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경제의 마지막 작품, 낭만의 상징 JDM(Japanese Domestic Market) | 밸류체인타임스

서반석 칼럼니스트
2023-07-29
조회수 14265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서반석 인재기자]스포츠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부아앙 시끄러운듯한 배기음으로 시속 300km 넘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유럽의 삼대 명차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는 줄여서 ‘포람페’라고 부른다. 반면 조용하고 세련된,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용한 전기차가 되려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되려 30년도 지난 중고차에 열광하는 자동차 매니아층이 등장했다. JDM(Japanese Domestic Market), 즉 일본 내수시장을 겨냥해 만든 차를 선호하는 층이다. 30년 전 일본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불어난 자본을 자동차 개발에 모두 쏟아부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JDM 명차들의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


마쯔다 RX-7, 꿈의 심장을 품다

1959년,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 마쯔다는 독일의 NSU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로터리 엔진 소유권을 사들였다. 그들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로터리 엔진’을 발전시켰다. 부품이 더 적어지고, 무게가 더 가벼워졌으며 별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없어 ‘꿈의 엔진’으로 불리운다. 마쯔다는 로터리 엔진을 장착한 여러 모델을 출시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3년, 오일쇼크가 발발하자 연비가 나쁜 마쯔다의 로터리 엔진 차량의 판매량이 감소세로 곤두박질쳤다. 173억 엔 적자와 더불어 위기에 봉착했다. 마쯔다는 마지막으로 ‘피닉스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 새로이 설계된 엔진은 이전 대비 연비를 40% 가량 상승시켰다. 1978년, 발전한 로터리 엔진을 품고 출시된 마쯔다 RX-7 1세대는 101마력, 6500rpm을 출력했다. 7년 동안 47만 여대가 생산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RX-7 1세대, RX-7 3세대 [출처]=(MotorTrend)


위기에서 탈출한 마쯔다는 1세대 RX-7에 이어 2세대와 3세대를 출시했다. 2세대는 포르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그야말로 대놓고 포르쉐를 저격하는 마케팅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르쉐와 엇비슷한 성능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소위’ 득템이 가능해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버블경제가 극한으로 치닫던 1896년, 3세대 RX-7은 넉넉한 예산 하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된 디자인과 한껏 줄인 경량화로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3년, RX-7은 일본의 배기가스 규제로 3세대를 마지막으로 단종되었다.


마쯔다 MX-5 미아타, 로드스터의 시대를 열다

RX-7으로 새 시대를 연 마쯔다. 다시 새로운 자동차 라인업을 구축하기로 결정한다. 1960년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영국식 로스스터가 영감을 주었다. 영국식 로드스터는 작은 차체에 낮은 무게중심을 두었으며, 심플한 운전 스타일을 갖추고 있었다. 영국식 로드스터의 부활을 알린 MX-5 미아타는 1989 시카고 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편안한 승차감, 콤팩트한 공간감, 완벽한 중량분배에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뽑아들었다.


MX-5 미아타 1990, MX-5 2023 [출처]=(MotorTrend)


최초 공개 이후 미아타에 대한 관심이 폭주했다. 미국의 수많은 튜너들은 미아타가 최소한의 편의기능과 더불어 쉬운 유지보수가 가능해 튜닝 가능성이 높아지자 극강의 관심을 표현했다. 초보 운전자부터 베테랑 드라이버까지 낮은 RPM에서도 충분한 토크를 발휘하는 특성 덕분에 1톤도 안 되는 가벼운 차체를 쉽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2000년도 총 판매량 53만 1890대로 2인승 로드스터 부문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로드스터’라는 신형 라인업의 등장에 경쟁사들이 분주해졌다. 독삼사로 불리는 독일의 3대 명차 포르쉐, 벤츠, BMW. 3사는 ‘미아타’를 모방해 각각 박스터, SLK, Z3를 개발하며 로드스터 열풍에 탑승했다. 마쯔다 미아타는 이후 2세대(1998~2005)와 3세대(2005~2014)를 출시했지만, 1세대 미아타의 퍼포먼스와 스타성을 잇는데는 실패했다. 2016년 마쯔다는 로드스터의 원조답게 150마력을 출력하는 ‘4세대 미아타’로 로드스터 라인업을 새롭게 정의했다.


토요타 수프라(A80, MK5), 영화 분노의 질주로 부활하다

1960년대 미국의 머스탱이 이끈 포니카 유행에 토요타가 편승했다. 셀리카(수프라)라는 이름으로 1978년 1세대와 1981년 2세대를 출시했다. 기대와 달리 반응이 냉랭했다. 1986년 3세대 수프라 A70 엔진에 탑재된 터보차져는 230마력 힘을 뽑아냈고, 수프라의 이미지를 탈바꿈시켰다. 토요타는 엔진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후 출시될 4세대 수프라를 괴물로 만들었다. 4세대 수프라 MK5은 직렬 6기통의 1JZ 엔진을 탑재하며 기술이 정점을 찍었다.

