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울버린>, 마블의 진입 장벽과 팬들의 기대 사이에서 | 밸류체인타임스

김민찬 칼럼니스트
2024-08-12
조회수 2577

*스포일러 주의 요망


[밸류체인타임스=김민찬 칼럼니스트] <데드풀과 울버린>은 7월 24일 개봉한 마블의 영화로, 개봉 전부터 마블의 구세주라는 대사와 함께 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개봉 후 관객 수 증가 속도가 너무나도 더디다. 개봉한지 2주 정도 지난 8월 5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70만 명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흥행 속도를 고려할 때, 300만 관객 달성이 가능할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렸다. 누군가는 선물 같은 영화로 느꼈고, 다른 이들은 <데드풀 시리즈> 중 가장 제일 재미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명한 평가의 차이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진입장벽에서 비롯된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속 진입 장벽은 얼마나 높기에 영화의 평가가 극심히 갈리는 것일까?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지식 데이터 베이스)



영화에 부담감을 주는 시리즈의 진입 장벽


진입 장벽이란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의 양을 의미한다. 이 정보가 많을수록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관객들은 영화 시리즈에 피로감을 느껴 중도 하차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5편이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기 때문에, 6편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빌런인 다스베이더의 “I, am your father.(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명대사가 5편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대사는 주인공 루크 스카이 워커와 다스베이더의 관계를 알려주는, 스토리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대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6편을 보게 되면, 다스베이더나 루크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에 개봉한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 속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엑스맨 시리즈, 울버린 시리즈, 데드풀 시리즈,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로키>, 그리고 그 외에 20세기 폭스에서 만든 마블 히어로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을 미리 시청해야 한다. 이 영화들을 모두 합치면 무려 10편이 넘는다. 또한 영화 속에는 주연 배우 휴 잭맨이 출연했던 영화 <위대한 쇼맨>의 이스터에그와 <매드 맥스> 등 다른 영화에 대한 농담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듯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데드풀과 울버린>은 흥행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데드풀뿐만 아니라 울버린, 엑스맨 등 여러 히어로와 빌런 캐릭터들을 이해해야 하며, 영화 내에서는 원작 코믹스 팬들만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러한 정보들을 이미 알고 있는 팬들은 ‘엑스맨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작품’, ‘엑스맨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대부분의 장면이 이해하기 어려워 평가가 갈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데드풀과 울버린>의 빌런 카산드라 노바)


<데드풀과 울버린>에 대한 평가: 팬들에게 선보이는 캐릭터 쇼


<데드풀과 울버린>에는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물론, 어벤저스 급의 스케일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엘렉트라, 블레이드, 그리고 단독 실사 영화가 취소됐던 갬빗 등 예상치 못한 영웅들이 등장한다. 또한 빌런 역인 카산드라 노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적극 활용해 잔혹한 초능력 액션을 선보였다. 최근 빌런들이 대의를 위해 싸우거나, 이름값에 비해 너무 약하거나, 악당이라는 무게감이 없는 캐릭터가 많았기 때문에 카산드라 노바는 완성도 높은 빌런으로 평가될 만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데드풀 군단, 세이버 투스 등의 전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데드풀 군단은 영화 후반부에 등장해 카산드라 노바를 돕는 살인귀들로 등장한다. 다만 영화 내에서 아주 조금만 언급이 나오고, 마지막에서는 카산드라 노바가 세상을 파괴하는 것을 돕는 이유로 그들이 살인귀이기 때문이라는 설정 때문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또한 작 중 등장하는 데드풀의 동료 피터의 등장만으로 데드풀 군단과 울버린, 데드풀의 전투가 너무 쉽게 정리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세이버투스는 영화 중반에 등장해 울버린과 대치한다. 울버린과 세이버투스는 <엑스맨:탄생 울버린>에서 형제라는 설정을 부여받았다. 이후 둘은 각각 기억을 잃었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팬들은 둘의 대결을 기대했고, 둘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바랐다. <엑스맨:탄생 울버린>을 제외하고는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이 형제처럼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세이버투스는 한 합만에 울버린에게 패배하며 목숨을 잃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파이로, 저거너트, 토드, 아자젤 등 다양한 엑스맨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추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설명이 필요한 내용에 비해 짧은 러닝타임이 이번 영화에서도 같은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일부 캐릭터나 설정에 대해 설명을 할 시간이 부족하니,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장면이 종종 있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맨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영화에 재미를 더한 카메오들, 그리고 데드풀의 여전한 입담은 영화의 흥미를 살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데드풀이 영화 오프닝 부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데드풀의 유쾌한 성격을 잘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어벤저스와의 관계, 현재 데드풀이 속한 멀티버스의 명칭을 밝히며 향후 마블의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사진=<데드풀과 울버린>의 스틸 컷)


향후 MCU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의 영향 예측



<데드풀과 울버린>의 배경인 평행우주는 지구 10005다. 최근 언급되는 MCU의 평행우주는 지구 616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에서도 지구 616에서 데드풀이 어벤저스 면접을 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더 마블스>의 쿠키영상에서 모니카 램보가 넘어간 평행우주도 지구 10005로 예상되고 있어, 엑스맨 유니버스와 MCU가 영화 <시크릿 워즈> 등을 통해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화에서 데드풀이 어떻게 616과 10005를 오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는 데드풀이 사용했던 케이블의 시간여행 장치가 차원도 넘나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멀티버스 사가가 종결된 이후 뮤턴트 사가라는 새로운 장이 열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엑스맨 캐릭터들이 MCU의 메인 유니버스에서 활약할 무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를 통해 울버린, 데드풀 등의 캐릭터들이 페이즈 7 이후 주요 인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구세주라는 이름으로 기대가 커서 실망하는 사람도 많았던 영화다. 엑스맨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영화인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의 팬들을 모두 사로잡지 못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의 국내 흥행 속도를 보면 전쟁을 겪은 황무지 같은 곳에서 구원해 주러 왔던 사람이, 오히려 새로운 이주민으로서 눌러앉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이 팬들을 향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믹스, 드라마, 영화를  모두 챙겨 보는 팬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가볍게 시리즈를 즐기는 라이트한 팬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세계관이 커질수록 따라올 수 있는 팬들은 한계가 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기존의 팬들과 유입 팬들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 경우 어느 쪽의 기대도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마블이 어떤 선택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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