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3차원의 세계뿐 아니라 4차원의 '시간'까지 움직인 기후변화ㅣ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4-03-30
조회수 1885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시간'은 절댓값으로 인간에 의해 바뀔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바뀌고 있다. 인류는 지구상에서 거대한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지구의 시계를 움직여 버릴 만큼의 '기후변화'를 이끌어냈다.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내달리는 자동차가 뿜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오염되고 있는 지구. 대량생산으로 공산품을 찍어내는 공장과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온실가스 때문에 태양열은 지구에 갇혀 지구를 점점 데우고 있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CNN 방송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SIO)의 지구물리학자 던컨 애그뉴 박사 연구팀이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세계 시간 측정의 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극지방에서 녹아내린 빙하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 내용이다.


(사진=Unsplash)


논문에 따르면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의 영향으로 빙하가 서서히 녹아 늘어난 해수는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적도로 모인 해수로 인해 지구 자전축 중앙부의 질량이 극지방보다 커졌고, 따라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게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이는 물체가 회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인 회전관성에 의해 설명된다. 회전관성이란, 물체가 회전할 때 얼마만큼의 저항을 제공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질량이 회전축 중앙으로 몰릴수록 회전관성이 증가하여 이로 인해 회전 속도가 느려진다. 이때 큰 물체는 회전속도가 느려지고, 작은 물체는 회전관성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게 된다.


빙판 위에서 회전하는 스케이터가 팔을 내리거나 다리를 뻗는 동작을 취했을 때 속도가 느려지고, 팔을 안쪽으로 당기며 회전할 때 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원리와 같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영향을 미쳤다. 미국 NBC방송은 논문 결과에 대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지구의 자전이라는 요소에 인간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자연에서 초래한 가장 끔찍한 산물인 기후위기가 지구의 자전과 시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약 30조 톤의 극지방 빙하가 녹아 해수가 되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약 30조 톤의 빙하에 비례하는 물이 이동해 적도의 질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지구의 자전 속도의 변화에 의해 인간이 느끼는 '시간'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사진=Unsplash)


1960년 대 이후 지구의 자전을 기반으로 한 ‘그리니치 표준시(GMT)’ 대신, 세슘 동위원소가 91억 9263만 1770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초로 삼는 '원자시'를 기준으로 지구 자전을 24시로 설정한 '협정표준시(UTC)'가 사용되어왔다.


'윤초' 개념의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윤초는 원자시계로 측정된 시간과 지구 자전을 기반으로 측정된 시간의 오차 범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UTC에 더하는 '1초'를 뜻하며, 1972년 이후 27차례 추가되었다. 최근 지구 외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져 자전이 빨라졌다. 2016년 이후 윤초는 추가되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2026년부터 윤초를 제외하는 것을 과학계가 고려 중이었다.


그러나,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며 지구의 자전 속도에의 미치는 영향이 세상에 밝혀지게 되며 윤초 적용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에그뉴는 이 사태에 대해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보다 1초 빨라지는 시점은 2029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며 "전례 없는 순환 변화"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날 시간의 변화가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을 부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온 상승은 인류의 예측을 빗나간 방식으로 지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의미다. 지구물리학자 첸지안리 홍콩 폴리테크대 교수는 "시간 변화는 기후변화가 일으킬 중대한 문제의 일부 예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지구는 망가져가고 있다. 3차원의 세계뿐만 아니라 4차원의 시간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움직이고 있다. 차원을 넘어선 지구의 경고에 경각심을 고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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