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칼럼] 마케팅에서 문화로, 스트릿 컬쳐의 대명사였던 'AND1' 서서히 추락하다 | 밸류체인타임스

서반석 칼럼니스트
2023-09-16
조회수 18285

출처=(Alberto Entertainment)


[밸류체인타임스=서반석 인재기자]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은 스트릿 컬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로 한국에선 ‘힙하다'라는 유행어를 창조시켰다. 삐딱한 자세와 건방진 태도,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스트릿 컬쳐의 시초는 한 대학생의 졸업 작품에서 시작되었다. 세스 버거는 의류 산업의 메인 타깃이 중년층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품기 시작해 농구 의류 회사 "AND1"을 설립했다.


세스 버거는 주로 실내에서 농구를 즐기는 중년층과 달리 야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십대들을 타깃으로 아웃솔(신발 밑창)이 단단한 제품 등을 출시했다. AND1 초창기 회사의 주력 상품은 상대방을 비방하는 문구가 적힌 ‘트래쉬토크 티셔츠’였다. 터프하고 공격적인 이미지의 AND1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키던 기성 브랜드의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왔다.


1995년, 창립 단 2년 만에 4백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며 농구 의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이 기세를 몰아 NBA 유망주와 광고를 계약하며 메인 시장에 진출하려 했지만, 마이클 조던이라는 최고의 스타와 기술력을 보유한 나이키를 비롯한 거대 기업에 밀려 실패했다. AND1은 전략을 바꿨다. 그들은 자신들이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시장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NBA가 아닌 스트릿볼, 즉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반인의 농구 경기가 타깃이었다. AND1은 뉴욕 스트릿볼의 전설 레이퍼 알스톤의 현란한 드리블과 플레이를 노래와 함께 믹스해 비디오 테이프를 제작했다. 이 비디오 테이프는 10만 장이 팔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스트릿볼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한 AND1은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AND1은 미국 전역의 스트릿볼 고수들을 모아 AND1 농구팀을 결성한다. 다양한 기술과 특징으로 각자만의 개성을 살린 멤버 조합은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모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며, 스트릿볼 선수들과 대결하는 AND1 믹스테이프 시리즈를 방영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1999년 당시, AND1팀의 인지도는 미국 프로 농구 리그 NBA에 버금갈 정도였다. 메인 시장에 밀렸던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들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2000년,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AND1팀 최고의 스타 '핫소스'가 데뷔하며, AND1의 인기는 계속 치솟았다. 1998년 마이클 조던의 은퇴는 스트릿볼 시장이 NBA시장만큼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젊은 층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성장한 AND1과 달리 NBA는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1세대 스트릿볼 스타 레이퍼 알스톤은 NBA 밀워키 벅스에 입단하며 스트릿볼과 NBA의 실력차이 논란을 잠재웠다. 또한 NBA 최고의 덩크 스타 빈스 카터가 AND1의 농구화 "Tai Chi"를 신고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덩크 콘테스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AND1의 영향력을 NBA와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미국 스포츠 방송사 ESPN은 AND1 방송을 편성했다. 엘런 아이버슨을 비롯한 NBA 스타 선수들도 스트릿 패션을 애용하며, AND1의 높은 인지도를 증명했다.


AND1의 인기는 창립자 세스 버거가 회사를 매각하며 몰락했다. AND1을 인수한 DICK'S는 농구화의 가격을 현저히 낮추고, 유통망을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했지만, 오히려 저가형 싸구려 이미지가 붙으며 처참히 실패했다. 또한 AND1팀이 경기 내용보다 현란한 드리블과 기술에 더욱 치중하도록 요구했는데, 이 또한 박진감 넘치던 기존 스트릿볼의 리듬을 모두 망가뜨리며 대중에게 외면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NBA 사무국이 공식적인 자리나 경기에서 정장을 비롯한 깔끔한 복장 착용을 규정하며, AND1 스트릿 패션의 몰락을 앞당겼다. 이 결정은 AND1이 더 이상 메인 스트림이 아님을 선고하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한때 나이키를 위협하던 AND1은 세 번의 매각과 함께 인지도를 잃었다.


2015년 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저가 브랜드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스트릿 컬쳐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2000년대 초반, AND1의 임팩트는 지금과 비교 조차할 수 없다. 야외에서 모두가 함께 즐기던 스트릿볼은 AND1의 몰락과 함께 그 명성을 잃었다. AND1이 저가형 브랜드의 자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스트릿 컬쳐의 대명사로 새롭게 부활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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