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인재기자] 인권을 외칠 때 동물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는 각양각색의 '인간 세상의 사건' 속에 파묻힌다. 동물들은 궁금하지 않을까?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인간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에 대한 권리를 짓밟는 이유를 말이다.
국내 최고령 코끼리 '사쿠라'가 일본에서 건너온 지 21년 후인 59살의 나이로 깰 수 없는 깊은 잠에 들었다. 사쿠라는 2019년 발톱 질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왔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서서히 복수에 물이 차오르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람의 나이로 90세를 넘긴 사쿠라는 사육사들 사이에서 '코끼리 할머니'로 불린다. 15일 서울대공원은 아시아코끼리 사쿠라가 피하 부종 등의 질병 악화로 집중 치료를 받던 중 13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쿠라(암컷)는 태국에서 출생했으며, 생후 7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에서 서커스 공연을 하던 코끼리였다. 2003년, 유원지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5월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됐다. 코끼리는 암컷 우두머리 중심의 무리 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쿠라는 사회성을 키워야 할 시기에 사회성 발달의 장애가 되는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한국 생활 후에도 단독 생활을 했다.

(사진=Unsplash)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그저 귀엽게 바라만 보았다. 지금은 그들을 향한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들은 어둠이 찾아오면 작은 별들이 밤을 반겨주던 숲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저녁마다 자동차의 경적을 자장가 삼을 수밖에 없는 동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갇힌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동물은 과연 행복을 느낄까?
지금도 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은 자연이 아닌 좁은 우리 안에서 일평생 갇혀 지낸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는 '동물들을 자연에 돌려보내자', '동물원을 폐지하자' 등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동물원을 폐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일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를 2023년 '올해의 야생 사진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북극해 스발바르 제도에서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가운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얼음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든 북극곰의 모습을 담았다. 동물원에 갇힌 수백만 동물들이 밖에서 마주해야 할 현실은 기후변화가 앗아간 생활 터전이다.
근대의 동물원은 일방적으로 동물을 돈의 목적으로 포획해 전시했다. 세월이 흐르며 동물원 내에서 자체적인 번식이 가능해졌고, 자연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1970년 무렵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이 체결되었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종은 실제로 야생에서 포획할 수 없다. 협약 체결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원에서 자체 번식한 개체를 동물원끼리 수입과 판매 형식을 통해 개체를 수급한다.
야생 동물을 포획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명을 거래하여 주고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 역시 생명체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사진=Unsplash)
야생의 호랑이는 전 세계 모든 아종을 포함해도 4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동물원과 번식 농장, 서커스와 개인 가정에서 사육되는 호랑이의 개체 수는 5천~1만 마리에 이른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의 상태와 무관하게 개체 수가 늘어만 간 역사가 오래됐다. 동물원 동물들이 번식할 동안 야생 동물의 서식지는 분할과 소멸의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종들은 개체 수의 부족보다 서식지의 부족이 더 큰 문제다.
여러 천적들로부터 안전하게 보존된 서식지의 경우, 개체 수가 포화된 곳이 많아졌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과연 모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의 야생 서식지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혹 상황이 완화되어 서식지가 확보되어도 '돌아갈 수 있는 동물'이 얼마 되지 않는다. 수 세대에 걸쳐 사람의 손에 사육된 동물 후손들은 야생의 본능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에게는 야생과 다르게 먹이와 잠자리가 쉽게 주어지며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과도 떨어져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무한경쟁과 냉철한 야생의 환경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무리 훈련과 관리를 받아도 성공적인 야생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동물원에서 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를 배제하며 번식관리를 시작한 역사는 길지 못하다. 때문에 전 세계 동물원에는 순종 확인 여부의 어려움, 정확한 종의 명칭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이 난무하다. 만일 유전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동물들이 번식을 한다면,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는 야생의 종들의 유전적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섣불리 동물원의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길들여지는 동물. 동물다운 삶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로 동물들은 야생의 삶을 뺏기고 있다. 지구와 환경, 인류와 동물은 하나로 묶여있다. 야생환경에 대한 물은 언제부터 엎질러졌을까? 인간이 함부로 자연의 섭리가 끼어든 그 순간부터 이미 악순환의 고리는 무한 굴레를 타고 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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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인재기자]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인재기자] 인권을 외칠 때 동물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는 각양각색의 '인간 세상의 사건' 속에 파묻힌다. 동물들은 궁금하지 않을까? 생명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인간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에 대한 권리를 짓밟는 이유를 말이다.
