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진행 중인 감염병, 과거에서 지혜를 찾다 l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1-12-27
조회수 3802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2020년과 2021년의 끝자락인 지금까지 최고의 화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의 맹위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백신 개발로 확산 속도가 잠시 누그러진 듯 보였으나 바이러스는 이내 알파, 베타, 감마,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바꾸며 인간의 포위망에 잡히지 않고 있다.


감염병은 예전에도 등장했으며 역사는 되풀이된다. 콜레라, 스페인 독감, 페스트, 지카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은 반복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되짚어 보는 지혜다. 감염병으로 인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느 시대나 공존했다. 과거에는 과학과 의료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오해로 비롯된 원인 분석과 미신적인 치료방법이 만연했다.


한센병(나병)은 나균에 의한 만성 전염성 질환이다. 병의 진행과정에서 나균은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하여 조직을 변형시킨다. 사지의 무감각과 근육의 병적인 증상이 발생되며 손가락이 갈퀴처럼 변형되거나, 이차 감염 발생 시 손가락과 발가락의 말단 부위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코의 연골이 변형이 되면 안장코(saddle nose)가 되기도 하는데 병의 진행에 따른 외모의 변형은 충격뿐 아니라 병이 전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일으켰다. 그들은 청결하지 못하고 부도덕하며 천벌받았다는 누명을 쓴 채 사람들이 던지는 돌을 맞으며 마을에서 쫓겨나거나 공공연하게 살해됐다.


페스트라 불리는 흑사병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매개체이며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을 가지고 있는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전파된다. 제니퍼 라이트의『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에 의하면 14세기에 2~5천만 명, 유럽 인구의 약 30퍼센트가 이 역병으로 죽었으며 중세 유럽인들은 페스트를 고치고자 인분 찜질을 했다고 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미개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이지만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인간은 페스트균 배양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맞는 항생제 투여가 치료법임을 알아냈다.


천명선, 박재현, 강희철의『재미있는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페스트 유행 당시 의사들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밀랍을 덧바른 외투와 새의 부리처럼 생긴 가면을 착용했다. 가면에는 앞을 볼 수 있는 유리 눈이 달려있고, 강한 향이 나는 약초를 코 부분에 넣었다. 나쁜 공기가 약초를 통과하는 동안 정화되어 기도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또 손에 쥐고 있는 지팡이는 감염 예방을 위해 환자를 직접 만지지 않고 진찰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당시 의사들은 달군 쇠로 가래톳을 찌르거나 정맥을 째서 피 뽑기, 소변으로 목욕시키기 등의 치료법을 썼는데 이는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켰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중세시대의사의 복장.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20pixel, 세로 303pixel

                                     [간호사의 단상 : 진행중인 감염병, 과거에서 지혜를 찾다 / 밸류체인타임스 / 사진출처 :파올 퓌르스트의 판화 작품 , 위키백과]



감염병 상황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질병 자체가 아닌, 병에 걸린 인간을 악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확진자 이동경로 분석에 신용카드 사용 정보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가동했고 다중시설 이용 시에는 QR체크 또는 방문자 리스트 작성을 의무화시켰다. 온 국민의 동선이 파악된다는 이야기다. 동선이 만 천하에 노출되면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댓글 부대의 온라인 사냥꾼들은 충실히 그 임무를 수행하여 온라인 단두대에 확진자를 올려놓고야 만다.


지금 필요한 건 치료방법뿐 아니라 편견 감소를 위한 노력, 사실과 추측에 대한 분별이다. 과거를 고찰함으로써 감염병 시기를 현명하게 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같이 연대해야 한다. 감염자를 사람 자체로 보기보다는 감염병의 원인 또는 병원체라고 여기는 시각은 첨단 과학의 시대인 지금도 존재한다. 사실에 기반을 둔 정보가 아닌 본인의 생각 또는 떠도는 이야기들이 합쳐지면서 두려움과 공포가 확산된다.


“질병에 걸리면 단지 코가 썩어 문드러지기 때문에 삶이 파멸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도움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짐으로써 인생은 파괴되는 것이다. 무도광 유행 시기의 슈트라스부르크처럼 가장 바람직한 사례는 공동체가 힘을 합쳐 약한 구성원을 돌보는 것이다.”


제너퍼 라이트의『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를 통해 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슈트라스부르크 사람들은 병에 걸린 자들을 태워 죽이지 않았고, 추방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친절하고 따듯했다. 소외받고 천대받던 병자들은 따뜻한 보살핌에 꽁꽁 싸맸던 방어막을 무장해제했고 회복해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확진자를 찾아내어 무조건 추방하는 사냥꾼의 추격이 아니다. 울타리 안에 있는 동물들을 살뜰히 살피는 목장 주인의 마음이 필요한 때다. 있는 곳이 어디든 간에 돌봄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진정한 회복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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