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만료로 탄생한 공포영화, 동심을 파괴하다 | 밸류체인타임스

김민찬 칼럼니스트
2024-06-23
조회수 1145


[밸류체인타임스=김민찬 칼럼니스트]2023년 4월 6일 곰돌이 푸를 소재로 영화가 개봉됐다. 제목은 <곰돌이 푸:피와 꿀>, 슬래셔 방식을 채택한 공포영화였다. 곰돌이 푸의 저작권이 만료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곰돌이 푸:피와 꿀>은 개봉 당시 동심이 가득한 캐릭터를 이용해 동심을 파괴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왜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을 사용하여 공포영화를 제작할까, 그리고 이러한 작품들은 세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작권 만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대한민국에서 저작권 만료는 단독 저작물일시 저작자 사망 해의 다음 해를 기준으로 70년간 존속된다. 공동 저작물은 최후 저작자 사망 해의 다음 해를 기준으로 70년, 작자 미상의 저작물이나 업무상의 저작물도 70년의 존속 기간이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월 1일을 퍼블릭 도메인 데이로 지정했다. 그 날이 오면 특정 저작물의 저작권이 만료된다. 만료되는 저작권의 기준은 저작자의 사망 후 70년, 작품 공표 후 95년, 작품 창작 후 120년이라는 세 가지 조건 중 가장 빠르게 다가오는 시기를 선택하여 결정된다. 예를 들어 저작자가 사망하지 않았어도 작품을 세상에 공표한 지 95년이 넘었으면 그 작품의 저작권은 만료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작권이 만료되면 해당하는 저작물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영화, 게임 등을 비롯해 유튜브에 올리거나 광고 영상에 넣어도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단 오직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만 해당되며 같은 캐릭터지만 다른 시대에 만들어졌으면 저작권은 유효하다. 지난 1월 1일 저작권이 만료된 미키 마우스는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따라서 증기선 윌리 이후에 등장하는 미키 마우스의 저작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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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곰돌이 푸:피와 꿀의 포스터)



저작권 만료로 인해 제작된 공포 영화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곰돌이 푸:피와 꿀>을 시작으로 영화계에는 저작권 만료된 작품을 사용해 공포 영화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곰돌이 푸:피와 꿀>을 제작한 제작진은 피터팬과 밤비 등을 사용하여 공포영화를 제작할 것이라 밝혔다. 그와 동시에 저작권이 만료된 동화 속 캐릭터들을 이용해 공포영화 유니버스를 만들어 <푸니버스>라는 영화를 2025년 공개할 것이라 발표했다. 

 

 

<푸니버스>에 등장할 것으로 밝혀진 캐릭터는 곰돌이 푸, 피글렛, 티거, 피터팬, 팅커벨, 피노키오, 밤비 등으로 알려졌다. <증기선 윌리>의 미키 마우스를 활용한 영화 <미키 마우스 트랩>도 개봉 예정이며, 이 외에도 미키 마우스를 활용한 몇몇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현재 <곰돌이 푸:피와 꿀>은 2편까지 제작되었고 전편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1편의 평가가 워낙 처참한지라 국내에 수입되지는 않았다. <곰돌이 푸:피와 꿀> 1편은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3%, 관객 점수 50%를 기록했다. 2편은 저예산으로 제작한 1편과 달리 많은 투자를 받았다. 신선도 47%, 관객 점수 78%를 기록하며 나아진 수치를 보였다. 

 

 

만료된 저작권으로 공포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47%는 높은 수치가 아니다. 심지어 <곰돌이 푸:피와 꿀> 1편은 이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개봉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퀄리티가 낮더라도 이러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이유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저작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제작사는 저작권을 직접 사들여 영화를 제작할 재력이 있다. 하지만 소형 제작사들은 저작권을 사고 싶어도 대형 제작사가 먼저 채가거나 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만료된 저작권을 사용하는 것은 대형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 유명 IP와 경쟁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만료된 저작권으로 굳이 공포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포 장르는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장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한 저작물이어도 퀄리티가 낮으면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소형, 중형 제작사들은 재정 문제로 인한 퀄리티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적은 돈을 들이면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 공포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곰돌이 푸:피와 꿀>은 개봉 전에도 많은 우려를 낳았으나 동시에 대중에 호기심도 끌었다. 그로 인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음에도 제작비 10만달러를 훌쩍 넘는 5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520만 달러는 다른 대형 영화들에 비해 흥행이라 하긴 부족한 수치지만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만료된 저작권으로 제작한 공포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곰돌이 푸:피와 꿀>은 7792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가지각색이었으나 좋은 평가를 내린 관객이나 평론가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스토리의 설정 빈약, 공포스러운 분위기 조성 실패, 어설픈 분장 등 여러모로 혹평을 받았다.

