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정말 나약한 인물일까? | 밸류체인타임스 ​

국세연 칼럼니스트
202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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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햄릿(Hamlet)'에 대한 스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밸류체인타임스 = 국세연 칼럼니스트]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만큼 현대에서는 많은 선택을 필요로 한다. 이로 인해 ‘과잉 선택’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게 되었고, 관련되어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 생기게 되었다. 


‘햄릿 증후군’은 결정 장애와 유사하며, 수동적인 생활 습관이나 넘쳐흐르는 정보들로 인해 선택 또는 결정의 시간이 왔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 증세를 의미한다. 이 증후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햄릿의 행동에서 유래되었다.


‘햄릿(Hamlet)’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작품 중 하나로, 비극적인 결말로 유명하다. ‘리어왕(King Lear)’, ‘오셀로(Othello)’, ‘맥베스(Macbeth)’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하는 이 작품은 12세기 덴마크 왕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햄릿의 아버지인 덴마크 왕이 돌연사하게 된 후,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왕의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햄릿은 그 유령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죽은 왕의 혼령이 햄릿에게 자신을 죽인 클로디어스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햄릿은 우유부단함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햄릿에게는 복수할 수 있는 상황을 마주하거나 지위를 갖추고도 복수를 계속 미루다가 결국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햄릿은 우유부단한 성격이며, 유약적이고 감성적인 성격일 뿐일까?



햄릿의 복수 지연과 그 의미


햄릿의 작중 행적을 보면 복수의 대상자인 클로디어스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있었다. 그는 언제든지 왕과 대면할 수 있는 ‘왕자’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그가 마음먹으면 손쉽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햄릿은 충분히 복수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복수하지 않고 망설인다. 이로 인해 나약한 인물이라고 판단된다. 


그는 왜 바로 복수를 하지 않았을까? 이는 단순히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햄릿의 가치관과 내면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며, 되려 주체적인 성격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햄릿은 덴마크의 한 시민이 아닌, 덴마크의 왕자다. 그만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히 여겨야 한다. 만일 햄릿이 복수에 눈이 멀어 즉시 클로디어스를 죽였다고 가정해 보자. 햄릿에게 클로디어스는 증오의 존재이기도 하지만, 덴마크의 왕이기도 하다.


왕을 죽이게 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보여주어야 하고, 자신의 세력을 크게 불려야 한다. 또한, 햄릿은 자신이 미친 척 연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행동을 미쳐서 저지른 행동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죽였다는 것을 해명해야 한다. 햄릿은 과연 이러한 행동을 어떻게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 그는 ‘햄릿’ 속 덴마크 왕조를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 제1막 햄릿 방백을 보면 ‘친척보단 가깝고 혈육보다 멀지(A little more than kin, and less than kind)’라는 말을 한다. 이는 삼촌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클로디어스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햄릿의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클로디어스는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와 결혼하게 된다. 햄릿은 이런 근친상간적 행동은 가족 간의 족보가 어지럽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 혼란스러운 사회를 표현한다. 또한 오직 햄릿만이 올바르게 사회를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햄릿이 죽을 때까지 복수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제3막 클로디어스 혼자 회개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는 무방비 상태에, 근처에는 아무도 없어 복수를 하기에는 완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햄릿은 지금 이 상태에서 복수를 저지르게 된다면, 되려 그를 천국에 보내주는 꼴이라며 복수를 미룬다. 


햄릿이 복수를 지연하는 것에 많은 학자들의 논의가 오간다. 책을 집필하던 당시의 복수는 신에게 반역하려는 불경스러운 행위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죽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는 자식으로서의 의무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는 햄릿이 단순히 우유부단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딜레마와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햄릿은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복수를 지연시키는 것에다 초점을 두기보다, 그가 왜 복수를 지연시키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그의 성격과 결론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결론적으로 끝이 참담할지라도 그는 복수에 성공하게 된다. 과연 그가 복수를 미루었다 해서 나약한 인물이라고 평가받아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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