순간 증발됐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꼽은 히어로 장르의 고착화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사진=제4의 벽을 넘어 결말을 바꾸는 부분으로 인해 혹평을 받은 변호사 쉬헐크)


 

히어로 영화의 고착화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히어로 장르는 영화를 하나씩 개봉하며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해 나갔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하나의 세계관에 잘 녹여내며 흥행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DC도 히어로 유니버스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등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모든 스토리는 끝이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라는 영화를 통해 MCU의 시작부터 함께한 캐릭터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캐릭터가 떠나게 됐다. 그러면서 MCU의 1막이 막을 내렸다. 이제는 2막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MCU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된 MCU의 멀티버스 사가는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설정과 더불어 새로운 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마블은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라는 슬로건에 따라 각자의 힘에 대해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그러한 힘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 보였다.

 

또한 과거 캐릭터들은 힘을 얻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난을 겪으며 교훈을 얻고 성장했으나 최근에 나온 캐릭터들은 그런 서사가 불완전했다. 근래 히어로는 기존에 있던 캐릭터와 엮어 그 캐릭터를 계승하려 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와 엮어 주인공의 비중이 적더라도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캐릭터보다 기존 캐릭터의 호감도만을 높여 새 캐릭터의 데뷔를 실패로 끝낸다. 

 

최근 절대 악으로 묘사되지 않고, 사연 있는 빌런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은 빌런을 빌런이라 부르기 애매해졌다. 혹은 일대 다수에게 당하는 모습으로 최종 보스에 대한 무게감이 떨어지는 등 악영향을 주었다. 

 

또한 일부 영화는 각본에서 논란을 빚었다.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젼>은 작 중 등장하는 워머신이 외계인인 스크럴이 변장하고 있었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아이언맨의 친구인 워머신이 아이언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냐는 팬들의 거센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이 외에도 <이터널스>에서 히로시마 원폭 사건을 일본의 일방적인 피해로 묘사한 각본가, <더 마블스> 제작 당시 감독과 제작진의 불화 등 멀티버스 사가에 들어선 MCU는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동시에 OTT서비스를 저격한 OTT 전용 콘텐츠를 역시 히어로 영화 몰락에 한몫했다.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전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니 팬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또한 OTT 서비스에 공개되는 콘텐츠 중 절반 정도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미즈 마블>, <변호사 쉬헐크> 등은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재미없는 스토리, 흐지부지한 결말, 일부 캐릭터의 콘셉트 파괴 등 어울리지 않는 프레임을 억지로 씌운 느낌을 주었다.

 

DC는 마블과 같은 거대한 유니버스를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으나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1984> 등의 영화가 실패하며 세계관 리부트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배트맨 역을 맡던 벤 에플렉은 "더 이상 그들의 연출 방식대로 연기하고 싶지 않다"라며 하차를 발표했다. DC는 제임스 건을 총괄 디렉터로 영입해 리부트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향후 DC 세계관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팬들은 이러한 히어로 영화들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 작품이 망하더라도 다음 작품은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계속해서 기다렸다. 하지만 팬들도 점차 하나둘씩 지쳐 떠나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히어로 작품은 바뀌지 않았다. 변화를 바라는 팬들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사상으로 점철시켜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사진=제임스 건 감독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몰락한 히어로 장르, 변화가 올까?

 

DC에서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등을 제작한 제임스 건을 총괄 디렉터로 영입했다. 제임스 건이 만든 히어로 영화는 제임스 건의 특색이 드러나면서도 캐릭터의 설정은 망가지지 않았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3>는 제임스건의 마지막 마블 영화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무도 죽이지 않으면서 캐릭터들을 무대에서 퇴장시켰고,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나게 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중요한 점은 제임스 건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히어로 영화의 침체기에서 개봉했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DC는 히어로 영화에 대한 팬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감독을 디렉터에 앉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DC의 방침은 기존의 세계관을 전면 리부트하여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마블도 마찬가지다. 최근 마블 스튜디오에서는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블 스튜디오 초창기부터 함께한 빅토리아 알론소도 해임됐다. 마블은 <데어데블:본 어게인>, <블레이드> 등의 각본을 뒤엎고 새롭게 시작하는 등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7월 24일 개봉을 앞둔 마블의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스튜디오 최초로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등급을 받았다. 데드풀은 제4의 벽을 넘어 관객과 소통하는 캐릭터다. 이에 일부 팬들은 데드풀이 인기 없는 캐릭터들을 제거하는 스토리로 소프트 리부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프트 리부트는 일부 캐릭터나 설정에 대한 변경을 진행하고 기존의 세계관은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더 배트맨>이라는 영화는 현재 특정 세계관에 속해있기 보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여 향후 DC 유니버스가 생성되더라도 이 유니버스에 속할 가능성은 낮다. 세계관을 구성한다는 것은 그만큼 팬들이 봐야 할 영화가 많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처럼 독자적인 작품도 팬들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작품이다. 오직 한 캐릭터에 대해서만 다루며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은 사전 지식 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히어로 시리즈의 대표적인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있다. 

 

현재 히어로 장르가 정체되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자들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 부족과 성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PC(정치적 올바름)가 과도하게 적용되어 히어로 장르를 망쳤다고 하나 그러기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데드풀 등은 PC가 포함되어 있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는 원작과 다른 방식의 마법을 선보였음에도 시각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닥터 스트레인지 광팬이었던 스콧 데릭슨 감독이 애정을 듬뿍 담아 선보인 영화였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는 제작자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부디 히어로 장르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히어로 영화에서 자신의 사상을 우선적으로 강요하는 빌런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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