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조선 순조시대의 감염병 콜레라 l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2-01-10
조회수 3697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의 감염으로 급성 설사가 유발되어 중증의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전염성 감염 질환이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게시되어 있는 내용에 따르면 콜레라균은 분변‧∙구토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할 때에 감염될 수 있다. 날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복통 및 발열이 없이 설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며 구토를 동반한다. 심한 탈수 등으로 저혈량성 쇼크 등 무증상 감염이 많으며, 5~10% 정도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콜레라는 법정감염병 1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발생 즉시 감염병 발생 신고서를 작성하여 관할 보건소로 신고해야 한다. 1군 감염병은 주로 먹는 물에 의해 전염되는 병으로, 한번 발생하면 전염 속도가 빠르고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큰 감염병이다. 하루에 많게는 20리터까지 설사를 하다가 2-3일 만에 탈수로 죽어가는 병이기에 콜레라 치료를 위해 경구 또는 정맥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신속히 보충해 주어야 한다. 예방을 위해 손 씻기가 필수이며 음식을 익혀먹어야 한다. 치료는 경구 또는 정맥으로 수분 및 전해질 보충과 중증 탈수 환자의 항생제치료가 있다.



[간호사의 단상 : 조선 순조시대의 감염병 콜레라 / 밸류체인타임스 / 사진출처:Unsplash]



콜레라는 1800년 이전까지 인도의 풍토병이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화 한 후, 군인과 배가 이동하면서 콜레라가 세계로 퍼지게 된다. 콜레라는 1820년 중국 광동을 거쳐 이듬해 산동과 북경을 경유해서 조선에 들어왔다. 김신회씨의 「19세기 콜레라 충격과 조선 사회의 반응」에 따르면 1821년 콜레라가 7월 말에서 9월 말(음력)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창궐했다. 이에 대한 내용이 『순조실록』에 실려 있으며 순조 21년(1821) 8월 13일 평안감사 김이교의 보고를 통해 조선에 콜레라가 전해졌음이 확인된다.



콜레라를 당시에는 괴질이라 불렸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괴질이란 ‘병의 원인과 본태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병‘을 가리킨다. 당시에는 괴질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치료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 수 없었다. 콜레라균의 발견은 그로부터 60년 후인 1885년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서다. 60년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순조실록』에 실린 평안감사 김이교의 보고를 살펴보면 콜레라의 여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다.

“평양부의 성 안팎에 지난달 그믐 사이 갑자기 괴질이 유행해 토사(吐瀉)와 관격(關格·급하게 체해 인사불성이 됨)을 앓아 잠깐 사이에 사망한 사람이 10일 동안 무려 1000여명이나 됩니다. 의약도 소용없고 구제할 방법도 없습니다. 목전의 광경이 매우 참담합니다.”



콜레라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이다. 즉 오염된 물에 의해 매개된다. 콜레라가 전파되었던 당시 조선은 장마가 지속된 직후였고 채소나 과일을 날것으로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야채를 콜레라에 오염된 물로 씻어서 섭취하고 공동의 우물이 감염된 경우 질병을 피할 수 없었다.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상태에서 조선에서는 집권층 주도로 제사가 드려졌다. 제사는 조선인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었다. 만약 시행되지 않으면 조정의 권위가 약해지거나 반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기에 조정은 민심의 안정을 위해 기도와 제사를 추진해야 했다.



여역癘疫(전염성 열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으로 인한 제사를 여제厲祭라고 한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여제는 ‘불운하게 죽었거나 제사지내 줄 후손이 없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알려진 여귀를 위로하는 제사’를 뜻한다. 일종의 위령제다. 여귀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재앙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역병과 같은 감염병이었다. 역병의 발병원인을 악한 기운이라 믿고, 또 이 기운을 죽은 사람의 원한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관념이었다. 그런 이유로 여역이 발생하면 원혼을 위로하고 재앙을 떨치고 민심을 달래려고 했다.



현대시대에 감염병이 유행한다고 국가차원에서 제사를 거행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치료제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를 같이 살펴야한다. 순조시대 콜레라 유행시기에는 괴질 자체를 하늘의 꾸짖음으로 보고 하늘을 달래기 위해 세금을 줄이고 죄수를 풀어주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합당한 대처법이었다.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민심의 감정을 수용하고 생각과 방향을 같이 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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