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1987년의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는 하락세...다시 휘청거리는 증권시장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4-08-07
조회수 1927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는 위태롭게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의 파장이 가시지 않은 5일, '또 다른 블랙 먼데이'라고 불리며 금융시장이 뒤흔들렸다. 금리 인상과 미국 선거 기간 동안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혼재한 불안정한 세계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 주요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마감됐다. 다우 지수, S&P 500 지수는 약 2년여 만에 가장 많은 하락세를 보였고, 빅테크 '매그니피센트(M7)'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 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1033.99포인트(2.6%) 하락한 3만8703.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0.23포인트(3.0%) 빠진 5186.33에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576.08포인트(3.43%) 밀린 1만6200.08에 폐장했다. 증시 하락세와 반비례한 '월가 공포지수'는 2020년 3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CBOE 변동성지수(VIX)는 15.18포인트(64.90%) 급등한 38.57에 거래를 마감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VIX는 개장 전 65를 돌파했으나 이후 조정됐다. CNBC, CNN 등에 따르면 다우 지수, S&P 500지수는 2022년 9월 이래 가장 많이 하락했다. 급락한 주가와 이에 퍼지는 불안심리의 영향을 생각하면 월가 공포지수의 이례적인 수치가 나온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다우 지수가 하루 만에 1000포인트 넘게 급락한 것은 역대 15번째다.



(사진=Unsplash)


금융시장의 뒤틀림으로 인한 파장은 아시아 국가에도 퍼졌다. 한국, 일본, 대만 증시가 잇따라 대폭락하며 아시아 증시에도 다시 경제위기가 닥쳤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 지수)가 12.4% 폭락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1987년 블랙 먼데이의 하락 폭을 뛰어넘은 수치다. 한국 코스피도 8.77% 밀리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대만은 8.3%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은 이날 2020년 3월 이래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에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일본은 같은 날 오후에만 두 차례 발동했다. 12.4%의 재앙이었다. 아시아 증권 시장보다는 덜했지만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대표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5만 달러가 붕괴했다 일부 회복하기도 했다.


어제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증시를 뒤흔든 폭락과 관련해, 경제금융수장 4명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시장에는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해달라는 뜻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시장이 무너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는 1987년 블랙 먼데이보다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6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경제수석 등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 및 금융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어제 코스피 하락을 포함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동향 점검과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증권 시장의 위기에 대한 원인을 7월 고용 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주요 빅테크 기업 실적 우려 및 밸류에이션 부담,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 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불안 재부각 등이 꼽혔다.



(사진=Unsplash)


이 중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최근 세계증시 급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때문으로 보인다고 미국 경제 포털 '야후 파이낸스'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대출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일컫는 경제 용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엔화를 대출해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 자산에 대거 투자했으나, 최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대거 이루어지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고 야후 파이낸스는 분석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에는 AI 관련 산업 등 기술주 조정 및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원인의 추격 결과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가리키자, 기준금리 인상을 섣불리 단행한 일본은행(BOJ)을 향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산 폭락 사태를 두고 BOJ의 책임론이 부상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사태로 인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던 BOJ의 계획이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 시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펀드로 증시 구원 투수로 불리기도 하는 증안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의 투입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제로 2008년 팬데믹 이후 증안펀드가 증시에 투입된 사례는 전무하다. 현재는 공매도가 금지된 특수 상황이기 때문에 증안펀드의 사용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진=Unsplash)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은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인위적 주가 부양이 부작용도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따라서 금융당국 내에서는 모니터링 강화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는 실물경제·금융시장 여건에 비해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가가 많이 빠지고 있지만 심각한 단계는 아니며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라며 "시스템적 리스크 등 상황이 아닌 이상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순 없고 상황을 면밀히 볼 것"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시장 패닉 상태라 심리적 안정이 우선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예측이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경제 심리'다. 지나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두려운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시장은 소비자의 심리의 유동성과 깊은 연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저작권자 © 밸류체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0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108번길 48, 201호

대표전화 02 6083 1337 ㅣ팩스 02 6083 1338

대표메일 vctimes@naver.com


법인명 (주)밸류체인홀딩스

제호 밸류체인타임스

등록번호 아53081

등록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1 

발행인 김진준 l 편집인 김유진 l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유진



© 2021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