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세상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거대한 게임판과도 같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때로는 기만 전략을 택해야 할 때도 있다. 방심하면 역이용당하기 쉬운 이 게임판에서 살아남으려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게임이론’의 본질이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한 번의 선택은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며 예기치 못한 파장을 불러온다. 게임이론은 이처럼 혼돈스러운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도구다.

(사진=Unsplash)
흔히 게임이론은 경제, 금융권에서만 쓰이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치, 행정, 경영,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컨대 기업 프로젝트 도중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집단 전체가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가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대표적인 ‘치킨 게임’의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킨 게임 역시 게임이론의 대표적 모델로, 상대방이 먼저 물러나기를 강요하는 극단적 대립 상황을 설명한다. 이처럼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경영학·행정학·정치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가계와 개인 단위를 넘어, 세계 각국은 촘촘한 이해관계와 상호 의존 속에 얽혀 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분석할 때 게임이론은 특히 유용하다.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행동을 예측해 전략을 구성하거나, 여러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쓰인다.
게임이론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참가자(게임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 둘째, 전략(각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방안), 셋째, 보수(게임이 끝났을 때 각 참가자가 얻게 되는 보상)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릴 때 게임판 위에서의 선택과 결과가 드러난다.
이익을 향한 협력, 배신의 한 끗 차이를 다루는 모델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이는 협력과 배신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상의 상황을 떠올려 보자. 흉악한 범죄로 체포된 두 공범은 각각 따로 심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백을 할지, 아니면 끝까지 서로의 의리를 지킬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두 사람 모두 침묵한다면 2년 형을 선고 받는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백한다면 자백한 이는 1년 형을, 다른 한 사람은 자백하지 않아 가중 처벌로 10년 형을 선고 받는다. 이 때 두 사람 모두 자백한다면 두 사람은 5년 형을 선고 받는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딜레마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전략을 택하겠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가?
워렌 버핏이 지적한 산업 경쟁의 함정
워렌 버핏은 1985년 주주서한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섬유 산업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초기 몇 년간 설비 투자를 통해 비용 절감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국내외 경쟁사들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하면서, 기대했던 이익은 온데간데없고 산업 전반의 가격 인하 압력만 커졌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설비 투자처럼 보였으나, 집단적으로는 ‘비효율적 관례’로 전락한 것이다. 마치 전시회장에서 모두가 더 잘 보려고 동시에 까치발을 드는 상황과 같다. 키는 높아졌지만, 정작 작품은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Unsplash)
마치 전시회에서 모든 관객이 더 잘 보려고 동시에 까치발을 든 상황과 같다. 키는 높아졌지만 시야는 여전히 가려져, 작품이 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각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자산을 늘렸으나, 정작 수익성은 ‘공갈빵’처럼 텅 빈 결과에 그쳤다.
기업 간 광고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가령 한 산업에서 두 경쟁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적으로 두 기업이 광고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확보하는 편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광고 경쟁이 시작되고, 상대가 앞서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멈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회사만 광고를 집행한다면 그 그 회사는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 역시 광고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두 회사 모두 막대한 광고비를 소모하지만, 판매량은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 결과 이윤은 늘지 않고 지출만 증가하는, ‘죄수의 딜레마적 함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딜레마 속 균형점을 찾는 내쉬 균형과 그의 역설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 속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나아가 이를 비판적으로 확장한 내쉬 균형 역설(Nash Equilibrium Paradox)은 수십 년 동안 게임 이론가와 수학자를 당황시킨 매혹적인 개념으로 꼽힌다.
먼저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은 참가자 모두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최선의 대응을 선택하지만 그 결과는 정작 최적이 아닌 상황을 의미한다.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범죄자는 각자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백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둘 다 5년형을 선고받는 최악의 결말이다. 만약 침묵을 유지했다면 각각 2년형에 그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사진=Unsplash)
여기서 내쉬 균형 역설이 등장한다. 이는 내쉬 균형이 존재한다 해도, 그 결과가 반드시 모든 참가자에게 최적의 선택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각자가 현재 전략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전략을 바꿔 이익을 얻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집단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회 비유를 떠올려 보자. 모두가 더 잘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면, 결과적으로 누구도 작품을 뚜렷하게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혼자만 까치발을 내리면, 아예 액자의 프레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내쉬 균형의 아이러니이자 역설이다.
결국 죄수의 딜레마에서 나타나는 내쉬 균형은 모든 플레이어가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의 행동은 경제적 효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덕적 판단, 감정, 신뢰와 같은 요인들이 개입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쉬 균형이 언제나 옳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 한계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택의 게임판 위, 말을 옮길 시간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게임판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상대의 행동 의도에 의문을 품고,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며, 개인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치열한 선택의 게임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이 바로 '게임 이론'이다.
게임이론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 놓인 우리에게 전략적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아무리 정교한 이론을 알고 있어도, 최종적인 한 수는 결국 당신의 손끝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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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세상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거대한 게임판과도 같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때로는 기만 전략을 택해야 할 때도 있다. 방심하면 역이용당하기 쉬운 이 게임판에서 살아남으려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게임이론’의 본질이다.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구성된다. 한 번의 선택은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며 예기치 못한 파장을 불러온다. 게임이론은 이처럼 혼돈스러운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도구다.