토요타 수프라 MK5 [출처]=(MotorTrend)


 출시 직후, 일본의 버블 경제가 몰락하면서 수프라 MK5는 역대급 위기를 맞는다. 북미 시장에서는 출시 5년 만에 단종되었다. 수프라는 2002년 후속작 없이 단종된 것이다. 그러나 2001년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1’으로 모든 운명이 바뀌었다. 주연 ‘폴 워커’가 튜닝된 수프라로 200만 달러가 넘는 페라리를 이기는 장면에서 대중들은 열광했다. 이미 단종된 수프라는 희소가치를 인정받아 몇 배로 뛰어 오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23년 현재 30년된 중고 수프라 MK5의 가격은 1억 원을 조금 웃돈다.  


1JZ의 개량버전 2JZ를 탑재한 수프라의 성능은 무한대로 수직상승했다. 역대 최고의 엔진 중 하나로 불리는 2JZ는 뛰어난 내구성으로 어떤 종류의 튜닝이든 버텨낼 수 있었다. 실제로 트윈터보와 튜닝을 통해 700, 800마력을 찍은 수프라가 등장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수퍼카들을 앞지르는 괴물 수프라들이 등장했다. 7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의 자동차 유튜버 Donut은 수프라 MK5에 대해 지금껏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혼다 NSX, 버블경제와 함께 몰락한 비운의 명작  

버블경제가 정점으로 치달았던 1985년, 혼다는 미드십 엔진과 후륜구동으로 작동되는 스포츠카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포츠카는 대대로 유럽의 전유물이었다. 페라리의 엔트리 모델 328과 비슷한 성능, 훨씬 저렴한 가격의 슈퍼카 제작에 들어간 혼다. 그들은 혼다기술의 집약체 6기통 VTEC 엔진을 NSX에 장착했다.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약 200kg의 경량화를 이뤄냈다.  


1989년, NSX 1세대가 판매를 시작했다. 2005년 단종까지 약 18,000대가 판매되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버블경제로 부유해진 소비자들은 자국의 첫 스포츠카에 열광했다. 무려 3년을 기다려야 출고 받을 수 있는 대기자 명단이 꽉 찼다. 넘쳐나는 자본을 주체하지 못하고 개발된 혼다 NSX는 일본 버블경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본이었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시점부터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혼다 어큐라 NSX [출처]=(MotorTrend)



나쁜 타이밍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요인은 승차감 때문이었다. 유럽의 여느 스포츠카 와 달리, 데일리카와 큰 차이가 없는 승차감, 탁 트인 넓은 시야, 차체의 완벽한 중량 분배,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1억 원을 웃도는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점으로 어필되었다. 280마력을 출력하는 혼다 NSX는 닛산 GT-R과 함께 JDM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자리 잡았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불패신화의 주인공 

1982년, 세계 자동차 스포츠 연맹(FISA)은 연간 5,000대 이상 판매되는 양산차를 기준으로 새로운 투어링 레이스를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 JTC가 개막했다. 초대 우승자는 토요타의 AE86이었다. 포드 시에라의 활약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닛산은 우승을 위해 16년 전 일본 그랑프리에서 49연승을 한 프린스 스카이라인 2000GT의 이름과 베이스를 부활시켰다. 


16년 만에 GT-R 이름을 다시 쓰게 된 닛산. 닛산은 스카이라인 GT-R의 제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스카이라인 GT-R R32는 직렬 6기통의 280마력 2.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튜닝을 통해 최대 1,000마력까지 출력할 수 있었다. 1990년, 2대의 GT-R을 제공받은 JTC 팀 임펄은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JTC 6경기 5승을 거두며 GT-R을 명차 반열에 올려놓았다. 


 

스카이라인 GT-R R34 [출처]=(MotorTrend)


GT-R의 성능에 압도된 JTC는 상위 팀들이 모두 GT-R을 사용하게 되면서 GT-R과 GT-R이 경쟁하는 양상으로 변했다. JTC에서 GT-R은 29전 29승을 거두어 불패의 R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출시된 GT-R R33 또한 호평일색이었다. GT-R R34는 분노의 질주 2에서 폴 워커의 차량으로 등장하며 가장 유명한 GT-R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폴 워커가 탄 스카이라인 GT-R R34은 한화 약 10억 원에 낙찰되었다.  


JDM,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다

JDM은 일본 기업들의 무수한 시도와 실험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풍요롭고 행복했던 버블경제 시절의 일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본이었다. 버블이 가장 심했던 1980년대 후반~버블경제 붕괴 이후 2000년대 초반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판매되었다. 이로 인해 JDM 차들은 희소성과 그 가치를 아주 높이 평가 받는다.  

엔진의 내구도가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JDM 차량들은 튜닝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소비자들은 개성을 자동차에 심었다. 특히 미국에서 JDM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며, 팬덤층이 두텁다. 현재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JDM의 단조로운 엔진 사운드에 심장이 반응하는 매니아층이 있다. 낭만의 아이콘, JDM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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