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3-04-21
조회수 6565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어른은 마음이 여유롭고 관대하며 혹 가난할지라도 마음은 여유롭고 착할 것이다.’ 간호사로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으며 가졌던 나의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종합병원에서 천 원도 안 되는 외래진료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의료수급자인데 돈이 왜 나왔어? 당연히 무료인데 왜 나온 거야?”라며 수납하는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욕하는 것도 모자라 지팡이로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의 행동답지 않다고 느꼈다. 처치실이나 간호사 카트에 놓여 있는 반창고와 거즈, 탄력붕대 등이 환자의 서랍 속에서 발견됐을 때는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도둑질하지 말라는 기본 교육을 시켜드려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진단서상의 요양 기간 연장을 요구하거나 근로능력 없음으로 작성해달라는 모습 및 일하지 않고 최대한 지원금을 많이 탈 수 있는 방법 공유 등은 내가 알던 ‘어른’과 많이 거리가 있었다. 누군가가 납부한 세금을 최대한 받아내려고 꼼수 쓰는 방법을 비법이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꼰대’라고 할 수 있다. 품격과 양심은 사라진지 오래고 일 안 하고 세금 및 보험금 등을 쏙쏙 잘 받아낼 수 있음이 능력이자 자랑이었다. 자신의 성장이나 능력 계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하지 않으면서 무상으로 이득을 취하는 행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되지 않고 배우고 싶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왜 하향시키는 것일까? 비굴한 삶을 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까? 가능한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창피하고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를 성장시켜 능력을 갖추는 작업은 어렵고 힘들지만 안주하며 허비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사진출처 unsplash]



책 『세이노의 가르침』을 보면 저자 세이노는 자녀가 있음에도 아무도 찾지 않고 쪽방에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돕지 않는다. 어느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노인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지만 아무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노인을 불쌍히 여기고 자녀들을 불효 자식으로 간주한 병원에서 세이노에게 지원 요청을 하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그 인간이 예전에 인간 말종이어서 그런 겁니다. 지원할 생각 없습니다.”

 

평생 가족들을 돌보지 않고 술에 빠져 살다가 병까지 얻어 입원한 남편 뒤치다꺼리까지 한다며 한탄하던 보호자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폭력 행사뿐 아니라 자녀들의 재산까지 다 날려먹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병들고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면 받아줘야 하는가? 제 삼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아버지인데 돌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당해온 가족들에게는 지우고 싶은 시간이며 이미 아버지가 아니기에 섣불리 가족의 도리를 다하라고 권고하기는 어렵다.

 

‘어른’은 독립된 존재다. 독립의 필수적인 요소는 재정의 자립이다. 스스로 일을 해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이 기본이다.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일궈가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도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본인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을 뿐 눈높이를 낮추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핑계를 댄다.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빈둥거리며 시간만 메꾸다 보니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끈기 있게 하지 못하고 그만둔다. 변변한 경력이 없으니 시간과 몸으로 메울 수 있는 곳 밖에 갈수 없지만 그조차도 월급을 따지며 일할 곳이 없다고 한다. 또한 눈높이는 높아서 수입보다 과한 소비를 한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악순환을 거듭하고 부자들을 탓하며 사회와 국가를 탓하며 편법을 쓰려고 궁리한다. ‘어른’의 어른 됨은 책임감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수고하며 노력하는 삶을 어른이 먼저 살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주어진 일을 핑계치 않고 충실히 해나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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