(사진=Unsplash)
흔히 게임이론은 경제, 금융권에서만 쓰이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치, 행정, 경영,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컨대 기업 프로젝트 도중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다가 집단 전체가 손해를 보는 ‘죄수의 딜레마’가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대표적인 ‘치킨 게임’의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킨 게임 역시 게임이론의 대표적 모델로, 상대방이 먼저 물러나기를 강요하는 극단적 대립 상황을 설명한다. 이처럼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경영학·행정학·정치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가계와 개인 단위를 넘어, 세계 각국은 촘촘한 이해관계와 상호 의존 속에 얽혀 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분석할 때 게임이론은 특히 유용하다.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행동을 예측해 전략을 구성하거나, 여러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로 쓰인다.
게임이론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참가자(게임에 참여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 둘째, 전략(각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 방안), 셋째, 보수(게임이 끝났을 때 각 참가자가 얻게 되는 보상)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릴 때 게임판 위에서의 선택과 결과가 드러난다.
이익을 향한 협력, 배신의 한 끗 차이를 다루는 모델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이는 협력과 배신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상의 상황을 떠올려 보자. 흉악한 범죄로 체포된 두 공범은 각각 따로 심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백을 할지, 아니면 끝까지 서로의 의리를 지킬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두 사람 모두 침묵한다면 2년 형을 선고 받는다. 그러나 한 사람이 자백한다면 자백한 이는 1년 형을, 다른 한 사람은 자백하지 않아 가중 처벌로 10년 형을 선고 받는다. 이 때 두 사람 모두 자백한다면 두 사람은 5년 형을 선고 받는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딜레마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당신이라면 어떤 전략을 택하겠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파장을 낳을 것인가?
워렌 버핏이 지적한 산업 경쟁의 함정
워렌 버핏은 1985년 주주서한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섬유 산업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초기 몇 년간 설비 투자를 통해 비용 절감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국내외 경쟁사들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하면서, 기대했던 이익은 온데간데없고 산업 전반의 가격 인하 압력만 커졌다.
겉으로는 합리적인 설비 투자처럼 보였으나, 집단적으로는 ‘비효율적 관례’로 전락한 것이다. 마치 전시회장에서 모두가 더 잘 보려고 동시에 까치발을 드는 상황과 같다. 키는 높아졌지만, 정작 작품은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Unsplash)
마치 전시회에서 모든 관객이 더 잘 보려고 동시에 까치발을 든 상황과 같다. 키는 높아졌지만 시야는 여전히 가려져, 작품이 더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각 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자산을 늘렸으나, 정작 수익성은 ‘공갈빵’처럼 텅 빈 결과에 그쳤다.
기업 간 광고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가령 한 산업에서 두 경쟁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적으로 두 기업이 광고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확보하는 편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화려하고 자극적인 광고 경쟁이 시작되고, 상대가 앞서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경쟁을 더욱 가속화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멈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회사만 광고를 집행한다면 그 그 회사는 확실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 역시 광고를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두 회사 모두 막대한 광고비를 소모하지만, 판매량은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 결과 이윤은 늘지 않고 지출만 증가하는, ‘죄수의 딜레마적 함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딜레마 속 균형점을 찾는 내쉬 균형과 그의 역설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 속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나아가 이를 비판적으로 확장한 내쉬 균형 역설(Nash Equilibrium Paradox)은 수십 년 동안 게임 이론가와 수학자를 당황시킨 매혹적인 개념으로 꼽힌다.
먼저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은 참가자 모두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 최선의 대응을 선택하지만 그 결과는 정작 최적이 아닌 상황을 의미한다. 예컨대 죄수의 딜레마에서 두 범죄자는 각자 형량을 줄이기 위해 자백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둘 다 5년형을 선고받는 최악의 결말이다. 만약 침묵을 유지했다면 각각 2년형에 그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사진=Unsplash)
여기서 내쉬 균형 역설이 등장한다. 이는 내쉬 균형이 존재한다 해도, 그 결과가 반드시 모든 참가자에게 최적의 선택이 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각자가 현재 전략을 고수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전략을 바꿔 이익을 얻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의 집단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회 비유를 떠올려 보자. 모두가 더 잘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면, 결과적으로 누구도 작품을 뚜렷하게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혼자만 까치발을 내리면, 아예 액자의 프레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내쉬 균형의 아이러니이자 역설이다.
결국 죄수의 딜레마에서 나타나는 내쉬 균형은 모든 플레이어가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의 행동은 경제적 효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덕적 판단, 감정, 신뢰와 같은 요인들이 개입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쉬 균형이 언제나 옳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 한계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택의 게임판 위, 말을 옮길 시간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게임판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상대의 행동 의도에 의문을 품고,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며, 개인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치열한 선택의 게임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이 바로 '게임 이론'이다.
게임이론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선택지 사이에 놓인 우리에게 전략적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아무리 정교한 이론을 알고 있어도, 최종적인 한 수는 결국 당신의 손끝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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