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그는 내 고교 선배였고, 재수 중이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죽어라 노력했지만 떨어진 후 재수를 하며 사직도서관 문이 열리는 시간부터 닫히는 시간까지 매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소설책을 잔뜩 쌓아놓고 킬킬대며 읽고 있는 꼴을 보니 눈이 뒤집히더란다.’ [문유석 저, 『쾌락독서』]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만 빼놓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내가 하는 일’, 가장 힘든 사람은 ‘나’라는 사실이 그대로 와닿는다. 가까운 이들이 잘 되는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말이다. 특히 내 코가 석자일 때는 더 어렵다. 슬픔의 나눔과 위로도 중요하지만 기쁜 일을 순수하게 축하해 주려면 상당한 마음 조율이 필요하다.
전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4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됐다. 둘은 입사 동기이며 재직 시절 가장 친한 동료사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증권회사에서 나와 인형 판매 사업을 하던 피의자는 약 4억 5000만원의 대출을 받고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전 직장 동료의 주식대박 소식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며 기뻐하는 타인의 모습은 마음을 요동시키며 상처가 된다. 성경에서는 ‘마음이 무거운 자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 남을 발가벗기는 것과 같고, 터진 상처에 식초를 붓는 것과 같다.’ [잠언 25장 20절]고 하였다. 내가 이룬 성과나 기쁨이 의도하지 않고 악의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누군가에게 절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 사회다. 무언가를 얻고 누리기 위해서 옆 사람을 누르고 올라가야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긴다.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온 힘을 다해 경쟁자를 제치고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기뻐하는 그 순간 다시 바위는 계곡으로 굴러떨어진다. 계곡으로 내려와 또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삶. 경쟁뿐 아니라 묵직한 무게들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를 썼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부조리 즉 모순과 왜곡으로 차 있다. 카뮈는 ‘삶이 의미가 있는가?’ 묻는다. 또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부조리,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인간은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바위 같은 무게를 감내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무력한 존재다. 그러나 카뮈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부조리는 극복해야 하며 인간은 부조리를 인지하는 존재로서 그에 대항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끊임없는 고통의 존재이자 비극적 운명인 ‘바위’를 올려야 하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인간의 정신은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현실 회피나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삶의 본질을 모르고 부조리에 대항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를 통해 원래 세상은 부조리하며 우리는 그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방법의 문제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과도 같이 살아가야 한다. 관계를 주고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나보다 뒤처진 이들은 도움을 주면 되겠지만 나보다 훨씬 잘나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음의 글이 힌트가 될 것이다.
『빨강머리 앤』에는 앤의 동급생 조시 파이가 나온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좋지 않은 일을 들추는 성격인지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험담하는 입으로 유명한 아이다. 앤의 입장에서도 좋아할 수 없는 친구다. 그런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을 때 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어요. 저도 정말로 기뻤어요. 또 조시가 일등을 해서 내가 정말로 기뻐하는 것도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나아졌다는 증거잖아요.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을 올려다보았을 때랑 똑같은 기분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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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 기자]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그는 내 고교 선배였고, 재수 중이었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죽어라 노력했지만 떨어진 후 재수를 하며 사직도서관 문이 열리는 시간부터 닫히는 시간까지 매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소설책을 잔뜩 쌓아놓고 킬킬대며 읽고 있는 꼴을 보니 눈이 뒤집히더란다.’ [문유석 저, 『쾌락독서』]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만 빼놓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내가 하는 일’, 가장 힘든 사람은 ‘나’라는 사실이 그대로 와닿는다. 가까운 이들이 잘 되는 걸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말이다. 특히 내 코가 석자일 때는 더 어렵다. 슬픔의 나눔과 위로도 중요하지만 기쁜 일을 순수하게 축하해 주려면 상당한 마음 조율이 필요하다.
전 직장 동료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4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됐다. 둘은 입사 동기이며 재직 시절 가장 친한 동료사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증권회사에서 나와 인형 판매 사업을 하던 피의자는 약 4억 5000만원의 대출을 받고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전 직장 동료의 주식대박 소식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며 기뻐하는 타인의 모습은 마음을 요동시키며 상처가 된다. 성경에서는 ‘마음이 무거운 자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 남을 발가벗기는 것과 같고, 터진 상처에 식초를 붓는 것과 같다.’ [잠언 25장 20절]고 하였다. 내가 이룬 성과나 기쁨이 의도하지 않고 악의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누군가에게 절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 사회다. 무언가를 얻고 누리기 위해서 옆 사람을 누르고 올라가야 이길 수 있다고 부추긴다.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온 힘을 다해 경쟁자를 제치고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기뻐하는 그 순간 다시 바위는 계곡으로 굴러떨어진다. 계곡으로 내려와 또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삶. 경쟁뿐 아니라 묵직한 무게들이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를 썼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부조리 즉 모순과 왜곡으로 차 있다. 카뮈는 ‘삶이 의미가 있는가?’ 묻는다. 또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부조리,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인간은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바위 같은 무게를 감내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무력한 존재다. 그러나 카뮈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부조리는 극복해야 하며 인간은 부조리를 인지하는 존재로서 그에 대항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끊임없는 고통의 존재이자 비극적 운명인 ‘바위’를 올려야 하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인간의 정신은 자신의 운명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현실 회피나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삶의 본질을 모르고 부조리에 대항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를 통해 원래 세상은 부조리하며 우리는 그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방법의 문제다. 나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과도 같이 살아가야 한다. 관계를 주고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 나보다 뒤처진 이들은 도움을 주면 되겠지만 나보다 훨씬 잘나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다음의 글이 힌트가 될 것이다.
『빨강머리 앤』에는 앤의 동급생 조시 파이가 나온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좋지 않은 일을 들추는 성격인지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험담하는 입으로 유명한 아이다. 앤의 입장에서도 좋아할 수 없는 친구다. 그런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을 때 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시 파이가 레이스 뜨기에서 일등을 했어요. 저도 정말로 기뻤어요. 또 조시가 일등을 해서 내가 정말로 기뻐하는 것도 기뻤어요. 제가 그만큼 나아졌다는 증거잖아요. 앞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을 올려다보았을 때랑 똑같은 기분이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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