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을 불러오는 초능력 남매의 이야기, <엄브렐러 아카데미> | 밸류체인타임스

김민찬 칼럼니스트
2024-09-09
조회수 766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밸류체인타임스=김민찬 칼럼니스트]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2019년 2월 1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시리즈다. 2024년 8월 8일에 시즌 4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팬들에게 최악의 결말을 안겨줬다며 혹평을 받았다. 설명되지 않았던 설정들이 남아있는 채로 시즌이 종결됐고, 스토리의 마지막도 급하게 전개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시즌 2까지 흥행했지만, 이후 시즌이 부진하며 용두사미의 결말을 맞이했다.



초능력자 남매, 엄브렐러 아카데미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1989년 10월 1일 원인 모를 이유로 세계 각지에서 임신이 불가능했던 43명의 여성이 갑자기 아이를 출산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라는 인물은 이들 중 7명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가진 그들을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히어로 단체로 키운다.



아이들에게는 번호가 부여되었고, 그들은 ‘넘버 1’부터 ‘넘버 7’까지 있던 아이들은 영웅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넘버 7: ‘바냐 하그리브스’는 능력이 발견되지 않아 팀에서 배제되었다. 그 후, ‘넘버 5’가 자신의 능력인 도약을 사용해 시간여행을 했다가 돌아오지 못해 실종되고, 넘버 6인 ‘벤 하그리브스’가 모종의 이유로 사망하면서 남매들은 점차 흩어졌다. 본래 너무나도 엄격한 아버지 ‘레지널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남매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서로 멀어지고,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하나둘씩 떠나간다.


17년 후,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의 죽음으로 남매는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이때 실종되었던 ‘넘버 5(파이브)’가 시공간을 거슬러 돌아온다. ‘파이브’는 앞으로 8일 후에 종말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파이브’를 추격하는 시간선의 수호자들, ‘커미션’이라는 조직이 그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남매는 종말을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바냐 하그리브스’가 봉인되어있던 능력을 각성하여, 종말을 불러오기도 하고, 시공간이 뒤틀려 죽었던 ‘벤 하그리브스’가 본래의 성격과 다른 사나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 여러 종말들을 막아내고 피해오며 생존하는 초능력 남매들의 이야기가 <엄브렐러 아카데미>다.



(사진=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아트북)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전성기: 시즌2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가장 성공적인 시즌은 시즌 2로 평가받는다. 시즌 1에서 2019년의 종말을 피해 시간여행을 한 남매는 1960년대 댈러스로 각각 흩어진다. 각기 다른 시간대에 떨어진 남매들은 서로를 찾지 못한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당시 일어났던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막으려 시도하기도 하고, 그 시간대에의 일어났던 사건과 배경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각 남매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전포인트가 큰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넘버 1 ‘루서 하그리브스’는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다고 알려져 있는 오스왈드를 살해한 잭 루비 밑에서 일하고, 넘버 4 클라우스 하그리브스는 자신의 사령술을 이용해 사이비 종교를 만든다. 이외에도 흑인 인권 운동에 동참하는 넘버 3 앨리슨, 케네디를 암살하는 것을 막겠다고 하다가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넘버 2 디에고 등 그 시대에 맞게 녹아든 남매의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연출된다.


이에 더해 ‘커미션’의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어항 머리에 들어가 있는 물고기 ‘A.J.카마이클’, 시즌 1에서 빌런으로 등장한 ‘핸들러’의 양 딸 ‘라일라’, ‘커미션’의 암살자인 스웨덴 삼형제 등이 등장하며 작품에 긴장감을 준다. 시즌 2에서는 ‘파이브’가 ‘커미션’의 임원을 공격하는 전투 장면이 눈에 띄게 역동적이다. 15세 판정을 받았지만, 그 장면만 놓고 봤을 때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잔혹하다. 동시에 ‘파이브’의 능력을 잘 활용하여 매우 빠른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느낌의 액션을 선보인다.


