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어린 시절, 우리는 우주비행사나 대통령과 같이 실현 가능성이 적은 직업을 꿈꾸곤 했다. 그러나 2023년 초등학생 직업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의사, 3위는 교사, 4위는 크리에이터, 5위는 요리사로 나타났다. 2022년도와 비교했을 때 의사의 순위가 두 계단이나 상승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어떨까? 중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교사, 2위는 의사, 3위는 운동선수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 1위가 교사, 2위가 간호사, 3위는 생명과학연구원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학생들이 점점 더 현실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진출처:unsplash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
초등학생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인 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점점 현실적인 꿈을 선호하는 모습은 중학생과 고등학생까지도 이어진다. 중학생까지 순위권에 있던 운동선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중학생의 41%가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2023년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희망 직업이 없는 이유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이는 학생들이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의 직업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은 무엇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3%는 ‘자녀가 원하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답했지만, 46%는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24.8%는 공무원을 희망했고, 15.2%는 의사 또는 약사, 7.6%는 교사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들이 안정적이고 고액의 연봉을 가진 직업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는 교사였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많은 관계를 맺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선호 직업 순위에 있던 의사는 왜 고등학생이 되자 순위권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일까?
이는 점차 성장하며 자신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에서 늘 자주 들을 수 있는 “네 성적으로 갈 수 없다”라는 말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현재 상황을 파악해 진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 성적으로?”, “네가 그 직업을 할 수 있겠니?” 같은 자존감과 사기를 꺾는 말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날개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사진출처:unsplash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의대 입시
정부는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들은 ‘초등 의대 준비반’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초등 의대 준비반’은 의대를 목표로 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해 가르친다. 이 프로그램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주요 학원의 의대 입시반 수강 학생은 가득 찬 상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학원에서는 의대합격과 수능 1등급을 목표로 하는 ‘의대반’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반’은 소수정예로 8명의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의대반’의 정석 커리큘럼은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에 고등학교 1학년 수업 내용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대반’은 무학년제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누구나 입학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학원 원장은 적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의대부터 도전해 보려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입학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의견과는 다르게 일단 의대 입시에 뛰어들게 된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적성을 찾아야 할 나이에 책상에 앉아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꿈을 꿀 시간이 없는 학생들
202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놀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38.3%로 나타났다. 그중 81.9%는 학원, 학습지, 온라인 학습 등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전국의 학생들을 조사한 ‘2023년 아동행복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 외 공부 시간은 평균 5시간 5분, 중학생은 4시간 27분, 고등학생 4시간 40분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 외 공부 시간이 가장 길었다.
초등학생은 평균적으로 오후 3시에 학교 외 공부를 시작해 8시 20분쯤 마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수행한 관계자는 이는 “초등학생들이 집에 가서도 공부를 붙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부에 대한 자율권 없이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책상에 앉아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생의 경우 오후 4시 54분쯤 시작해 오후 9시 21분쯤으로 마무리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오후 5시 53분쯤 시작해 오후 10시 15분쯤 끝냈다. 밤 12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 외 공부를 하지 않지만, 고등학생 중 19.5%는 여전히 공부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90.4%는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취침한다고 발표됐다.
모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시간보다 학교 외 공부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요 생활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학업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들기 전까지도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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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위의 통계 자료들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에 치여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부에 치여 사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나중에 하고 싶은 직업이 생겼을 때를 위해서 공부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도대체 그 나중은 언제 찾아올까? 꿈을 상상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그 나중이라는 순간이 찾아올 수나 있을까?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일부 어른들은 “네가 그걸 어떻게 하니?”, “네가 그 직업을 원한다고?”와 같은 날카로운 말들로 학생들의 꿈을 잘라버린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어른들은 자신이 학생들의 꿈을 잘라버린 줄 모르고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아직도 자신이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냐며 타박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여러 활동을 즐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꿈이 생겼을 때 그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른이 있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행복지수에서 꼴등을 기록한 한국에서 자신의 일을 즐기며 인재가 배출되는 상황은 그런 어른들의 도움 덕분이지 않을까.