 

 

<곰돌이 푸:피와 꿀>의 스토리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의사가 되기 위해 숲을 떠난 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곰돌이 푸 일행이 동료인 이요르를 잡아먹고 타락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돌아온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복수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자 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행이 나온다. 스토커를 피해서 온 여자 마리아와 그 친구들이다. 친구 중 한명이 휴대폰을 걷으며 외부와의 통신이 차단된 것처럼 묘사되지만 휴대폰을 걷은 친구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순간은 많았다. 이런 장면은 공포적인 분위기를 억지로 조성하기 위해 스토리의 개연성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타락했다는 이유도 당위성이 부족했다. 영화에서 곰돌이 푸는 크리스토퍼 로빈이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는데 숲을 떠나며 굶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요르를 먹을 정도로 타락할 일인지는 의문이 든다. 영화에서 푸는 꿀을 먹는 모습도 보이고, 인간을 죽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굳이 이요르까지 먹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에서 곰돌이 푸와 친구들이 사는 숲에서 사람들이 죽는다는 설정이었지만 영화의 주요 배경은 옆 마을에 있는 펜션이다. 이로 인해 숲에 대한 설정이 무의미 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곰돌이 푸:피와 꿀>에서는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여 논란이 됐다. 굳이 곰돌이 푸 캐릭터가 사용되지 않아도 되는 스토리에 억지로 집어넣어 캐릭터의 이미지를 망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평범한 살인마 캐릭터에 곰돌이 푸를 씌운 것뿐이라며 비난의 불길이 거셌다. 순수하면서도 동심이 가득한 말들로 위로해주는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최악의 악몽을 선사한 것이다. 

 

 

이 외에도 여자 캐릭터가 등장할 때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드러나거나, 공포적으로 연출 할 때 저예산으로 인해 다소 빈틈이 많아 보이는 장면으로 인해 혹평을 받았다. 이 영화로 인해 아직 제작되지는 않았지만 제작되기로 발표된 피터팬, 밤비 등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들도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곰돌이 푸:피와 꿀>은 해외와 국내를 막론하고 혹평을 받았다. 송경원 평론가는 ‘소재의 착취, 이정도면 범죄의 영역’이라는 평을 남겼다. 이용철 평론가는 ‘퍼블릭 도메인의 폐단’이라며 별점조차 주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평론가 존 세르바가 “대법원이 퍼블릭 도메인을 폐지하길 바란다”는 악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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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데이터 베이스)

 


만료된 저작권으로 제작되는 공포영화, 긍정적인 방안이 있을까?

 

 

만료된 저작권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 법이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규칙은 유효하다. 따라서 만료된 저작권으로 게임을 만들던 영화를 만들던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료된 저작권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료된 저작권을 사용하여 제작된 영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은 <곰돌이 푸:피와 꿀 2>에서 어느 정도 비춰졌다. 1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 2편은 1편에 비해 많은 투자를 받았다. 그만큼의 정성이 들어갔고, 공포 영화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한 편이다.

 

 

만료된 저작권을 사용할 때에는 저작물의 유명세를 이용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저작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원작의 팬들도 제작자들을 이해해 줄 수 있고 제작자들도 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만료된 저작권을 사용한 영화에 디즈니에서 제작한 말레피센트 같이 원작을 재해석하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할 것이다. 말레피센트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등장하는 악역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재해석한 영화다. 

 

 

영화를 만들 때 수작 이상으로 평가받을 만한 영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팬들은 퍼블릭 도메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할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퍼블릭 도메인이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오히려 다른 영화보다 냉철한 평가를 받는다. 퍼블릭 도메인을 사용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진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영화의 흥행은 물론이고 대중의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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