국내 최고령 코끼리 '사쿠라'가 일본에서 건너온 지 21년 후인 59살의 나이로 깰 수 없는 깊은 잠에 들었다. 사쿠라는 2019년 발톱 질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왔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서서히 복수에 물이 차오르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람의 나이로 90세를 넘긴 사쿠라는 사육사들 사이에서 '코끼리 할머니'로 불린다. 15일 서울대공원은 아시아코끼리 사쿠라가 피하 부종 등의 질병 악화로 집중 치료를 받던 중 13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쿠라(암컷)는 태국에서 출생했으며, 생후 7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에서 서커스 공연을 하던 코끼리였다. 2003년, 유원지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5월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됐다. 코끼리는 암컷 우두머리 중심의 무리 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쿠라는 사회성을 키워야 할 시기에 사회성 발달의 장애가 되는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한국 생활 후에도 단독 생활을 했다.
(사진=Unsplash)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그저 귀엽게 바라만 보았다. 지금은 그들을 향한 죄책감이 몰려온다. 그들은 어둠이 찾아오면 작은 별들이 밤을 반겨주던 숲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저녁마다 자동차의 경적을 자장가 삼을 수밖에 없는 동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갇힌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동물은 과연 행복을 느낄까?
지금도 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은 자연이 아닌 좁은 우리 안에서 일평생 갇혀 지낸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는 '동물들을 자연에 돌려보내자', '동물원을 폐지하자' 등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동물원을 폐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일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은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출품한 '얼음 침대(Ice Bed)'를 2023년 '올해의 야생 사진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북극해 스발바르 제도에서 기후변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가운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얼음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든 북극곰의 모습을 담았다. 동물원에 갇힌 수백만 동물들이 밖에서 마주해야 할 현실은 기후변화가 앗아간 생활 터전이다.
근대의 동물원은 일방적으로 동물을 돈의 목적으로 포획해 전시했다. 세월이 흐르며 동물원 내에서 자체적인 번식이 가능해졌고, 자연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1970년 무렵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이 체결되었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종은 실제로 야생에서 포획할 수 없다. 협약 체결 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원에서 자체 번식한 개체를 동물원끼리 수입과 판매 형식을 통해 개체를 수급한다.
야생 동물을 포획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명을 거래하여 주고받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 역시 생명체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사진=Unsplash)
야생의 호랑이는 전 세계 모든 아종을 포함해도 4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동물원과 번식 농장, 서커스와 개인 가정에서 사육되는 호랑이의 개체 수는 5천~1만 마리에 이른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의 상태와 무관하게 개체 수가 늘어만 간 역사가 오래됐다. 동물원 동물들이 번식할 동안 야생 동물의 서식지는 분할과 소멸의 악순환을 거듭한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종들은 개체 수의 부족보다 서식지의 부족이 더 큰 문제다.
여러 천적들로부터 안전하게 보존된 서식지의 경우, 개체 수가 포화된 곳이 많아졌다. 동물원의 동물들을 과연 모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의 야생 서식지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혹 상황이 완화되어 서식지가 확보되어도 '돌아갈 수 있는 동물'이 얼마 되지 않는다. 수 세대에 걸쳐 사람의 손에 사육된 동물 후손들은 야생의 본능이 퇴화될 수밖에 없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에게는 야생과 다르게 먹이와 잠자리가 쉽게 주어지며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과도 떨어져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무한경쟁과 냉철한 야생의 환경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무리 훈련과 관리를 받아도 성공적인 야생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기란 매우 어렵다.
동물원에서 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를 배제하며 번식관리를 시작한 역사는 길지 못하다. 때문에 전 세계 동물원에는 순종 확인 여부의 어려움, 정확한 종의 명칭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이 난무하다. 만일 유전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동물들이 번식을 한다면,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는 야생의 종들의 유전적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섣불리 동물원의 동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 길들여지는 동물. 동물다운 삶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로 동물들은 야생의 삶을 뺏기고 있다. 지구와 환경, 인류와 동물은 하나로 묶여있다. 야생환경에 대한 물은 언제부터 엎질러졌을까? 인간이 함부로 자연의 섭리가 끼어든 그 순간부터 이미 악순환의 고리는 무한 굴레를 타고 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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