시즌 2의 마지막에는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다음 시즌을 예고하면서 차기작을 기대하게까지 만들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흔적이 사라진 2019년으로 돌아온 것이다. 향후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지 기대감을 주면서 마무리 되었으나, 이후 점차 스토리 전개 등에 설정 구멍이 생기면서 시즌3, 시즌4는 팬들에게 차가운 반응을 받았다. 이런 점으로 인해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최고의 시즌은 시즌2라고 평가받는다.



(사진=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4의 포스터)


<엄브렐러 아카데미>: 캐릭터의 집중한 서사와 설정붕괴



<엄브렐러 아카데미>의는 모든 시즌에서 남매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종말을 피하는 것이다. 시즌 1에서는 ‘바냐 하그리브스’가 다른 남매들에게 가지고 있던 열등감으로 그녀가 폭주하게 되고, 그녀의 능력으로 달이 부서져 그 파편이 지구로 떨어진다. 그로 인해 종말이 찾아오게 되고, 시간여행을 통해 이를 막으려 한다. 이후의 시즌도 시즌4를 제외하면 종말의 원인은 ‘바냐 하그리브스’다.


매번 같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속에서 다른 스토리를 보여주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마치 만화책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슈퍼히어로 코믹스 느낌을 물씬 풍긴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원작이 만화이기 때문에 미국 코믹스 같은 느낌의 스토리를 잘 살려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각 캐릭터의 서사를 중시한다. 특정 캐릭터가 주를 이루는 에피소드는 그 캐릭터의 과거와 캐릭터가 느끼던 감정,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 캐릭터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으로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다. 다만,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이것저것 설정을 갖다 붙이다보니 메인 스토리에는 여러 구멍들이 생겨났다. 일부 캐릭터는 밝혀진 설정에 의하면 몰라야 하는 정보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는 경우, 특정 장소에 없었다고 언급되었던 캐릭터가 이후 회상에서는 버젓이 존재하는 경우 등이 있다.



(사진=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원작 만화)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지난 세 시즌을 잘 이끌어 왔음에도, 시즌 4는 처참히 실패했다. 시즌 4는 지난 시즌들과는 달리 6개의 에피소드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스토리의 개연성이 많이 무너진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캐릭터들이 사랑에 빠진다거나, 이전 시리즈에서 지속되었던 여러 숨겨진 설정들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시즌이 종결되었다. 특히 ‘레지널드 하그리브스’가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많은 팬들의 불만을 샀다.


작품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며 PC적인 요소도 많이 등장한다. B급 히어로 드라마라고 평가받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넷플릭스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종이의 집>을 누르고 상위권 자리에 오른 전적도 있다. 이런 주목을 받고 있던 <엄브렐러 아카데미>가 시즌 4에서 주인공 전원 소멸이라는 방법으로 스토리가 종결되자 팬들의 원성을 샀다. 주인공들이 존재하기에 종말이 찾아오는 것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주인공들은 소멸을 선택했고, 지구는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동안의 시리즈를 지켜봐오며, 언제쯤 주인공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가지게 될지 기대하던 팬들에게 허무함을 안겨주었다.


‘바냐 하그리브스’의 배우인 ‘엘런 페이지’가 성전환을 하여 ‘엘리엇 페이지’로 개명하면서, ‘바냐 하그리브스’라는 캐릭터가 ‘빅터 하그리브스’로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바냐의 감정 상태 등을 너무나도 가볍게 인지하고 넘어가는 것 같이 연출되어 문제가 되었다. 바냐의 심경이 변화되는 것을 자세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 외에도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능력만 성장하고 내적인 모습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점, 일부 스토리의 설정이 새롭게 등장할 때 개연성이 부족하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히기도 한다.


넷플릭스에서 모든 시즌을 감상할 수 있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큰 흥행을 이끌었으나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많은 팬들이 있었던 만큼, 흥행 실패는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시즌 1과 2가 흥행하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코믹스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코믹스는 과거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2편까지 번역하여 출간했으나, 당시에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제작되지 않아 절판되었다. 이후 드라마의 인기를 얻어 3편까지 시공사가 재번역하여 출간했다. 원작 만화는 3권까지 출시되었으며, 4권의 출시일은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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