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오늘 하루도 걱정으로 시작하고 걱정으로 마침표를 찍어본다. 중요한 일을 앞둔 후와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걱정들이 쌓여 우리의 삶은 두려움으로 얼룩져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두려움'이 만들어낸 허상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조지 월튼의 저서 <Why Worry>에는 '걱정의 40%는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났던 일이 또 일어날지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걱정의 22%는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좋은 일이다. 걱정의 4%는 바꿀 수 없는 일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라고 밝힌다.
결국 버블처럼 부풀려진 두려움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은 바꿀 수 없거나 바꿀 수 있는 '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계속 불안해할까? 불안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은 경제와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사진=Unsplash)
두려움은 우리가 직면하는 위험 또는 위협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으로 인식한다. 두려움은 특정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위한 '신호'다. 뇌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속히 '두려움의 대상'과 싸울 준비를 한다.
이 과정은 '싸우거나 도망친다'와 같은 본능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 실험에서 쥐나 토끼와 같이 약한 동물의 편도체를 제거했을 경우, 그들의 천적인 뱀과 입을 맞출 정도로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찾아와 머릿속을 헤집어 놓으며 평안과 웰빙을 방해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매우 필요 없는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두려움은 이성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편도체에 각인되어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의식 이전의 무의식이 기억하는 반응과 신호로, 두려움은 편도체에서 각인되고 반응한다.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이성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보다 훨씬 많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려움이 뇌를 더 강력하게 장악하는 원인 중 하나는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식적 인식 이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반응과 신호이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럽게 작용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0.03초 이내에 처리되는 정보는 사람이 보아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편도체는 이를 인식하여 몸으로 반응시킨다. 이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가능한 일이다. 즉, 두려움의 원인은 '실체를 모르는 대상'을 편도체의 무의식 영역 속에서 과대포장했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과제를 몇 시간 안에 준비하는 것, 스릴러 영화를 보며 서늘한 조명이 비친 스크린에 긴장감을 더하는 BGM이 깔렸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 때문이다.
두려움이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유는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달리, 두려움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편도체는 시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려움은 비슷한 상황에서 끝없이 뇌 속에서 재생되며, 이전에 겪은 경험과 다른 공간, 시간,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막연히 느끼게 한다. 심지어 강력한 두려움은 도리어 이성의 회로를 이용해 두려움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뇌와 이성을 장악시키는 두려움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두려움이 주는 공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 그 너머로 갈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다.
CBT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식별하고 두려움에 잠식된 생각을 현실적으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 정신 역동적 치료(Psychodynamic Therapy) 등 유명한 치료법의 공통점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면의 '나'를 마주하고 두려움의 근원에 접근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두려워하는 대상과 원인, 두려움의 깊이는 다양하다. 살아가며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매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일상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대상은 상상이 덧붙여진 것이 아닌가? 부풀려진 스스로의 무서운 환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당당히 두려움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밸류체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오늘 하루도 걱정으로 시작하고 걱정으로 마침표를 찍어본다. 중요한 일을 앞둔 후와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걱정들이 쌓여 우리의 삶은 두려움으로 얼룩져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두려움'이 만들어낸 허상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 조지 월튼의 저서 <Why Worry>에는 '걱정의 40%는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났던 일이 또 일어날지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걱정의 22%는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좋은 일이다. 걱정의 4%는 바꿀 수 없는 일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걱정의 4%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라고 밝힌다.
결국 버블처럼 부풀려진 두려움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은 바꿀 수 없거나 바꿀 수 있는 '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계속 불안해할까? 불안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은 경제와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이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사진=Unsplash)
두려움은 우리가 직면하는 위험 또는 위협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으로 인식한다. 두려움은 특정 자극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위한 '신호'다. 뇌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속히 '두려움의 대상'과 싸울 준비를 한다.
이 과정은 '싸우거나 도망친다'와 같은 본능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 실험에서 쥐나 토끼와 같이 약한 동물의 편도체를 제거했을 경우, 그들의 천적인 뱀과 입을 맞출 정도로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쑥불쑥 찾아와 머릿속을 헤집어 놓으며 평안과 웰빙을 방해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매우 필요 없는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두려움은 이성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편도체에 각인되어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의식 이전의 무의식이 기억하는 반응과 신호로, 두려움은 편도체에서 각인되고 반응한다.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이성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보다 훨씬 많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려움이 뇌를 더 강력하게 장악하는 원인 중 하나는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식적 인식 이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반응과 신호이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럽게 작용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0.03초 이내에 처리되는 정보는 사람이 보아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편도체는 이를 인식하여 몸으로 반응시킨다. 이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가능한 일이다. 즉, 두려움의 원인은 '실체를 모르는 대상'을 편도체의 무의식 영역 속에서 과대포장했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기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과제를 몇 시간 안에 준비하는 것, 스릴러 영화를 보며 서늘한 조명이 비친 스크린에 긴장감을 더하는 BGM이 깔렸을 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 때문이다.
두려움이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유는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달리, 두려움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편도체는 시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려움은 비슷한 상황에서 끝없이 뇌 속에서 재생되며, 이전에 겪은 경험과 다른 공간, 시간,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막연히 느끼게 한다. 심지어 강력한 두려움은 도리어 이성의 회로를 이용해 두려움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뇌와 이성을 장악시키는 두려움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두려움이 주는 공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 그 너머로 갈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다.
CBT는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식별하고 두려움에 잠식된 생각을 현실적으로 변환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 정신 역동적 치료(Psychodynamic Therapy) 등 유명한 치료법의 공통점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면의 '나'를 마주하고 두려움의 근원에 접근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두려워하는 대상과 원인, 두려움의 깊이는 다양하다. 살아가며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매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일상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대상은 상상이 덧붙여진 것이 아닌가? 부풀려진 스스로의 무서운 환각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당당히 두려움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밸류체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