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마케팅, 예술의 경계를 초월하다 | 밸류체인타임스

서반석 칼럼니스트
2023-01-08
조회수 10165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서반석 인재기자] 1685년 최초의 휴대 가능한 카메라를 발명한 요한 잔(Johann Zahn) 이후 지속해서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사실주의 그림이 유행하던 예술 시장은 도전을 맞이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세기 현대 미술 발전의 초석이 됐다. 피카소는 대상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대중을 매료시켰다. 그의 등장과 함께 미술을 비롯한 음악, 춤 등의 전반적인 예술은 현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나 일부 현대 미술작품은 규칙이나 틀을 부정한 작가들로부터 탈중심적으로 표현됐으나 대중들에게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이탈리아의 한 예술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조각상"을 제작했다. 아무것도 없지만 실은 조각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발언이었다. 이 조각상이 한화 약 2000만 원에 낙찰되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1991년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작품 “무제(로스의 초상)”는 79kg에 달하는 사탕 무더기였다. 물론 작품을 통해 자기 경험이나 생각을 표현하려는 시도였지만, 탈중심적인 현대 미술의 행보는 예술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였고, 대중들의 이해도는 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20세기 중후반, 이를 타개하기 위해 행위 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행위 예술가로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있다. 그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는 <예술가가 여기 있다(Artist is Present)>다. 그녀는 무려 716시간동안 꼼짝없이 자리에 앉아 침묵으로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소통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뉴욕 인구보다 많은 약 850만 명의 시민을 참여시키며, 도시 전체를 예술로 이끌어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트램펄린과 계단을 사용하여 작품을 선보이는 요한 부르조아는 프랑스 예술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행위 예술가로 유명하다.


마케팅의 거장 애플은 트램펄린을 사용하여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그의 작품의 교훈을 연상시키는 요한 부르조아의 퍼포먼스에 매료되었다. 이에 2019년, 그의 행위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에어팟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를 위해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마을을 통째로 빌려서 어떠한 CG 촬영 없이 밑바닥을 파고 그 안에 트램펄린을 설치했다. 애플은 강렬하고 중독적인 이미지를 심플하게 표현했다. 강한 충격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에어팟의 모습은 어떠한 서술없이도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2018년 출시된 아이폰 XR의 광고 또한 애플의 예술적 감각이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다양한 색의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를 뛰어다니는 것으로 아이폰 XR 디스플레이를 표현하며 호평받았다. 2021년 출시된 에어 태그 광고에서도 애플은 카우치 사이의 틈을 거대한 동굴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광고를 선보였다. 다시 한 번 그들의 광고가 왜 예술작품인지 증명했다. 삼성 또한 태그 시장에 진출하며 애플과 경쟁했지만, 애플이 가진 광고에서의 창의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애플의 마케팅은 얇기, 성능, 디자인과 같은 제품의 특징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제품의 특징을 무작정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식의 광고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오기 힘들다. 더욱이 성능이나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21세기에서 마케팅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소비자들을 끌어올뿐더러 시장에서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자사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세련되도록 각인시켰다. 다른 영상미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애플은 제품을 예술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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