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망각’, 당신이 놓친 진짜 손실 | 밸류체인타임스

이지유 칼럼니스트
2025-07-12
조회수 1872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물가 상승, 고금리 기조, 불확실한 투자 환경이 세 가지는 2025년 대한민국 경제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매일같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했는가’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인해 무엇을 포기했는가’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이 개념을 외면한 채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른바 ‘기회비용 망각’이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포기해야 하는 대안들 중 가장 가치 있는 선택의 가치를 의미한다. 경제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지만,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행동 양식에서는 여전히 쉽게 간과된다. 눈앞에 보이는 수익이나 할인 혜택에 집중한 나머지, 더 나은 대안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 심리지수와 투자 동향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전반적인 소비는 위축되고 있지만, 오히려 단기 할인 혜택이나 한정판 상품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회비용을 간과한 대표적인 소비 패턴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서울 소재 대형 유통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세일 품목 중 비필수 소비재의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반면, 생필품 소비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에 반응해 지출한 금액은, 실상 더 필요한 소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되는 셈이다.

(출처=unsplash)

투자 환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고금리와 부동산 규제, 암호화폐 변동성 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고 움직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단타 주식’과 ‘테마형 투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장기 투자로 얻을 수 있었던 복리 수익이나 위험 분산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현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선택으로 인해 포기하는 기회의 가치까지 계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기회비용을 무시하면 소비와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국 후회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 자원도 마찬가지다. 2025년은 ‘생산성의 시대’라 불릴 만큼 시간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재택근무와 프리랜서, 4일제 근무 확대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이 확대되며, 개인의 시간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시간의 기회비용은 더 민감해졌다. 어떤 이는 여가 시간에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고, 또 다른 이는 같은 시간에 쇼츠 영상 소비에 빠져든다. 눈앞의 편안함이 장기적으로 더 큰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된다. 


디지털 소비 환경 또한 기회비용 망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AI 기반 추천 시스템, 실시간 SNS 후기, 빠른 결제 시스템 등은 소비자가 충분한 대안 비교 없이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 이에 대해 송은지 서울소비자심리연구소 교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소비자 스스로가 선택의 가치를 따지고 비교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기회비용은 단지 경제학 이론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그 선택이 옳았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잣대다. 특히 2025년처럼 자산과 시간이 더 제한적으로 느껴지는 시대일수록,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감각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문가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고 말한다. “지금 이 선택으로 인해 나는 어떤 기회를 놓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이미 더 나은 결정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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