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사건의 시발점을 찾아볼까?"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손든 학생의 "선생님, 왜 욕설하세요?"라는 뜬금없는 발언이 허탈하다. 한글날을 맞아 국내 학생들의 어휘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전 세계 만 15세 학생(중3~고1)을 대상으로 3년마다 수학, 읽기, 과학 영역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문해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은 지문 해독이다. 2022년 읽기 영역에서 한국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7위, 2018년에는 2~7위를 차지했다.
(사진=Unsplash)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은 PISA 결과와는 반대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교총이 7일,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경험'을 질문했을 때,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수준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초등학생은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이해하거나, 우측통행과 수저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중학생 중에는 '두발 자유화'의 두 다리의 자유화로 오해하기도 했으며, 중학교 3학년 중에는 나라의 대표 도시를 의미하는 '수도'의 뜻을 몰라 당황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사건의 시발점'을 설명하려다 학생들이 이를 욕설로 오해해 당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고교생 중에는 '혈연', '풍력'의 의미를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심지어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고 묻는 학생", "체험학습 일정에 중식(점심)을 보며 오늘 짜장면을 먹냐는 질문하는 학생", "수업 중 '경기력 저하'라고 했더니 '저하'는 왕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등 다양한 어휘력 부족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장난삼아 이와 같이 발언하는 학생들도 대게 있지만, 해당 어휘를 정말 모르기 때문에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곰탕을 동물 곰으로 만드는 음식인 줄 알고 우리나라에 곰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묻는 가하면, 이부자리를 별자리 중 하나로 하나로 생각하곤 한다. 이 외에도 어휘력 부족으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났던 황당한 사례가 쏟아졌다. 교원들은 "시험을 치는 데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못 풀어 난감하다", "개념이 아니라 단어를 가르치며 진도를 나가야 해 너무 힘들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등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나 차지했다.
(사진=Unsplash)
PISA의 평가와 달리, 기본적인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오기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문해력을 측정하는 반면, 이번 조사는 초·중·고 교사들의 인식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다 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디지털 중독이 문해력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인과 별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를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어휘 교육강화(22.6%), 디지털 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등이 제시되었다. 한국 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기기 과의존 및 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과 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부터 초3·4, 중1, 고1은 수학, 영어, 정보 수업에 AI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하여 사용하게 된다. 학생 문해력이 개인화된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교과서로 개선될지,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AI기술과 교육이 접목되며 사회에서는 문제를 풀기만 하는 인재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젊은 세대가 쓰지 않는 신조어나 유행어를 모른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의 유동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시각이라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디지털 매체로 인해 문해력이 저하되었다는 인식에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정말 처참하다”라며,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 "아이들은 말로 배우기보다는 행동으로 배우기 때문에, 어른들이 먼저 독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점에 따라 문제의 원인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학생들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휘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책을 권유해도 바쁜 일정과 성적만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독서'를 멀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그러나 문해력과 어휘력은 단순히 문제의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사회적 관계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글쓰기나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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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사건의 시발점을 찾아볼까?"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손든 학생의 "선생님, 왜 욕설하세요?"라는 뜬금없는 발언이 허탈하다. 한글날을 맞아 국내 학생들의 어휘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는 전 세계 만 15세 학생(중3~고1)을 대상으로 3년마다 수학, 읽기, 과학 영역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문해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은 지문 해독이다. 2022년 읽기 영역에서 한국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1~7위, 2018년에는 2~7위를 차지했다.
(사진=Unsplash)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은 PISA 결과와는 반대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 교총이 7일,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의 문해력 부족으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경험'을 질문했을 때, 92%가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수준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초등학생은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이해하거나, 우측통행과 수저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중학생 중에는 '두발 자유화'의 두 다리의 자유화로 오해하기도 했으며, 중학교 3학년 중에는 나라의 대표 도시를 의미하는 '수도'의 뜻을 몰라 당황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사건의 시발점'을 설명하려다 학생들이 이를 욕설로 오해해 당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고교생 중에는 '혈연', '풍력'의 의미를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심지어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고 묻는 학생", "체험학습 일정에 중식(점심)을 보며 오늘 짜장면을 먹냐는 질문하는 학생", "수업 중 '경기력 저하'라고 했더니 '저하'는 왕세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등 다양한 어휘력 부족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장난삼아 이와 같이 발언하는 학생들도 대게 있지만, 해당 어휘를 정말 모르기 때문에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곰탕을 동물 곰으로 만드는 음식인 줄 알고 우리나라에 곰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묻는 가하면, 이부자리를 별자리 중 하나로 하나로 생각하곤 한다. 이 외에도 어휘력 부족으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났던 황당한 사례가 쏟아졌다. 교원들은 "시험을 치는 데 단어 뜻을 몰라 문제를 못 풀어 난감하다", "개념이 아니라 단어를 가르치며 진도를 나가야 해 너무 힘들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등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답변도 30.4%나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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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의 평가와 달리, 기본적인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오기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문해력을 측정하는 반면, 이번 조사는 초·중·고 교사들의 인식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 매체 과다 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디지털 중독이 문해력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원인과 별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독서활동 강화(32.4%)를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어휘 교육강화(22.6%), 디지털 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 등이 제시되었다. 한국 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진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기기 과의존 및 과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법과 제도 마련 및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부터 초3·4, 중1, 고1은 수학, 영어, 정보 수업에 AI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하여 사용하게 된다. 학생 문해력이 개인화된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교과서로 개선될지,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며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AI기술과 교육이 접목되며 사회에서는 문제를 풀기만 하는 인재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젊은 세대가 쓰지 않는 신조어나 유행어를 모른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의 유동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시각이라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디지털 매체로 인해 문해력이 저하되었다는 인식에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정말 처참하다”라며, "1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 "아이들은 말로 배우기보다는 행동으로 배우기 때문에, 어른들이 먼저 독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점에 따라 문제의 원인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학생들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휘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책을 권유해도 바쁜 일정과 성적만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독서'를 멀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그러나 문해력과 어휘력은 단순히 문제의 이해를 돕는 것을 넘어 사회적 관계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글쓰기나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기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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