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지식과 지혜, 응축과 발산ㅣ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1-12-20
조회수 3639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빨리빨리'가 미덕인 현대사회에서는 지식도 빨리 습득하려 한다. 지식은 대충 훑어서 얻는 것이 아니다. 한 번의 읽기로 내 지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은 습득, 사용, 연결의 과정을 통해 내면화된다. 지식의 내면화는 궁극적으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지식을 하나의 낱개포장으로 본다면 지혜는 낱개가 모여 전체로 포장된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낱개의 지식은 단편적이다. 지식과 지식이 연결되고 지식이 나와 연결되어 내 안에서 정제되고 축적되면 그 경험은 지혜로 발산된다.


지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현실이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용하게 잘 들었던 비책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참고는 할 수 있으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현상을 바라보고 나에게 맞게 분석, 적용 및 통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물이 아니다. 단편적인 지식은 포털사이트에 묻는 게 빠르다. 지식의 축적이 지혜를 뜻하진 않지만 지식의 축적이 지혜를 만들어가는 재료이자 일차적 단계임은 분명하다.



                                                                                                                              [사진출처 Unsplash]



그렇다면 지식을 어떻게 축적시켜야 할까? 매가 사냥감을 잡는 모습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매는 수 킬로미터 상공 위를 날면서 지상의 사냥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매는 높은 하늘을 맴돌다가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를 향해 직진하지 않고 먼저 수직에 가까운 방향으로 낙하한다.’ [윤석철 저, 《삶의 정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먹이를 향해 직선으로 바로 낚아채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다. 하지만 매는 곡선을 그리며 사냥감에 다가간다. 이는 실수가 아닌 의도적이다. 수직 낙하하여 중력가속도로 속도를 높인 후 운동에너지를 사용하여 먹이를 낚아챈다. 매가 그리는 곡선을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라 하며 곡선임에도 속도와 힘이 최대화되며 직선보다 시간이 절약된다. 이를 ‘우회축적의 원리’라 한다.


‘빨리빨리’ 눈앞의 목표물을 향해 직선으로 돌진하는 이들의 머리에 경종을 울려주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돌아감으로 또 축적함으로써 에너지를 응축하고 발산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길. 모르는 이들에겐 우둔해보이지만 실상은 감춰진 지름길. 지식을 응축하고 지혜로 발산하는 우회로.


장석주씨의 《마흔의 서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창의성이란 아무 때나 번뜩이지는 않는다. 그것의 전제 조건은 공부의 양이다. 양적 조건의 충족 다음에야 질적 전환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사고의 번뜩임, 즉 창의적인 생각들은 충분한 학습량이 전제되어야만 비로소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창의'는 '지혜'와 바꿔 표현해도 무방하다.


우직하게 쌓아가는 시간들은 다져가는 과정이다. 돌아가는 시간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그 시간이 축적의 시간이어야 한다. 단순한 돌아감은 시간낭비다. 제대로 이해하며 꾸준히 그리고 충분히 쌓아야 한다. 쌓여진 지식은 어느 순간부터 뇌의 시냅스끼리 연결되며 확장된다. 이 순간을 《인생은 실전이다》에서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지식의 충돌이 저절로 일어난다.’고 표현했다. '어떤 영역이든 티핑포인트를 넘어가면 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응축된 에너지는 그때부터 발산된다.


삶을 통찰하는 지혜가 없거나 부족하면 삶의 목적이 모호하고 방황할 때마다 흔들린다. 나를 가다듬고 잡아주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진지한 고민과 생각은 응축의 과정이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에서는 인생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자기가 속한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 삶의 목적을 위해, 자기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각각의 항목들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나의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식위에 성찰과 고민을 더해 지혜를 도출해야 한다. 낱개 포장된 지식들을 잘 포장하여 지혜라는 멋진 선물을 받는 그대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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