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자원 개발의 한계 드러낸 ‘대왕고래 프로젝트’ | 밸류체인타임스

이지유 칼럼니스트
2025-08-23
조회수 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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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한국의 에너지 자립 가능성을 타진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프로젝트 '대왕고래'의 1차 시추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련 지역 인프라와 협력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7일 만에 마무리된 대왕고래 1차 시추 결과에 대해 "가스 징후가 있었지만 상업화할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포항 영일만 심해 지층에 석유 및 천연가스가 총 140억 배럴 규모로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작된 대형 국책사업으로, 한국이 산유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탐사 결과는 자원 개발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내며, 현실과 기대 사이의 간극을 확인시켰다.


이번 프로젝트는 포항 앞바다에서 약 80km 떨어진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에서 진행되었으며, 매장 가능 자원은 천연가스로 최대 29년, 석유로 최대 4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추산되었다. 1차 시추에는 약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향후 2차부터 5차까지 추가 시추를 계속하려면 약 4,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석유공사는 1979년 설립 이후 동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도전에 나섰으나, 심해라는 새로운 환경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높은 장벽을 드러냈다.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는 포항 지역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항시는 2024년 9월,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상호발전협력센터’를 시청 의회동에 개소하고, 지역 발전과 협력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 센터는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업권 분쟁, 지진 우려 해소, 지역 물류 활성화 등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현장 사무소 역할을 수행했으며, 영일만항은 가스전 개발을 위한 보조항만으로 지정되어 관련 기반시설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1차 시추 결과 발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저류층과 덮개암, 셰일층 등의 지질구조는 확인되었지만, 가스 포화도가 경제성 확보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차 시추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상호발전협력센터도 실질적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포항시는 센터 운영에 대해 "폐쇄도 어렵고, 유지도 애매한 상태"라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피해를 우려한 지역 홍게 어민들과의 보상 협의가 결실을 맺지 못한 점도 지역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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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올해 2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으면서, ‘상호발전협력센터’의 운영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이르렀다. 아직 1차 시추에 대한 정밀 분석의 중간 결과조차 발표되지 않았고, 2차 시추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프로젝트 전반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면서 협력센터의 기능 역시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센터 사무실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인력 배치나 기관 간 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포항 홍게 어민들과 한국석유공사 간의 시추 작업에 따른 보상 협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합의나 결과가 전혀 도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사회와의 갈등 요소로 남아 있으며, 향후 프로젝트 재개 여부와 별개로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는 포항 지역에 예상되었던 여러 경제적 파급 효과에도 제동을 걸었다. 석유화학 산업 인프라 유치, 조선 및 해양플랜트 산업 연계, 고용 창출, 인구 유입,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들 모두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해양 물류 허브로 도약하려던 전략 역시 보류되며, 지역사회는 다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번 1차 시추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6개의 유망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탐사에서 경제성이 입증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하는 데에는 사회적,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의 자원 개발 전략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성 개선, 해외 자원 개발 다변화와 같은 대안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고도의 심해 시추 기술 확보와 지질 데이터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이 기술과 경험은 향후 해외 자원 탐사 및 개발 사업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자원 외교와 에너지 안보 전략은 한층 더 실질적이고 다각화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례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보다 긴밀하고 책임 있는 협력 모델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이제 심해 자원 개발의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서 얻은 교훈과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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