어른들도 아이들의 꿈을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먼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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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어린 시절, 우리는 우주비행사나 대통령과 같이 실현 가능성이 적은 직업을 꿈꾸곤 했다. 그러나 2023년 초등학생 직업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의사, 3위는 교사, 4위는 크리에이터, 5위는 요리사로 나타났다. 2022년도와 비교했을 때 의사의 순위가 두 계단이나 상승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는 어떨까? 중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위는 교사, 2위는 의사, 3위는 운동선수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 1위가 교사, 2위가 간호사, 3위는 생명과학연구원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학생들이 점점 더 현실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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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
초등학생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인 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점점 현실적인 꿈을 선호하는 모습은 중학생과 고등학생까지도 이어진다. 중학생까지 순위권에 있던 운동선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중학생의 41%가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2023년 조사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희망 직업이 없는 이유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이는 학생들이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의 직업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은 무엇일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3%는 ‘자녀가 원하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답했지만, 46%는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24.8%는 공무원을 희망했고, 15.2%는 의사 또는 약사, 7.6%는 교사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들이 안정적이고 고액의 연봉을 가진 직업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는 교사였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많은 관계를 맺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선호 직업 순위에 있던 의사는 왜 고등학생이 되자 순위권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일까?
이는 점차 성장하며 자신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에서 늘 자주 들을 수 있는 “네 성적으로 갈 수 없다”라는 말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현재 상황을 파악해 진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 성적으로?”, “네가 그 직업을 할 수 있겠니?” 같은 자존감과 사기를 꺾는 말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날개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사진출처:unsplash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의대 입시
정부는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들은 ‘초등 의대 준비반’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초등 의대 준비반’은 의대를 목표로 하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해 가르친다. 이 프로그램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주요 학원의 의대 입시반 수강 학생은 가득 찬 상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학원에서는 의대합격과 수능 1등급을 목표로 하는 ‘의대반’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반’은 소수정예로 8명의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의대반’의 정석 커리큘럼은 초등학교 6학년의 나이에 고등학교 1학년 수업 내용을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대반’은 무학년제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누구나 입학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학원 원장은 적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의대부터 도전해 보려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입학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의견과는 다르게 일단 의대 입시에 뛰어들게 된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적성을 찾아야 할 나이에 책상에 앉아 개인의 개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꿈을 꿀 시간이 없는 학생들
2024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놀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은 38.3%로 나타났다. 그중 81.9%는 학원, 학습지, 온라인 학습 등을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전국의 학생들을 조사한 ‘2023년 아동행복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 외 공부 시간은 평균 5시간 5분, 중학생은 4시간 27분, 고등학생 4시간 40분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학교 수업 외 공부 시간이 가장 길었다.
초등학생은 평균적으로 오후 3시에 학교 외 공부를 시작해 8시 20분쯤 마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수행한 관계자는 이는 “초등학생들이 집에 가서도 공부를 붙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부에 대한 자율권 없이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책상에 앉아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생의 경우 오후 4시 54분쯤 시작해 오후 9시 21분쯤으로 마무리했다. 고등학생의 경우 오후 5시 53분쯤 시작해 오후 10시 15분쯤 끝냈다. 밤 12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 외 공부를 하지 않지만, 고등학생 중 19.5%는 여전히 공부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90.4%는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취침한다고 발표됐다.
모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시간보다 학교 외 공부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주요 생활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학업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들기 전까지도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출처:unsplash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위의 통계 자료들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에 치여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부에 치여 사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은 “나중에 하고 싶은 직업이 생겼을 때를 위해서 공부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도대체 그 나중은 언제 찾아올까? 꿈을 상상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그 나중이라는 순간이 찾아올 수나 있을까?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일부 어른들은 “네가 그걸 어떻게 하니?”, “네가 그 직업을 원한다고?”와 같은 날카로운 말들로 학생들의 꿈을 잘라버린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어른들은 자신이 학생들의 꿈을 잘라버린 줄 모르고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아직도 자신이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냐며 타박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여러 활동을 즐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꿈이 생겼을 때 그 꿈을 구체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른이 있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행복지수에서 꼴등을 기록한 한국에서 자신의 일을 즐기며 인재가 배출되는 상황은 그런 어른들의 도움 덕분이지 않을까.
어른들도 아이들의 꿈을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먼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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